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만사 다 귀찮고, 아무도 보기 싫어지고.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모든 걸 다 접고 산속으로 들어가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은 몇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찾아 온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저 문제가 터지고 하는 통에 피곤했다. 만사가 짜증나기도 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싫어졌다. 그럴 땐 정말 직장을 관두고 그냥 쉬고 싶었다. 어디로 떠나고 싶은 건 둘째 문제였다. 그저 쉬고만 싶었다. 하지만 사회 생활이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지. 직장을 관두면 당장 주기적으로 들어오던 수입이 없어지는 셈이니 쉽게 직장이란 건 포기할 수가 없었다. 

지금이야 일도 관두고 집안에만 콕 박혀서 우리 강아지들 털을 쓰다듬으며 책이나 읽고 지내지만, 사회 생활을 할 때는 정말 수시로 모든 걸 관두고 속세를 떠나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렇지만 지금도 가끔은 조용한 산 속에 들어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어쩌면 삶의 권태로움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늘 변함없는 생활에서 오는 염증이랄까.

세상도 어지럽고 경제도 어려운데 배부른 소리 하고 앉았네, 라고 누가 뭐라 그래도 난 할 말이 많다. 그들이 보기엔 내 생각이 어쩌면 배부른 투정일지는 몰라도, 일 안하고 논다고 고민 없고 생각 없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일할 때보다 지금이 이런 저런 잡생각이 더 많다고나 할까. 나이를 더 먹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등등의 구체적인 고민들. 그렇다고 지금 생활을 접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 마음 내키는 곳에 정착해서 그곳을 터전으로 살 용기는 없다. 그래, 용기가 없다. 

그러하기에 나와 달리 용기를 가지고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보면 늘 부러움이 앞선다. 이 책을 보면서도 그랬다. 지리산 한자락에 터를 잡고 사는 버들치 시인이나 낙장불입 시인과 고알피엠여사 부부, 최도사등을 보면 누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으랴. 책에 나오는 표현으로는 자발적으로 가난하게 사는 이들이라고 했던가. 왠지 그런 것도 부럽다. 왜냐면 난 지금 돈도 못버는 주제에 욕심은 많아서 그 욕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흥이나 즐기고 하는 인생은 아니지만, 때때로 그런 자신에 대해 자괴감이 느껴진달까.

하나를 가지면 둘이 가지고 싶고, 둘을 가지면 셋을 가지고 싶고. 욕심은 정말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제일 큰 소원이 하나 있다면 돈 걱정 없이 살아 보는 것. 이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겉으로는 체면차린다고 돈에 쪼들려 사는 티를 안내서 그렇지. 책을 읽다가 고알피엠 여사의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가슴에 푹 박힌다. 돈이 있어야 걱정이 생기지. 맞다. 돈이 있어야 걱정이 생긴다. 돈도 없는데 돈 걱정을 해봐야 아무 쓸데 없는 거다. 쿡 하고 웃음이 터지면서도 그래도 난 여전히 돈 걱정을 한다. 도시에 사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연봉 200만원이라며 스스로 부자라 하고, 행복해 하는 최도사. 연봉이 보통 사람 월급 정도(혹은 월급이하)의 돈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그건 아마도 모든 욕심을 속세에 버리고 지리산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리라. 모든 것은 욕심이었다. 욕심때문에 힘들고 불행하고 외롭다. 근데 그걸 버리기가 힘들다. 그래서 책으로나마 이렇게 위안을 받는다. 스스로는 뭘 할 깜냥도 되지 않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을 보면서 위안을 받는다. 비겁할지 몰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그것이다.

이들의 풋풋하고 순진하고 해맑은 삶의 모습을 보면서 까르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그들의 행복한 순간을 보면서 빙그레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때론 절망하고 좌절하는 일이 생길지라도 지리산은 그들의 모든 것을 품어주는 어머니처럼 그들을 늘 품고 있기에 그들은 그들의 삶에 또다른 행복을 더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기에 그들의 행복한 기운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파해줄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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