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팔도를 간다 : 경기편 - 방방곡곡을 누비며 신토불이 산해진미를 찾아 그린 대한민국 맛 지도! 식객 팔도를 간다
허영만 글.그림 / 김영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직장을 다닐 때 경기도에서 6년 정도를 살았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경기도 음식이라고 먹어본 일이 별로 없는 듯 하다. 굳이 찾아가서 먹을 필요도 못느꼈거니와 서울 경기 음식은 내 입맛에 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된장찌게에 양파를 넣어 먹는 게 참 이상해보였다. 된장찌게에서 단맛이 나!!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다. 난 경상도 사람인데, 사람들은 경상도 사람들이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할거라 생각하지만 난 맵고, 짜고, 단 음식은 아주 질색한다. 난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며 그렇다보니 김치도 젓갈이 거의 안들어간 시원한 김치를 좋아한다.

근데 이 책을 보니 어쩌면 내가 경기도 음식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제대로 된 경기도 음식도 먹어 보지 않고 그저 내 입맛에는 맞지 않을 거라 생각하다니.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쉽다, 아쉬워. 그래도 몇가지 정도는 먹어 봤으니 그것으로 위안 삼아야 하려나? 지금은 경기도와 멀리 떨어진 경상도로 다시 내려온지라 굳이 경기도 음식을 먹으러 다시 그곳까지는 갈 수 없으니 말이다.

『식객, 팔도를 가다 : 경기편』은 만화 + 음식 에세이이다. 책 첫머리는 경기도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지형적 특성이라든지 경기도를 상징하는 것들과 경기도를 특징짓는 음식들에 관한 설명이 컬러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식객 본편에 수록된 에피소드 5가지와 그와 관련한 취재 뒷 이야기를 비롯해 에피소드에 수록된 요리 만드는 법과 다양한 경기도 음식 요리법이 따로 더 수록되어 있다. 재료와 조리법이 수록된 레시피가 있으니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직접 만들어 봐도 좋을 듯 하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부대찌개와 관련한 것이다. 나도 부대찌개는 좋아하는 편이지만 먹고 나면 더부룩한
것이 개운한 맛이 없었다. 으레 햄이나 고기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많이 변형된 부대찌개를 먹었던 것이 그 원인이었다니. 그랬군. 부대찌개에 담긴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던 에피소드. 

두번쨰 에피소드는 빙어 이야기인데, 빙어는 내가 사는 곳에서도 잘 잡힌다. 주로 댐에서 잡아 오는데, 이곳은 얼음 낚시를 즐길 만한 곳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매운탕집에서 도리뱅뱅이란 요리로 만들어진다. 도리뱅뱅이는 금강 근처에서도 맛볼 수 있는 요리인데, 난 경상도가 원조라고 우기고 싶다. 하여간 바싹 튀긴 빙어에 매콤한 양념을 해서 매콤달콤하게 먹을 수 있는 도리뱅뱅이는 남녀노소 다 즐길 수 있는 요리지만, 살아있는 빙어를 먹는 건... 역시 난 거절한다. (본인의 취향일 뿐) 이 에피소드에서 재미있는 것은 진수와 성찬이 화해하는 장면이다. 두사람, 빙어를 낚은 게 아니라 사랑을 낚아 올리셨구려. 

세번째 에피소드는 복어 이야기이다. 음, 난 복어는 왠만하면 안먹는다. 사실 먹고 싶은 생각도 안든다. 왜냐구? 난 소중하니까요. 일부러 독이 있는 복어를 먹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세상엔 맛있는 게 널리고 널렸는데. (이것도 물론 본인의 취향일 뿐) 이 에피소드에는 황복을 먹으러 온 일본인 손님과 중국인 손님의 설전이 무척 흥미로웠다. 안타까운 것은 남획과 댐과 보등으로 인해 황복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사람에겐 득일지 몰라도 회귀어종에게는 너무나도 큰 장애물들. 우리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어리석은 짓을 하게 될까. 

네번째 에피소드는 오미자 화채 이야기인데, 이건 요리라고 하긴 좀 그렇다. 음료수이다 보니. 이 오미자 화채와 관련해 부부의 오해와 화해가 무척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오미자씨가 그 오미자씨였군요. 

다섯번째 에피소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자장면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니 난 인천에 있는 차이나타운에도 한 번 못 가봤구나. 자장면의 변천사와 화교들의 아픈 과거가 어우러져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에피소드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곳에도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집이 있다. 그집 주 메뉴는 고기만두. 주먹만한 만두안에 고기가 가득하다. 사실 그집 자장면은 내 입맛에 안맞았는데, 이 에피소드를 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집 자장면은 아주 오래전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온 맛이었기 때문이다. 

레시피로만 소개되는 음식중에 눈에 띄는 음식이 있다. 그건 바로 꿩고기를 이용한 음식인데, 꿩고기를 이용한 것은 북한 음식인줄로만 알았는데, 하긴 지금 남북이 나뉘어서 그렇지 이 또한 경기 음식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근데 쑥버무리와 증편도 경기도 음식이었나? 여기도 봄이면 쑥버무리를 해먹기 때문에 의외이다. 경기도 음식이 경상도로 내려온 건가. 또한 증편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떡이라 흐뭇하게 읽었다. 이외에도 많은 음식들이 더 소개되어 있으니 그건 책으로 직접 확인하시길....

난 식객 만화를 아직 읽지 못했다. 권수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고, 실제로는 게을러서 일지도. 그래서 이렇게 이 책으로 식객 에피소드를 읽으며 식객 맛보기도 하고 다양한 음식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도 읽으면서 무척 즐거웠다. 다음엔 어디 음식이 소개되려나~~~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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