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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야시마씨의 우아한 생활 : 영국여행편
토노 하루히 지음, 마마하라 엘리 그림 / 삼양출판사(만화) / 2010년 12월
평점 :
구(舊) 명문귀족인 카야시마씨는 막대한 재산을 지니고 있지만 산다는 것에 권태로움을 느끼는 고독한 자산가이다. 호리호리하고 낭창한 몸매에 가느다란 선. 표정없는 얼굴. 모든 일에 의욕이 없는 몸짓.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에 밴 상류층의 행동은 그를 돋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사랑을 하기 전까지의 카야시마씨는 잘 만들어진 프랑스 인형같았달까. 감정 없는 눈매와 입술은 아름다웠지만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멀게만 했다. 갑작스런 부모의 사망과 어린 나이에 당주가 되어버려 너무나 큰 짐이 어깨에 놓여버렸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진심으로 원하게 된 상대는 그의 정원을 가꾸는 오만한 정원사였다.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그건 카야시마씨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신을 늘 지켜만 보다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고백을 해온 카야시마씨의 행동에 정원사는 처음에 화를 내지만 의외로 그의 명령에 순순히 따르는 카야시마씨를 보면서 정원사 역시 그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달콤하고 쌉싸름하게 진행중이다.
카야시마씨의 우아한 생활 2권 영국여행편은 두 가지 이야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번째로 나오는 <파티와 레이디와 영국식 정원>은 카야시마씨를 사윗감으로 점찍은 재벌 토지 켄이치로의 허술한 음모편이다. 자신의 딸인 카즈코와 어떻게든 연결시키고 싶은 토지 켄이치로. 하지만 우리의 카야시마씨는 허술해 보여도 고집이 있어 그 수법에 쉽사리 걸려들지 않는다. 토지 켄이치로의 초대로 그의 별장에 초대받은 카야시마씨는 정원사를 불러 들인다. 영리한 카즈코는 이미 둘 사이를 짐작하고 있었다나 뭐라나. 카즈코 역시 마음에 둔 사람이 따로 있었으니, 불미한 사고없이 이 이야기가 끝날 수 있었달까. 뭐 이건 중요한 건 아니고...
우리의 오만한 정원사. 나중에 등장해서 카야시마씨의 표정없는 얼굴을 단박에 바꿔 놓아 주신다.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카야시마씨의 얼굴을 보는 것은 나로서도 무척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형같은 얼굴이 사람 얼굴로 바뀌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두번째 이야기인 <환희의 5월 - 영국여행 편> 이 단행본의 핵심이다. 정확히 말하면 영국식 정원 순례라고나 할까. 다양한 정원들을 보는 것은 이 책의 또다른 재미이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것은 - 재미있다고 말하면 심술궂은 표현이려나 - 카야시마씨의 질투 본능이 깨어난다는 것이다. 사실 앞 이야기에선 정원사의 질투 본능이 깨어났겠지만, 워낙 오만한 정원사님이시라 겉으론 표시도 안난다. (푸핫)
이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정원사가 (이 사람 이름은 한 번도 안나온 것 같은데... 맞나? 기억이 가물가물) 예전에 영국 유학을 하던 당시의 친구인 싱고의 집에 머무르는 것이다. 이곳에서 2주간 머물면서 벌어지는 일이 최고의 에피소드랄까. 싱고는 지금 레슬리라는 멋진 영국 남성과 살고 있지만, 카야시마씨는 혹시 예전에 자신의 정원사와 싱고 사이에 무슨 썸씽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을 졸이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 친해 보이는 두 사람이었으니까. 의외로 이런 면에서 순진하고 귀여운 모습을 마구마구 발산해주시는 카야시마씨.
원래 마초 스타일보다 호리호리한 남성을 좋아하는지라 마마하라 엘리가 그리는 카야시마씨는 완전 내 타입이다. 순진하고 귀엽지만, 자신도 모르게 섹시함을 드러내는 남자. 물론 정원사 타입도 좋지만, 그래도 역시 난 카야시마씨가 더 취향이다. 으... 둘만 생각하면 아주 달달해, 그냥.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도 기대기대~ (간절!)
참, 카야시마씨의 우아한 생활 - 영국 여행편 -에도 짧은 소설이 실려 있다. 이번의 주인공은 카야시마씨의 비서인 코이즈미 마사키의 이야기이다. 카야시마씨와의 면접이 주된 내용인데, 카야시마씨는 그때 이미 정원사를 마음에 두고 있었구나. (笑) 문득, 2권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 비서인 코이즈미는 왠지 쿨뷰티 타입일 것 같은데, 코이즈미 이야기는 따로 없는 걸까?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