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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그 사람 - 뉴 루비코믹스 600
키노시타 케이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공동주택 생활이 늘어나고 단독주택이라도 이웃집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집이 많은 요즘은 이웃을 잘 만나야 편하다고 한다. 그건 꼭 도움을 받는 관계라기 보다는 폐를 끼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그건 예전처럼 이웃사촌이란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이웃과 가깝게 지내고자 하는 사람도 별로 없거니와 일이다 뭐다 해서 바쁘게 지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된 나가노 출신의 마츠다군은 도쿄로 이사를 하면서 자취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사 후 이웃에게 첫 인사를 하러 갔던 마츠다군은 작은 여자 아이를 데리고 있는 야오토메를 만나게 된다. 부스스한 머리에 면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추리닝 차림에 제대로 된 일도 하지 않아 보이는 야오토메를 보면서 마츠다군은 경계심이 발동한다. 하지만 하나와 야오토메와 자주 만나게 되면서 마츠다군은 자연스럽게 경계심을 풀리게 되고 이웃사촌까지는 아니더라도 평범한 이웃이 되어 간다.
하나의 아빠일까. 야오토메씨의 직업은 무엇일까. 마츠다군은 점점 옆집 그 남자가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물어 봐도 잘 대답도 안해주고, 놀리듯 얼버무리는 야오토메. 하나의 말에 따르면 야오토메는 아빠는 아니란다. 요씨라고 부르는 하나와 야오토메의 관계는....?
야오토메가 바쁘면 하나를 돌봐주기도 하고, 같이 밥도 먹는 사이가 되어 가지만 마츠다군에게 있어 야오토메는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어쩌면 어른의 여유라고나 할까, 그런게 곳곳에서 드러나 가끔 마츠다군은 약이 오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야오토메가 집을 비우게 된 사이 하나가 열이 나고, 마츠다군은 하나를 병원으로 데려간다. 어린 마음에 놀란 마츠다군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야오토메. 그러나, 야오토메의 고마움 표현이!? 엉겁결에 당한 키스에 마츠다군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는 못하고, 야오토메가 자신을 놀리는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드는 동시에, '좋았다'라는 생각도 한다. 어이쿠야!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야오토메와 점점 야오토메가 좋아지는 마츠다군. 뭐랄까. 야오토메를 보면 어른의 여유가 느껴진다. 뭐, 때로는 그게 심술맞아 보이기도 하지만, 딱히 나쁜 사람은 아니다. 특히 과거에 그렇게 아픈 상처가 있었으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당시 얼마나 큰 죄책감이 들었을까. 그리고 하나를 보면서 얼마나 미안하게 여기고 있을까. 말로는 아이가 싫다고 하면서도 하나의 일이라면 열일 제치고 달려오는 야오토메를 보면 그게 아니란 걸 다 안다.
키노시타 케이코의 작품답게 풋풋, 발랄, 상큼하다. 이제 갓 대학생이 된 마츠다군은 귀엽기 그지없다. 순진하기도 하지만 '날 좋아해줘요.'라는 고백을 할 만큼 배짱도 두둑하다. 야오토메의 경우 아무래도 나이도 있고 인생 경험도 풍부한지라 어른의 여유가 팍팍 느껴진다. 마츠다군을 가지고 논다는 느낌은 없는데, 은근히 요리조리 빠져나간달까. 마츠다군 입장에서 보면 손에 잡힐 듯 하면서 잡히지 않는 사람이 야오토메다. 이 아저씨도 첨엔 뭐 이래, 이랬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라나, 뭐라나. 원래 부스스한 머리에 수염도 제대로 깎지 않고 추리닝만 걸치고 다니는 아저씨 타입은 딱 싫지만 야오토메는 마음에 든다. 아마도 겉모습과는 달리 속마음은 무척이나 다정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걸지도. 게다가 이 작품의 감초 역할을 하는 하나도 엄청 귀엽다. 요즘 아이처럼 되바라지지도 않고 말이지.
특별한 장소, 특별한 사람들, 특별한 일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알콩달콩 엮어가는 이야기가 참 좋다. 그리고 소프트해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