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크리스마스 - 세상에서 가장 기쁜 날
해리 데이비스 지음, 타샤 튜더 그림, 제이 폴 사진,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7년 12월
품절


앞으로 며칠만 있으면 크리스마스. 벌써부터 설렌다. 서른도 넘은 나이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고 설레어 한다고 나이값 못한다는 소리는 하지 말기를... 예쁜 트리장식과 신나는 캐롤이 울려퍼지는데 조금 신나하면 어떤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크리스마스엔 별다른 일정은 없다. 뭐, 매년 그렇긴 하지만. 그래서 난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크리스마스 관련책들을 보곤 한다. 그것만으로도 크리스마스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택한 책은 타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이다.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푸근한 느낌이 들곤 했는데, 이번 책은 어떤 느낌을 줄까. 책 표지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지고 설레기 시작한다.

타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는 리스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좋은 회양목 나뭇가지를 골라 리스틀에 휘감고 그위에 장식을 한다. 모든 가족이 앉은 식탁위에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리스. 리스를 매다는 빨간 새틴은 타샤 할머니의 부모님의 결혼식에 쓰였던 것이다. 리스에는 양초를 꽂는데 이 또한 타샤 할머니가 직접 만든 양초라고 한다. 따스한 촛불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주는 듯 하다. 아 따스해. 성냥팔이 소녀도 이런 불빛을 보면서 따스함을 느꼈을까.

타샤 할머니가 살고 있는 곳에는 겨울에 눈이 유독 많이 내린다. 눈이 오면 외출하긴 힘들어도 이렇게 멋진 장관을 연출할 수 있다. 눈을 뭉쳐서 이글루를 만든 후 그 안에 양초를 넣고 불을 붙인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지?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빨간 망토를 걸친 타샤 할머니의 모습은 정령들의 여왕같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크리스마스에는 사람들만 즐거운 것이 아니다. 평소에도 좋은 대접을 받는 타샤 할머니네 동물들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더욱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젖을 생산하는 이 염소들은 신선한 풀과 사과등을 맛보고 있다. 염소 우리 안에도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 있다.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또한 집안에서 키우는 고양이 미누는 크리스마스 퀼트 이불위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코기들은 칠면조가 구워지길 기다린다. 타샤 할머니의 앵무새 한나는 칠면조 대신 접시위에 올라가 사람들을 놀래기도 한다. 아, 얼마나 유쾌한 풍경일지... 크리스마스에 대접을 받는 것은 타샤 할머니가 직접 키우는 동물만이 아니다. 새들에겐 신선한 모이와 도넛이 제공되고, 구근을 먹어치우는 말썽꾸러기 다람쥐들도 이날만은 좁쌀과 사과란 특식을 제공받는다.

타샤 할머니 가족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대충 백화점에서 사서 주는 것이 아니다. 직접 만든 선물을 서로에게 건넨다. 선물을 직접 만들어 건넨다는 것은 선물을 두 번 하는 셈이라고 한다. 물건을 만드는 과정이 첫 번째 선물이고, 완성된 물건이 두 번째 선물이니까. 요즘은 그냥 백화점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나온 선물을 그냥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만든 선물이라니, 그 정성에 받는 사람은 기분이 정말 좋아질 것이다. 벽난로 위에 매달린 양말 속에 무슨 선물이 들어 있을까.

타샤 할머니네 크리스마스 정찬의 모습이다. 잘 구워진 칠면조를 비롯해 직접 만든 젤리. 비록 음식 가짓수는 적을지 몰라도 그 자체로 화려함이 물씬 풍긴다. 앤틱한 촛대와 접시, 그리고 테이블클로스 덕분일까, 이 이상 화려한 크리스마스 정찬은 어디에도 없을 듯한 느낌이 든다. 타샤 할머니네 가족들은 식사를 하며 핑거볼을 이용한 음악회도 열었다고 한다. 유리잔위에 물을 묻혀 맑고 고운 소리를 내는 식탁. 그 어떤 오케스타라도 부럽지 않을 듯 하다.

크리스마스에 빠져서는 안될 것은? 그렇다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 타샤 할머니는 자신의 집에 있는 발삼 전나무를 직접 골라 장식을 한다. 크리스마스 장식은 150년도 더 된 것들이다. 게다가 직접 만든 진저브레드는 어떻고. 역시 크리스마스엔 진저브레드가 빠질 수 없다.

크리스마스 밤이 지난다고 해서 크리스마스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코기 코티지에선 크리스마스 다음날 아이들의 친구를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한번 더 열렸고, 인형들의 크리스마스 장식과 선물도 공개되었다. 또한 글짓기 대회도 열렸다고 하니, 크리스마스가 지났다고 쓸쓸한 기분을 느낄 겨를도 없었을 듯 하다. 지금은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해를 맞는 행사로 썰매타기를 한다고 한다. 눈밭을 썰매를 타고 지난다니, 이곳에서만 특별하게 열리는 행사일지도 모르겠다.

타샤의 크리스마스는 내가 읽었던 다른 책들과 달리 타샤 할머니의 그림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코기 빌리지의 모습이라든지, 크리스마스 행사와 관련된 갖가지 그림들. 이런 그림들이 사진과 이야기와 더불어 마법속의 세상으로의 문을 열어준 듯 하다. 100여년전의 삶을 살고 있는 듯한 타샤 할머니의 삶은 그자체로도 마법이었지만, 크리스마스란 더욱 화려한 마법이 더해진 이 책. 읽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부러운 크리스마스 이야기라고나 할까. 타샤 할머니는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천사들과 함께 근사하고 멋진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을 듯 하다.

사진 출처 : 책 표지, 책 본문(35p, 57p, 82~83p, 100p, 118~119p, 136~137p, 161p, 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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