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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ㅣ 가스파르와 리자 이야기 6
게오르그 할렌스레벤 그림, 안느 구트망 글,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2001년 7월
절판
크리스마스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생일을 제외하고 제일 기다려지는 날이 크리스마스라면 과장일까. 딱히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크리스마스란 단어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어린 시절엔 부모님께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매년 챙겨주셨다.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선물도 없어졌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잠들때 내일 무슨 선물이 기다릴까, 를 생각하던 날들이 무척이나 그리워진다.
리자와 가스파르는 크리스마스가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게 생각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거리는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였으니까. 상점마다 가득 가득 쌓여 있는 건 크리스마스용 선물들. 리자와 가스파르는 그 선물을 보면서 선생님께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리자와 가스파르는 곰곰히 생각했다. 선생님께 어떤 선물을 드리면 기뻐하실까. 가스파르는 장난감 권총이 두개니까 하나는 선생님께 선물하면 어떨까, 아니면 작년에 받은 롤러스케이트를 선물하면 어떨까, 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리자 생각에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듯 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리자와 가스파르는...
문득 선생님이 비옷이 없어 비가 오는 날 자전거를 타고 오실때 옷이 흠뻑 젖는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둘은 비옷을 만들기로 결정! 비옷 재료는 바로 욕실 커튼이었다. 욕실 커튼은 방수천 재질이니까, 재료로 딱이야!
리자와 가스파르는 욕조안에 의자를 놓고 욕실 커튼을 주르르륵 잡아 당겼다. 어이쿠야. 너무 세게 잡아 당겼나? 그래도 뜯어내는 것에 성공한 리자와 가스파르.
자, 그럼 이제부터 만들기 시작해 볼까나? 리자는 가스파르에게 의자위로 올라가 선생님 키가 되도록 올라가라고 하고 열심히 옷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거 어쩌지? 실과 바늘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 할 수 없지, 결국 리자는 접착제를 이용해서 옷을 만들기로 했다. 접착제를 쭉쭉 짜서 열심히 열심히 붙였더니...
어이쿠야, 이걸 어쩌나. 접착제를 너무 많이 써서 가스파르가 옷에 붙어버렸네. 영차영차, 가스파르가 입은 옷을 벗기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얼마나 딱 붙었는지 잘 떨어지지가 않았다. 결국...
리자는 가위로 옷을 잘라 다시 붙이기로 마음먹었다. 싹둑싹둑. 여전히 멋있는걸.
옷은 무사히 가위로 잘라냈지만 한가지 문제가 더 남았다. 엄마아빠가 이 옷이 욕실 커튼으로 만들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 가스파르와 리자는 노란색으로 물들이기로 하고 세탁기 안에 옷을 넣고 노란색 물감을 넣고 돌렸다. 자, 어떤 옷이 탄생할까나.
이윽고 세탁기가 멈추고, 둘은 옷을 꺼냈다. 그러나 옷은 노란색으로 물들지도 않았고, 옷크기가 확 줄어 버린 상태가 되었다. 이걸 어쩌나.
리자는 선생님에게 맞지는 않겠지만 선생님이 키우는 강아지인 장클로드에겐 딱 맞을 거란 생각을 하고 머리가 나올 구멍을 만들었다. 쓱싹쓱싹.
다행히 선생님은 리자와 가스파르가 만든 선물이 무척 마음에 드신 모양이다.
짜잔, 멋쟁이 장클로드 탄생. 장클로드는 이제 눈이 와도 비가 와도 괜찮을거야. 이렇게 근사한 비옷이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린 시절에 뭔가를 만든다고 뚝딱뚝딱거린 적이 무척 많았다. 비록 대부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고사리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건 힘들었다. 비록 어설픈 선물이라도 받는 사람이 기뻐하면 제일일 테지만, 사실 나이가 들고서는 직접 뭔가를 만들어서 선물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받는 사람이 마음에 안들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었고. 그래서 결국 급하게 선물을 사거나 상품권을 사는 것으로 대체했는데, 어찌 보면 정성이라곤 하나도 없는 선물이 바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리자와 가스파르가 자신의 손으로 선생님의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던 크리스마스 선물. 돈을 주고 무언가를 사기 보다는 손으로 만든 선물의 귀중함을 아는 것 같아서 기특하기도 했지만, 엄마 아빠 몰래 욕실 커튼을 뜯어 쓰고, 게다가 들키지 않으려고 노란색 물감으로 염색한다고 노란색 물감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둘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의 천진함이랄까. 어쩄거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결국 근사한 선물이 탄생하긴 했지만, 참 곡절 많은 선물이다. 그래도 돈을 주고 뭔가를 사는 것보다 자기들 손으로 근사한 선물을, 그것도 선생님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드리려 했다는 마음은 정말 기특하다.
글을 쓴 안느 구트망과 그림을 그린 게오르그 할렌스레벤은 부부 작가이다. 리자와 가스파르의 엉뚱한 선물 대작전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지만, 그림도 참 예쁘다. 유화 느낌의 그림인데, 단순한듯 하면서도 이야기의 내용을 모두 품고 있달까. 글을 못읽는 아이가 봐도 그림으로 모두 이해가 될 듯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