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 베틀북 그림책 67
바버러 쿠니 그림, 글로리아 휴스턴 글, 이상희 옮김 / 베틀북 / 2004년 12월
구판절판


작년에는 2시간여를 공들여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었다. 1.5m정도의 가짜 트리였지만 장식은 꽤나 많이 가지고 있어서 열심히 장식을 했건만, 올해 12월은 어찌나 바쁜지 트리를 꺼낼 생각도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냈다. 겨우 내놓은 것이라곤 직접 만들어 둔 루돌프뿐. 아, 허전해. 그래서 이번엔 크리스마스 트리에 관한 책을 골라 봤다. 내가 직접 장식을 하진 못해도, 눈으로 보는 기쁨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애팔래치아 산맥에 있는 파인 그로브 계곡.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때인지라 벌써 온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였다. 이 지방의 사람들은 눈이 오는 것을 하늘 할머니가 거위 깃털을 뽑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거위털이라, 눈이지만 차가운 눈이 아니라 포근한 눈일 것만 같다. 이 당시 세계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시끄러웠지만 이곳만큼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꼬마 루시는 그 해 봄, 아빠로부터 크리스마스 트리로 쓸 나무를 골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 이른 봄인데 벌써? 그건 파인 그로브 마을의 전통때문이었다. 매년 봄 한가족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미리 골라 놓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교회에 바치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루시네 가족 차례.

루시와 루시의 아빠는 올드 피니를 타고 올해 크리스마스에 쓸 발삼 전나무를 찾아 산으로 올라갔다. 발삼 전나무는 높고 험한 산중에 있는 경우가 많아 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멋진 트리용 나무를 찾게 되었다. 올해 사용할 크리스마스 트리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루시는 그 나무위에 빨간색 리본을 매달아 두었다.

그해 여름, 아빠는 군대에 징집되었다. 루시와 루시의 엄마는 아빠가 없어 나무를 내다팔지 못해 가난한 살림을 살아야만 했다. 둘이서 밭을 갈아 작물을 심었고, 새옷감을 사지 못해 낡은 옷을 기워입게 되었다. 엄마와 루시의 소원은 단하나, 크리스마스에 아빠가 돌아오게 해달라는 것 뿐이었다.

가을엔 루시의 아빠로부터 선물이 도착했다. 루시에겐 파란 리본, 루시의 엄마에겐 실크 스타킹. 전쟁이 끝나 크리스마스 전에 돌아오신다는 편지도 함께 있었다. 겨울이 되고 눈이 내리자 루시는 아빠를 마중하기 위해 기차역으로 나갔지만 아빠는 오늘도 돌아오시지 않았다. 아빠는 언제쯤 돌아오실 수 있을까.

학교에서는 크리스마스 연극 연습이 한창이었다. 그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치는 집의 아이가 크리스마스 천사가 된다. 루시는 천사역을 하기 위해 소매가 아주 큰 드레스가 필요했다. 넓은 소매는 천사의 날개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루시의 아빠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새옷감이나 레이스를 살 돈이 엄마에겐 없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트리때문에 교회 목사님이 찾아와 다른 집에 트리를 부탁하려고 한다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루시의 엄마는 반드시 루시의 아빠가 크리스마스엔 돌아오실 거라 하고 크리스마스 트리도 문제 없이 준비할 수 있을 거란 말을 했다. 그날 밤, 루시와 루시의 엄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자르기 위해 산을 올랐다. 캄캄한 밤, 무섭기도 했지만 엄마와 함께 노래를 부르니 루시는 더이상 무섭지 않았다.

아빠가 골라놓은 멋진 발삼 전나무. 루시의 엄마와 루시는 그 나무를 잘라 산을 내려와 교회 옆에 기대어 놓았다. 아침이 밝아 사람들이 그 나무를 보면 깜짝 놀라겠지?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루시의 엄마는 루시를 재워놓고 루시의 드레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드레스를 만들 새옷감을 살 돈이 없었던 루시의 엄마는 자신의 결혼식때 입었던 드레스를 이용해 루시의 드레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빠의 선물인 실크 스타킹을 잘라 인형을 만들고 루시의 드레스와 똑같은 드레스를 만들어 입혔다. 얼굴도 루시랑 꼭 닮은.

드디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이 되었다. 루시는 아이들과 함께 연극을 했다. 루시가 입은 천사옷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정말 천사가 날개를 펴고 있는 듯 했다.

행사가 모두 끝난 후 성 니콜라스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루시에게도 작은 선물이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린 선물도 아이들에게 골고루 나눠졌지만, 루시에겐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았다. 루시는 낙담에 눈물을 흘렸지만, 루시의 선물을 따로 있었다. 루시의 선물은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 맨 위에 달린 천사인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루시에게 커다란 선물이 하나더 기다리고 있었다. 전쟁에 나간 아빠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돌아오신 것이었다. 이 얼마나 근사한 선물인가. 루시에게 있어 그해 크리스마스는 최고로 행복한 크리스마스였고, 파인 그로브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 그해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 그렇지만 지금도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루시의 손녀가 루시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떠올리며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전쟁때문에 아빠는 전쟁터로 떠나고 가난하게 살아야 했던 루시와 루시의 엄마. 루시의 엄마는 루시에게 드레스를 만들어 주기 위해 자신의 웨딩드레스를 사용했고, 루시의 인형을 만들기 위해 아빠의 선물인 스타킹을 잘라 썼다. 왠지 오 헨리의 책인 크리스마스 선물이 떠오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크리스마스전에 돌아올 수 없는 아빠를 위해 직접 크리스마스 트리를 자르러 가는 대목은, 엄마가 아빠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의식으로도 보인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마련하면 반드시 그때엔 돌아올 거란 간절한 믿음이랄까, 그것이 느껴졌다.

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는 이야기도 아름답지만 그림도 너무나 아름다운 책이다. 두 번이나 칼데콧 상을 수상한 작가답달까.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사진으로 그 아름다움을 다 보여줄 수 없어 안타까울 정도이다. 게다가 색감도 얼마나 부드러운지... 모든 그림이 마음에 들었지만 두개만 집어서 이야기하라면 루시네 집을 그린 그림과 아이들이 연극을 하는 장면이다. 1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해가 1918년이니 이 동화는 1918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의 집의 모습이나 역사의 모습, 풍습등이 그림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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