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장 사건
아유카와 데쓰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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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카와 데쓰야란 이름은 무척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가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제 1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특별상 수상작란 말에『리라장 사건』은 요즘 나온 책이고, 아유카와 데쓰야는 요즘 한창 뜨는 작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본격 미스터리 대상은 2001년에 처음 생긴 상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중에도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가들이 꽤 많은 걸 생각한다면 당연히 요즘 작가라 오해하기 딱 좋다. 하지만 아유카와 데쓰야는 1919년생이며, 이 작품은 1958년에 씌어진 작품이다. 솔직히 말해 깜짝 놀랐다.

『리라장 사건』은 늦여름 리라장을 찾은 대학생들에게 생긴 아주 참혹하고 끔찍한 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장(壯)이란 표현이 들어가 있으니 왠지 연상되는 게 있다. 완벽한 밀실이라기 보다는 밀실에 가깝지만 밀실보다 공간이 확대된 곳, 트릭으로 말하자면 클로즈드 서클이 먼저 떠오른다. 보통 겨울 산장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 눈폭풍같은 것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의 배경은 늦여름이다. 장마기간도 지난 시점이라 태풍이나 폭풍으로 고립되는 경우는 없을 듯 한데, 리라장은 어떤 식으로 이들을 고립시킬까.

리라장은 관리인 부부가 숙식하며 그곳을 관리하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이해 이곳으로 온 학생은 총 6명으로 이들은 감정적으로 굉장히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들의 감정은 각각 적대와 우호, 사랑과 증오 등으로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있다. 첫날부터 갈등이 터져나오긴 하지만 심각하지는 않다. 그러나 다음날 형사가 찾아와 리라장 근처에서 남자의 사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체의 옆에는 스페이드 A 카드가 놓여 있었다. 그 카드는 여기에 머무르고 있는 학생 중 하나가 가지고 있던 카드로 사체는 그 여학생의 비옷도 가지고 있던 것으로 확인된다. 

처음에는 사고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카드가 그 옆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이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자신들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기에 그냥 넘기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차례차례 참혹한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또한 그 사체들의 곁에는 없어진 스페이드 카드가 한 장씩 발견된다. 처음에는 A, 그다음은 2, 그다음은 3... 이렇게 사체는 늘어가고 결국 희생자는 모두 7명이 된다.

희생자들이 살해 당한 방식도 다양했다. 추락사, 독살, 척살, 교살, 둔기 가격, 독화살, 익사. 도대체 범인은 어떤 동기를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한사람씩 죽이고 있는 것일까. 게다가 첫번째로 희생당한 남자와 관리인의 부인의 죽음은 학생들의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사건 현장이 대부분 리라장과 리라장 주변이기에 이들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결국 리라장안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모든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한 사람이 경찰서에 수감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나중에 등장해 사건의 대부분의 수수께끼를 풀었다는 니조마저 살해당한다. 경찰의 수사는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진퇴양난에 몰린 경찰은 결국 호시카케 류조라는 명탐정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10일동안 벌어진 대학살극의 진상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작품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와 달리 탐정이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는다. 리라장 사건에 등장하는 호시카케는 맨나중에 등장해서 모든 이들에게 사건 브리핑을 한다. (이부분은 비슷하긴 하지만) 이 두 탐정을 비교해 볼 때 재미있는 것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긴다이치와 호시카케는 정반대의 타입이란 것이다. 국민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까치집을 지은 머리에 구겨진 하카마, 수더분한 인상이라면 호시카케는 딱떨어지는 수트에 멋진 콧수염, 그리고 약간은 까칠한 성격의 신사 타입이랄까. (笑)

작가는 책 곳곳에서 우리에게 다음에 일어날 참극에 대한 귀띔을 해주거나, 중요한 정보를 전달해준다. 하지만 눈뜬 봉사처럼 난 그 부분을 읽으면서도 그것을 한가지로 조합을 할 수 없었다. 절묘한 서술트릭이랄까. 나중에 호시카케가 설명을 해주면 그때서야, 아하, 그랬군이란 생각이 퍼뜩 들었다. 알리바이 트릭의 경우 살짝 눈치채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범인 근처에도 못갔다. 사실 읽으면 읽을수록 의심스럽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모두 동기가 있는 것 같은데 모두 알리바이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절묘하게 엮이고 숨겨진 사건의 진상, 이 사건의 결말부를 읽으면서 흠칫하고 놀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정말 멋진 작품이었다.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띠지의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신(神)이란 표현이 눈에 확 들어왔다. 에도가와 란포, 요코미조 세이시와 더불어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신이라 일컬어지는 야유카와 데쓰야의 작품은 다른 두 작가의 작품과 달리 이번에 처음 번역되어 나왔다. 다른 두 작가의 경우 워낙 유명하고 많은 작품이 번역되어 나왔지만, 유달리 이 작가만 이제 처음으로 번역되어 나온 건지 의문이 생긴다. 다르게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이렇게 번역되어 나온 것을 기뻐해야 하는 것이 먼저이겠지. 앞으로도 꾸준히 번역본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역자 후기를 보면서 <야유카와 데쓰야와 13개의 수수께끼>란 추리소설 시리즈에 대한 언급을 보며 군침을 삼켰다. 이 시리즈는 도착 시리즈로 유명한 오리하라 이치, 아리스 시리즈로 유명한 아리스가와 아리스, 우리에게 미미여사로 잘 알려진 미야베 미유키를 비롯해, 기타무라 가오루, 야마구치 마사야등 이미 우리나라에 번역된 작품의 작가들과 야마자키 준, 이와사키 세이고, 가사하라 다쿠, 기다 준이치로, 쓰지 마사키 등의 작가와 함께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들 중에는 이미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온 작품들도 있다. 이런 걸 보면 이 작가가 후배 양성과 더불어 앤솔로지 작업에도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일본 독자들에게 본격의 신이란 애칭을 부여받을 수 없는 작가로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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