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신을 죽일 때
혼마 아키라 지음, 이주희 옮김 / 인디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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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게 되면 당사자에게 어느 정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분명하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간에. 하지만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난 그런 사랑을 보면서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자신의 신념, 가치관,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버리면서까지 사랑을 지키고 싶은 것은 분명히 멋져 보인다. 하지만, 그 사람은 영원히 그에 대해 후회를 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내가 정말로 궁금한 것은 그런 것이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사랑이 이루어졌습니다'로 끝나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책이나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고 싶을 때는 확실히 그런 결론이 편하긴 하다.

뉴욕 여행을 떠난 타케루는 도착하자마자 날치기를 당해 다운타운에서 헤매다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때 눈에 띄인 한 남자에게 타케루는 도움을 처하게 된다. 그의 이름은 레이. 훌륭한 외모와 차림새를 보아서는 성공한 사업가처럼 보이지만, 그는 실제로는 뒷세계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타케루는 아무것도 모른채 레이에게 푹 빠져들게 된다. 그 이유는 자신조차 몰랐다.

마피아 간부인 레이는 타케루를 보면서 예전 보스의 여자를 떠올린다. 그녀는 레이가 짝사랑했던 인물로 아이를 가진 후 보스의 곁을 떠나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조차 알 수 없다. 총기 사건으로 중태에 빠진 보스, 흔들리는 레이의 조직. 게다가 타케루가 레이의 정체까지 알게 되어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마피아 X 순수 청년이라. 일단 이런 커플링을 두고 생각하자면 스토리는 뻔해진다. 순수 청년쪽이 마피아를 밀어내고 거절하다고 튕기다가 결국 순정을 받아주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마피아를 야쿠자로 놓고 생각해도 마찬가지) 그치만 역시 혼마 아키라랄까. 오히려 순수 청년쪽이 마피아인 레이에게 끌리고, 먼저 다가선다. 레이의 경우 첫사랑 그녀와 닮은 타케루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토리를 놓고 보자면 레이는 이미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은 상태이다. 아, 깔끔해. 옛날의 그녀란 것은 로맨스에서 빠지지 않는 설정이지만, 이 작품은 그 부분을 깔끔하게 정리해 두었다.
 
게다가 자신들의 정체를 알아버린 타케루를 처리하는 장면. 이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압권이 아닐까 싶다. 또한 조연 역시 멋지구려, 라는 감탄이 나왔는데.. 체스터, 정말 멋진 캐릭터이다. 레이와 타케루가 가진 비밀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그 사실이 조직에서 들통이 나면 체스터 역시 죽을 목숨이 되겠지만, 그 모든 걸 걸고 레이를 지켜준다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체스터에게 있어 레이의 존재는 남다른 존재이겠지만, 그부분 역시 질질 끌거나 찌질한 부분이 전혀 없다. 너무 깔끔한 스토리랄까. 그래서 그런지 긴장감은 별로 없다는 게 약간의 흠?

타케루는... 살짝 찌질할 뻔 했다. 레이가 하지 말란 것은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게 된다면 레이는 영원히 마피아로 남아 있었을 것이고, 타케루는 또다른 운명에 처해졌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들의 이야기에 있어서는 빠져서는 안될 부분이지도.

뒤에 수록된 편애의 의학은 단편인데, 앞에 나온 사랑이 신을 죽일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어린 시절의 두 친구 이야기인데, 좀 빤한 이야기랄까. 아츠시나 슈이치나 어릴 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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