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괴동 3
모치즈키 미네타로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자동차 사고 이후 자신의 생각을 떠오르는대로 내뱉는 하시, 그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되어 내뱉는 말마다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고 결국 자신조차 상처를 입고 있는 소년이다. 하시의 유일한 즐거움은 만화를 그리는 일이며, 그 만화를 통해 자신의 세계와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음악을 늘 듣고 즐기는 것 같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오르가즘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견뎌할 수 없어한다. 그때문에 친구와도 가족과도 멀어져 지금은 크리스티아나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 뚜렷하게 치료법이 없는 듯 하다. 

마리는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아이로 처음에는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고, 움직이는 물체에만 반응을 보이지만 그 증상은 점점 심해져 세상은 반쪽으로 보였다가 이제는 움직이는 물체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히데오는 UFO와 접촉을 한 적이 있다는 소년으로 통각실조증에 걸려 어떤 아픔도 느끼지 못한다. 또한 늘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략하려고 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심각한 건망증 증세로 바로 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청년은 경찰차나 구급차의 경광등 불빛에 반응하여 폭주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을 치료하는 건 타마키라는 젊고 유능한 의사, 하지만 그는 어느 날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진실한 자신을 찾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진실한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큰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었으니.... 

완결편인 3권의 내용은 우울하고 슬프다. 진실한 자신을 찾으려했던 타마키는 자신을 받아들여 줬던 사람들 역시 자신을 우스개거리로 생각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하시는 수술을 받을 결심을 하게 되었으니. 3권에서 하시의 완전한 속마음이 드러나는데, 난 그걸 알게 된 후, 이 바보같은 녀석이라고 말하고 싶었달까. 생각나는 대로 내뱉으면서 다른 사람을 상처줬지만, 그건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었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니. 수술중 타마키와의 대화는 가슴을 찌르르하게 만들었다. 하시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그것이 아니었을까. 펑펑 우는 타마키를 보면서 하시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 그리고 히데오나 하나, 마리가 진정 원했던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들은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고 싶었지만 그보다 더 큰 소망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사랑해주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따스하게 내밀어준 손, 기댈 수 있는 어깨. 백마디 천마디 말보다 더욱 필요했던 것은 사람의 체온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해란 것은 상대적으로 강자인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난 너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널 이해해줄 수 있어, 라는 느낌이랄까. 평등한 관계라기 보다는 상하가 분명한 관계. 때론 이해한다는 말보다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이 더 큰 치유일지도 모른다. 히데오가 마리에게 다가가는 방법, 그건 어른들은 간과하고 있던 어떤 것이 아니었을까.

하시가 그린 마지막 만화는 하시나 하나, 히데오, 마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빙벽안에 갇혀 그안의 세상밖에 모르고 살았던 펭귄들과 하늘을 날 수 있어 다른 펭귄들에게 배척을 받았던 스카이워커. 그의 비행은 자유를 향한 몸부림이었고, 자아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꼭 가보고 싶어. 저 끝에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거기에 도착하면 난 지금과는 또 다른 나로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163p)

여행중 만난 닭인 프라이드 우드는 스카이워커와 한동안 함께 여행을 하지만 결국 자신과는 다른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라이드 우드는 스카이워커가 무척 외로운 존재였다는 것만은 알아주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정상이란 것의 범위는 어느만큼의 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것일까. 각양각색의 사람이 있는 만큼 정상의 범위는 꽤 넓을 것이다. 하지만 그 범위를 살짝 벗어났다고 해서 비정상이란 딱지를 붙이고 그들을 외톨이로 만드는 건 스스로를 정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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