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골목
마마하라 엘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소꿉친구와 첫사랑이라. 난 어린 시절 살던 곳에서 초등학교 2학년때 이사하는 바람에 소꿉친구는 없다. 그래서 한동네에 오래 살면서 소꿉친구로 지낸 누군가가 있는 사람이 때론 참 부럽기도 하다. 게다가 난 첫사랑인가 아닌가 하며 가물가물 넘어가는 바람에 첫사랑에 대한 기억도 거의 없다. 사실 첫사랑이란게 보통 그런게 아니던가. 물론 안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서 첫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융통성이 없어 보여 답답하기도 하달까.

술도가 쿠로다의 후계자 슈스케는 6년만에 영국에서 돌아온 소꿉친구이자 아츠시가 반갑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츠시는 슈스케의 첫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단짝 친구였던 아츠시는 고교 졸업과 동시에 영국으로 유학을 가버렸다. 게다가 유학에 관해서는 슈스케와 단 한번도 상의한 적이 없어 슈스케는 문자 그대로 고백 한 번 해보지 못한채 실연을 당했던 것.

다시 돌아온 아츠시를 보자 슈스케는 예전 감정이 다시 떠올라 어쩔줄을 몰라 한다. 슈스케는 원래 전도유망한 축구선수였지만 사정으로 인해 축구를 그만두게 되고 한동안은 방탕한 생활도 했었다. 여전히 그런 기미가 좀 남아 있었지만 아츠시에 대한 사랑을 재확인하는 순간, 슈스케는 모든 관계를 정리한다. 그러면서도 언제 아츠시가 다시 영국으로 돌아갈지 몰라 전전긍긍. 그러나 결정적으로 고백을 할 순간이 다가오게되 는데...

아, 이 얼마나 서툰 남자들인가. 하긴 잘못 고백했다가 소꿉친구 관계마저 와르르 무너진다면 본전도 못찾는 꼴이니 슈스케가 발만 동동 구르는 이유가 이해된다. 특히 아츠시가 미팅에 나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팬더 복장으로 그곳을 찾아가 서툰 고백을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오랫동안 간직해온 사랑인데 다른 사람에게 뺏길까 두려운 건 당연하니까. (그치만 사실 팬더 분장을 하고 나타난 슈스케, 많이 웃겼다. 아니 많이 귀여웠다.)

중간에 서툰 남자 슈스케가 아츠시에게 살짝 잘못하기도 하지만 미수로 끝나 다행이다. 안그랬으면 관계가 어그러졌을걸. 아츠시 역시 슈스케를 좋아했고, 슈스케의 마음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해도 아츠시 성격에 그런 건 상처가 되었을 테니까. 서툴지만 착실하게 서로에게 다가가는 두 남자의 사랑이야기. 예쁘다, 예뻐!

이 작품에는 정말 멋진 조연들이 많다. 특히 아츠시의 조카 쌍둥이인 미미와 모모. 유치원생인데도 은근히 조숙하지만 너무 귀엽고 깜찍하다. 삼촌과 삼촌 친구의 사랑에 의도하지 않는 태클을 걸 때가 있지만 모르고 하는 일인걸. 아우, 귀여워. 게다가 슈스케의 동생 신이 형을 생각해주는 마음, 요부분도 참 좋았다. 형제의 우정이여! 신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단 이야기?? (푸핫)

가느다랗고 여리여리한 선에 조막만한 얼굴. 실제로 이런 사람들은 없겠지만 마마하라 엘리의 작화는 만화의 장점을 최대로 살렸다. 그게 또 멋지고 말이지. 오래된 책이긴 해도 이런 이야기,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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