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아프리카 - 꿈꾸는 사진가 오군의 아프리카 트럭 여행
오세영 글.사진 / 나무수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난 아프리카를 좋아한다. 수많은 야생동물과 파괴되지 않은 자연.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자연의 사이클에 따라 순식간에 변하는 광경들. 그래서 그런지 아프리카에 관련한 티비 프로그램을 - 정확히 말하면 동물 다큐멘터리- 자주 보곤 한다. 인간의 눈으로 보기엔 잔인하고 잔혹한,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는 동물들의 모습에 난 경외심과 더불어 아름다움을 함께 느낀다. 이 책을 고를 때는 그런 생각을 하고 골랐다. 근데, 어라라. 의외로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적은 편이고,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그곳에서 본 것들과 경험한 것들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내 생각과 달라 살짝 실망스런 마음이 들긴 했지만, 일단 컬러 화보가 많은 책이라 내가 모르는 아프리카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찬찬히 읽어가기 시작했다.

작가는 약 60일간 아프리카를 여행했다. 그가 들렀던 나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케냐, 그리고 이집트이다. 난 저자가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왜 남아공을 처음으로 넣었는지, 아니 애초부터 남아공을 왜 넣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에 있지만 백인들이 득시글대는 곳이다. 아프리카의 참모습을 보기엔 남아공은 적당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저자도 도착해서 그걸 느낀 모양이다. 백인과 원주민들의 빈부격차, 식민지 시대의 유산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 있지만 아프리카 대륙에서 제외하고 싶은 나라이다. (뭐 내 생각이지만) 게다가 이때는 남아공 월드컴하고는 상관이 없었지만, 월드컵때문에 원주민들이 얼마나 피해를 많이 보게 되었는지.... 그래서 남아공편은 그냥 슬쩍슬쩍 보고 넘겨버렸다.

나미비아부터 본격적인 아프리카 여행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사막과 사바나, 국립공원, 야생동물로 가득한 땅이기 때문이다. 특히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의 듄은 사진으로 보는 데도 상당히 장관이었다. 사막은 메말라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땅처럼 보여도 수많은 동식물이 살아간다. 그들 나름의 생존법을 가지고. 사막이 푸르른 목초지였다면 벌써 인간들에 의해 파괴되었을 테지만, 사막이기에 여전히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보츠와나, 짐바브웨, 케냐는 야생동물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케냐의 마사이마라 지역은 내가 특히나 좋아하는 곳이다. 케냐의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나쿠루 국립공원은 빼놓을 수가 없는 곳인데, 작가 역시 들렀던 모양이다. 부시 워킹, 사파리 등을 즐겼던 모양인데,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지고 다니는 부시 워킹은 그 자체로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나 역시 내 체력으로는 부시 워킹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꼭 경험해 보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이집트의 경우 워낙 유적이 많은 곳이라 볼 거리가 많았곘지만, 의외로 바가지를 씌우는 상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많이 들었다. 사진 한 장을 찍어도 돈을 요구하는 그들. 누군가 처음 그런 것을 시작한 사람이 있었기에 그 사람들이 그렇게 변한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돈을 요구하는 일에 기분나빠하고 그들을 돈에 환장했다고 말하기 보다는 처음에 그들에게 돈 준 사람을 욕하는 게 더 좋을것 같은 느낌이다.

또한 아프리카의 곳곳의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이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난 무척 마음이 불편해졌다. 트럭을 타고 다니는 여행 - 트럭킹- 동반자들이 돈을 거둬서 그들에게 뭔가 선물을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고 하는 저자. 솔직히 말해서 난 그곳 사람들에게 당장의 지원도 필요하단 생각을 하고 있다. 그들에겐 오늘 끼니를 해결할 1달러가 필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후원도 필요하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쓰레기를 뒤지는 사람을 돕는 게 뭐가 나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이 자신들이 사는 곳이 파괴되지 않아 도시로 나올 일이 없었다면 충분히 자급자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나중의 후원이니 어떠니 하는 말은 내 눈에 곱게 보이지 않았달까. 또한 그런 말만 하는 대신 바람이 다 빠진 축구공을 차는 아이들에게 새 축구공을 선물하는 것도 값싼 동정과 적선에 불과한 일일까. 그래 놓고 15년 신은 헌 샌들을 물물교환할때나 100원짜리 볼펜을 받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즐거울 수 있었나?

그리고 햇볕에 화상을 입은 타냐의 이야기에도 좀 화가 났다. 의약품도 없고 제대로 된 의사도 없는 곳에서 대도시 병원 수준의 치료를 원할 수 있나? 그곳에는 단돈 몇백원이 없어 죽어가는 아이도 있다. 햇볕때문에 입은 화상을 입은 타냐를 보면서 고작 한다는 말이 안아픈게 최고라고? 그들의 의료 시스템이 열악한 것은 나라가 가난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을 생각이라도 해봤는지 묻고 싶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마음에 안들었다. 아프리카에 가는 일을 유럽 여행쯤으로 생각하고 갔나 싶어서. 아프리카에 다녀오고도 아프리카에 대해 잘 모르고 있군, 이란 생각이 들었달까. 최소한 아프리카 관련 다큐멘터리라도 좀 보면 좋지 않았을까. 트럭킹이나 여행정보 사이트만 본 게 여기저기서 티가 난다. 또한 야생동물 국립공원 둘레에 전기 철조망이 있는 것을 보고 동물이 불쌍하다느니 어쩌니 하는 말도 기가 찼다. 그렇게라도 경계를 마련해 둬야 인간들이 그 안으로 개간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동물들이 인간의 마을로 들어와 사살되는 일이나 사자같은 육식동물이 인간을 해치는 일도 줄일 수 있다. 그건 인가와 국립공원이 가까워서 그런 것인데, 도대체 뭘 보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프리카를 만만하게 보고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이 근사하다는 생각만을 하고 간 건 아닌지. 난 솔직히 이 책에 대해 좋은 감정을 못느끼겠다. 자신에 대한 자괴감을 느끼는 말에서도 난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내심이 깔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내 생각과 맞지 않아 크게 실망이었고, 다음에 아프리카에 가려면 제대로 공부하고 가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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