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바케 - 에도시대 약재상연속살인사건 샤바케 1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에도시대의 요괴 이야기는 많이 접해 봤다. 에도시대의 수사 이야기도 많이 접해 본 편이다. 그런데 에도시대의 요괴 이야기 + 수사 이야기는? 글쎄.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요괴의 소행인 것처럼 보여도 실은 사람의 소행이었다거나 요괴의 소행은 맞는데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요괴가 많았기 때문인듯 싶다.

『샤바케』1권 에도시대 약재상 연속살인사건은 요괴 이야기와 수사 이야기가 적절히 혼합된 소설이다. 주인공 이치타로는 대형상회의 외동아들로 방년 17세. 잘생긴 외모와 멋진 집안을 등에 업고 있지만, 문제는 병약하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병에 시달렸고 죽을 고비도 몇 번이나 넘겨야 했다. 결국 집에서는 밥만 잘 먹어도 고마워할 처지인 존재로 부모님을 비롯 주변 사람들의 과보호가 장난이 아니다. 특히 행수로 있는 사스케와 니키지의 과보호는 그중에서도 최고점을 찍는데, 17살이나 된 도련님을 아기씨라 부르며 쥐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 할 정도이니 말 다했다.

사스케와 니키지는 사실 요괴다. 사스케는 이누가미, 니키지는 하쿠타쿠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치타로가 5살때부터 옆을 지키고 있다. 일단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부탁이라지만, 요괴에게 그런 면의 인정과 의리가 있다니. 물론 요괴가 인정머리도 없고, 의리도 없다는 건 아니지만 인간의 부탁으로 물심양면 골골 도련님을 비호한다는 게 좀 의아하긴 하다. (나중에 왜 이들이 도련님을 비호하는지 다 나오지만...) 사스케와 니키지외에도 수많은 요괴들, 특히 츠쿠모가미인 병풍 요괴와 조그마한 야나리들 역시 이치타로 곁에서 늘 이치타로를 지켜주는 존재이다.

이 골골 도련님은 외출도 거의 삼가는 입장이지만, 몰래 밤마실을 나갔다가 살해된 사람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도 무서운데 살인범까지 나타나 도련님 위기일발! 그러나 곁에 있던 방울 아가씨(방울 요괴인데 이 역시 츠쿠모가미이다)의 도움과 이나리 신사에 있는 요괴의 도움으로 아슬아슬하게 그 순간을 모면한다. 그러나 이는 모든 일의 시작에 불과했으니...

어느 날 한 봇짐장수가 이치타로의 약재상에 찾아와 어떤 약을 찾는다. 그는 갑자기 돌변하여 이치타로와 니키지를 공격한다. 그는 도대체 무슨 약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이치타로를 공격한 범인은 그자리에서 잡혔지만, 그와 비슷한 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약재상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간다. 그들의 죽음에 공통된 것은 범인들이 특별한 약을 찾고 있다는 것 뿐. 도대체 그들이 원한 약은 무엇인걸까.

함부로 돌아다닐 수도 없고, 돌아다닌다고 해도 금방 피곤해져서 몸져 눕는 도련님인지라 요괴들을 풀어 사건의 단서를 모으기 시작하는 이치타로. 이치타로는 그것들을 조합해 어떤 한가지 가정에 도달한다. 이치타로는 어떻게 보면 이 사건 해결에 있어서의 브레인이고 요괴들은 그의 부하로서 활동을 한달까. 요괴가 인간을 돕는 경우는 특정한 이유에서가 많은데 이들의 관계는 참으로 묘~~하다. 그래도 도련님이 요괴들을 잘 챙겨주니 요괴들도 기분이 좋아서 더 잘 도와준다. 그렇다고 이들의 관계가 기브 앤 테이크란 것은 아니고, 도련님 자체가 사람이 좋아 요괴들을 꺼리지 않는달까. 하긴 5살 꼬마때부터 요괴들에 둘러싸여 자라왔으니 요괴가 사람만큼 친근한 것도 그 이유일지는 몰라도.

건장한 사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누가미, 하쿠타쿠도 멋지지만, 요괴들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츠쿠모가미인 병풍 요괴이다. 화려한 기모노에 성질도 까칠하시지만, 도련님을 생각하는 것만큼은 다른 요괴들에게 지지않는달까. 또한 야나리들도 무척이나 귀엽다. 특히 책에 실린 삽화중에 야나리들이 도련님에게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모습은 아이들이 도련님에게 놀아달라 떼쓰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도련님에게 수많은 도움을 주는 요괴들의 모습을 보면 때론 정말 사람같달까. 하지만 요괴는 요괴인게 분명하다. 세상을 보는 시각과 세상을 느끼는 감각이 확실히 다른 것이다. 그렇다고 사악하진 않지만... 사악한 것도 있긴 있다. 좀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방법이 나빴지.

도련님의 밤마실에 얽힌 비밀과 약재상 연속살인사건의 비밀, 그리고 도련님 자신에 대한 비밀이 요괴이야기와 어우려져 한편의 멋진 소설로 탄생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에도 시대의 풍속과 풍경에 대한 섬세한 묘사, 유머스러움과 미스터리함의 조화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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