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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랄라! 1 - Yami 먹고 그리다
얌이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먹는 게 남는 거다, 한국인의 힘은 밥심!이라는 말을 신봉할 정도로 난 먹는 것을 좋아하고 잘 먹는 편이다. 예전에 직장 다닐 때는 육체노동자쪽이라 - 정확하게 말하면 애견미용사였다 - 밥을 든든하게 먹어 두지 않으면 허리가 펴지지 않을 정도였던지라 점심 식사로 공기밥 두그릇은 가볍게 뚝딱 해치웠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체 미용, 부분 미용, 목욕 등등등을 합쳐서 하루에 평균 10마리 정도의 개들을 상대하려면 - 개중에는 입질이 심한 녀석도 다수였다 - 밥을 든든하게 먹는 건 기본이었다. 또한 계절 행사처럼 오는 그레이트 피레니즈 수컷(몸무게가 55~60kg정도)을 목욕시키려면 기본 세시간. 끝내고 나면 기진맥진 눈앞이 노래지고 핑핑 도니, 잘 먹을 수 밖에 없었달까. 하여튼 그런 생활을 6년정도 하다 보니 회식때 고기를 먹지 않으면 안가고 싶은, 그런 인간이 되어 있었다.
지금은 직업병으로 -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 및 손목 터널 증후군 등 - 으로 직장을 그만 둬서 예전만큼 잘 먹지도 잘 먹히지도 않지만 그래도 맛있는 걸 보면 맛있게 먹는 편이다. 그런 내가『코알랄라』를 그냥 넘길 수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코알랄라』는 다른 음식 만화와는 달리 아주 소박한 음식들만 소개되어 있다. 아주 가난한 냉장고일지라도 다 들어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들과 더불어 한시간씩 차를 타고 가야하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아닌 길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음식들에 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그렇다 보니 다른 음식 만화를 보면서는 '그림의 떡이야' 라고 중얼거리면서 주린 배를 부여잡았다면『코알랄라』는 가난한 냉장고를 뒤져서라도 음식을 만들고, 5분이면 나갈 수 있는 재래시장에 뛰어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달까.
이 책에 나온 음식 중에 핫도그와 슈크림빵, 뽑기에 관해서는 나도 나만의 추억이 있다. 요즘 핫도그는 잘빠진 몸매의 프랑크 소시지가 온전한 것이 하나 들어 있었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닐 당시의 핫도그는 빵은 거대했지만 소시지는 새끼 손톱만한 것이었다. 그래도 핫도그는 특별했다. 그거 하나 먹겠다고 엄마 돈 주세요를 하면서 손을 얼마나 많이 벌렸던가. 게다가 아껴아껴 먹으며 소시지는 제일 나중에 먹었던 기억도 난다. 지금이야 소시지를 그때만큼 좋아하지도 않고, 소시지가 크기도 하기 때문에 덥석덥석 먹지만 그때는 아껴 먹어야만 했다. 핫도그는 매일 먹는 간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캬~~ 옛날 생각나누만.
슈크림빵은 내가 말하는 크림빵과 좀 다를지도. 어릴 때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목욕을 가면 꼭 먹는 것이 크림빵이었다. 물론 목욕탕에서 파는 것은 아니고, 목욕탕 근처의 1평 남짓한 빵집 - 이름도 없는 -에서 파는 크림빵과 야채빵은 목욕이 끝난후 먹는 특식이었다. 초등학교때 뜨거운 물이 가득한 목욕탕이 얼마나 싫었던지. 게다가 빡빡 미는 이태리타월이 얼마나 따갑고 아팠던지. 그래도 크림빵을 생각하며 참았다. 그렇게 먹는 크림빵은... 꿀맛이었다.
뽑기는 내가 사는 경상도 사투리로 ***이라고 불렀는데, 이게 사투리라 한글로 표현하기 참 애매하다. 하여간 세글자로 ***이라고 불렀다. 사실 불량 식품 종류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게 어찌나 쌉싸름하면서 달콤하던지... 지금은 먹으라고 해도 고개를 도리도리하겠지만, 원래 먹지 말라고 하는 게 더 맛있는 법 아니겠던가. 나역시 집에 있는 국자를 모던한 블랙으로 바꿔놓은 이력이 있다. (푸하~)
또한 엄마표 밥상. 아, 나도 눈물난다. 대학시절부터 자취를 했던지라 - 정확히 말하면 2학년때부터 - 엄마표 밥상이 진짜 그리웠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먹는 밥도. 그래서 내가 집으로 가거나 엄마가 한 번씩 오실때 싸오는 반찬이 그렇게 좋았다. 작가는 만화책 사느라 저녁을 굶었다고 하지만, 난... 술먹느라고 밥값이 늘 부족했으니까. 우움. 하여간 그땐 그렇게 살았다. 지금은 몸 사리느라고 술은 입에도 안대지만.
이외에도 떡볶이, 아이스크림, 티라미수, 비빔밥, 삼겹살, 수프 등은 레시피도 나와 있으니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때 참고해도 좋을 듯 하다. 특히 티라미수. 이거 제과점에 가면 진짜 비싼데, 의외로 만드는 법이 간단하다고 하니, 나도 만들어 볼까 싶은 충동이!
음식이란 것은 늘 추억과 함께 존재하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 옛날 생각 - 특히 초등학교 다닐 때 - 을 많이 하게 되었으니까. 추억의 음식은 죄다 맛있었던 기억만 난다.『코알랄라』는 이렇게 추억의 음식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현재 내가 가장 쉽게 먹을 수 있는 - 손만 뻗으면 가능한 -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책 띠지의 표현대로 '본격 다이어트 회피' 만화가 될 수 밖에 없는지도. 그래도 행복한걸,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