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배트 2
우라사와 나오키 글.그림, 나가사키 다카시 스토리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에서 빌리 배트란 만화로 인기가도를 달리는 만화가 케빈 야마가타는 자신의 만화 주인공인 빌리 배트를 일본에서 본 적이 있다는 사람의 말을 듣고 일본으로 향한다. 당시 일본은 제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후 미군정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일본계 미국인인 케빈은 일본에 도착한 이래 기묘한 사건에 말려들게 된다. 자신의 친구 찰리가 죽었고, 시모야마 국철 총재가 기차사고로 사망했다. 자신의 친구를 죽였다고 생각한 케빈은 도망을 치게 되고, 자신이 그린 박쥐와 똑같은 박쥐를 그린 조후란 만화가와 만나게 된다. 조후가 그려내는 만화는, 일종의 예언서였다. 도대체 조후는 어떤 것에 영감을 받아 그 만화를 그리게 된 것일까. 그리고 케빈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런 수수께끼가 풀리기도 전에 또다른 수수께끼가 등장한다. 박쥐가 그려진 고문서를 추적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도대체 무엇이며, 조후가 그린 만화를 읽은 시즈코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누구인가. 이야기는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40년대 말에서 갑자기 시간을 뛰어 넘어 2천년전 예수와 유다의 이야기를 비롯해 50년전의 흑인과 백인이라는 다른 인종의 연인들의 이야기, 일본 전국 시대 고문서를 나르는 닌자의 이야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건 박쥐 그림이였다. 그 박쥐의 모습은 케빈이 그려내는 모습과 분명 달랐다. 조금은 시니컬한 표정의 박쥐. 그 박쥐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직 2권이지만 고문서에 등장한, 구세주가 그린, 조후가 그린 박쥐나 케빈이 그려낸 빌리 배트의 박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특히 구세주가 자신을 팔아 넘긴 유다에게 그려준 박쥐는 유다의 머릿속을 그려낸 것이라고 했다. 그건 바로, 선과 악.

인간은 선과 악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며 균형을 잡아가는 존재이다. 성경에 따르면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후 인간은 선과 악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가 되었다고 하니, 인류는 그 첫걸음부터 선과 악의 균형을 잡으려 무한히 애써온 존재라 봐도 좋을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악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 때에 따라 선과 악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한 사람을 희생함으로 해서 평화가 찾아온다면 악이라도 행해야하는 것일까. 구세주와 유다의 이야기가 각본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을 보면서 난 혼란스러워졌다. 유다가 구세주를 팔아 넘긴 것은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위함이 아니라 한 사람의 희생으로 피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막은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기에.

그렇다면 오다 노부나가가 활동하던 시대에 나타난 고문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전국시대는 일본 역사에서 혼란스러운 시기였으나, 결국 모든 것을 평정한 도쿠카와 이에야스에 의해 본격적인 바후쿠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전국시대의 고문서에 있는 박쥐는 단순히 선과 악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인간이 가져서는 안될 힘을 의미하는가. 그 고문서가 해방됨으로써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가.

1권을 보면서 문득 세계를 무대로 한 미국의 음모론을 그리고 싶은가 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 일본이 피해자란 관점에서 그려지는 듯한 우려도 들었고. 하지만 2권으로 접어들면서 그런 면은 많이 희석되었다. 그래서 그런 우려는 더이상 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오히려 선과 악사이에서의 선택이란 인류 최대의 무거운 짐을 그려내고 있는 만화로 보여진다. 스케일이 점점 더 커져서 다음 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튀어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케빈은 죽은 시즈코의 말대로 좋은 이야기를 그려 시즈코가 원하던, 두 연인이 원하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