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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꺼내 쓰는 일본어 경어
슈후노토모샤 엮음, 가라사와 아키라 감수 / 시사일본어사 / 2008년 9월
평점 :

내년 2월이면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지 꼭 6년이 된다. 고등학교때는 제 2외국어가 프랑스어였으니, 서른이 다 되어서야 히라가나부터 시작해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게 된 셈이다. 시작 동기는 별거 아니었다. 아는 동생이 일본어 스터디를 같이 하자고 해서 시작했는데, 어느새 재미를 붙여서 이날까지 오게 되었달까. 시작하고 나서 일본인 친구가 생겼고, 그 사람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 メール友達 -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가 서투른 일본어로 메일을 보내면 교정까지 해서 답장을 해주는 아주 친절한 사람이었지만, 어떻게 된건지 세달쯤 지나 갑자기 연락이 뚝 끊어졌다. 조금 속상했고, 이건 경우가 아니다 싶긴 했다. (이날 이때까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나도 참 뒤끝있다, 그래도 康夫さん 그땐 고마웠어요) 그후엔 일본인 선생님과 일대일 스터디를 6개월가량 했다. (直樹さん, 그땐 고마웠어요) 그리고 나선 독학으로 공부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저 일본어 잘해요' 란 말은 죽어도 못하겠다. (笑)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첫고비가 찾아온 것은 동사변형을 공부하면서였다. 그 고비를 넘기니 사역형과 사역수동형에 움찔했다. 특히 사역수동형은 일본어가 가진 특수한 표현방법인지라 쓰는 것도 그렇도 해석도 그렇고 참 곤란하게 느껴진 적이 많았다. 왜 이렇게 비비 꼬아서 말을 하냐구!! 라고 항의하고 싶었달까. 그렇다고 외국어를 공부함에 있어 모국어와 다르다고 항의할 수는 없는 일, 그냥 꾹 참고 공부했다. 그 다음에 나온 고비는, 그렇다. 바로 경어다. 일본어는 경어 규칙이 꽤 복잡하다. 상대를 높이는 존경어와 정중어, 나를 낮추는 겸양어가 경어의 기본이다. 하긴 따져보면 우리말도 경어규칙이 꽤 복잡하지만 일본어도 꽤 만만치 않달까. 일종의 경어 공식을 외면서 공부했었다. 그래도 쓸 일이 잘 없다 보니 입에 잘 붙지 않는달까.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첫번째 장은 기본적인 경어 사용법에 대해 나와 있다. 올바른 인사방법과 주의해야할 인사법, 자기 소개, 명함을 주고 받을 때, 감사와 사과, 맞장구치기, 수긍의 표현, 사회 생활에 있어서의 여러 상황에서의 경어 표현등이 이 장에서 주로 설명되어 있다.

모든 페이지에 그림이 나온다고 얘기해도 과장이 아닐만큼 상황을 설명하는 그림과 글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이 책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또한 좋은 표현과 더불어 잘못된 표현도 함께 수록해 놓은 것도 좋은 점이다. 대화를 할 때는 좋은 표현만 하도록 하는 것이 좋지만, 다른 사람의 잘못된 표현도 캐치해내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그것을 상대에게 일일이 지적하면 안되겠지만, 그런 말을 들었을때는 (속으로) 스스로 그런 표현을 자제하도록 하기로 마음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러가지 경어 표현방법에 대해 나열해 놓은 페이지를 지나면 존경어, 겸양어, 정중어에 대한 일괄적인 설명이 따라온다. 존경어, 겸양어, 정중어를 만드는 법칙이 따로 있으므로 일단 외워두는 것이 좋다. 단어에 따라 お와 ご가 붙는 단어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보통 히라가나로 쓰는 일본 고유 명사의 경우 대부분 お가 붙고 한자어일 경우 ご가 붙긴 하지만 늘 변수는 있다. 그러하기에 변칙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아예 외우는 게 편하다.

두번째 장에서는 상황에 따른 테마별 경어가 나온다. 경어란 것은 대부분 집이 아니라 - 물론 집에서도 사용하지만 -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용하게 되므로 주로 사회생활과 관련된 상황에서 사용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회의라든지 프레젠테이션, 타사를 방문했을 때의 여러가지 상황에서의 경어 사용, 바로 대응하기 힘든 경우에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대처하는 법, 접대시 사용하는 경어, 고객 불만 처리, 상담등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모든 상황은 질문에 대한 올바른 대답법과 올바른 경어 사용법으로 표현된다.

이 페이지는 접객에 관한 아이우에오 법칙을 설명하고 있다. 밝게, 착실하게, 긍정적으로, 웃으며, 큰 목소리로 손님을 맞이하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음, 예전에 일본에 가서 물건을 사는데 점원이 웅얼웅얼 거리면서 말하던데... 그 직원은 교육을 제대로 못받았어나? 하는 생각이 이 페이지를 보면서 문득 들었다. 어쩌면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런 모습은 손님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교육을 받는 것 같던데, 사람 사는 곳은 대부분 비슷하니까, 라는 생각이 든다.

쿠션 언어. 뭔가 폭신한 느낌이 드는 표현이다. 쿠션 언어란 이야기를 꺼낼때 부드럽게 들리도록 하는 말을 뜻한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서두로 하는 한마디가 나의 인상을 바꿀 수도 있으니 꼭 익혀 두자.

두번째장의 마지막은 계절경어 표현이다. 일본인들은 설같은 명절뿐만 아니라 계절이 바뀔때도 문안 편지같은 것을 쓰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는 편지 형식이 아니라 인사 표현을 주로 소개한다. 계절 표현은 무난한 인사로 익혀두면 쓸 때가 많을 듯 싶다. 하긴 나도 일본인 친구들과 채팅을 할 때 날씨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계절이 바뀔 때는 물론이고 날씨에 관한 표현도 잘 익혀두면 쓸 데가 많다.

세번째 장은 TPO에 맞는 경어 사용법이다. 사회 생활을 하면 좋든 싫든 참석해야할 자리가 꼭 생기게 마련이다. 그럴때 잘 어울리는 경어를 쓸 줄 알면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미팅이라고 나오긴 하는데, 일본어에서 미팅은 회의를 의미한다. 이 상황을 보자면 合コン(소개팅, 여기 상황은 단체미팅?) 이라고 하는 게 좋을 듯. 이렇게 가벼운 자리에서 사용하는 경어를 비롯해 조심해야할 자리에서 쓰는 표현, 송별회, 레스토랑같은 곳에 갔을 때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표현들이 나온다.

결혼식과 장례식은 격식을 갖추어야 할 자리이다. 우물우물하는 것보다는 상황에 맞는 표현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장소가 바로 이런 장소이기도. 일본의 결혼식의 경우 특이한 점은 청첩장을 받은 사람만 참석한다는 것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장례식의 경우 고인의 얼굴을 보는 순서도 있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을 듯.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다. 그외에 향을 피우는 법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것은 아름답지 않은 일본어라는 파트인데, 이걸 보면서 한참을 웃었다. 웃겨서 웃은 것은 아니고, 내가 일본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 이런 표현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이 쓰는 말이나, 줄임말은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하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조어가 많아서 사실 나도 따라가기 벅차다. (汗) 이런 말은 친구들 사이에선 편하게 통용되지만 역시 어른들 앞이나 어려운 자리에서는 쓰지 않는게 좋다. 나같은 경우 반말과 남자말을 섞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처음에 친구가 그거 남자말이야, 라고 하면서 고쳐준 적도 있다. 내가 주로 쓰는 남자말은 わるい(미안), さあな(글쎄), いいな(좋은데) ,マジかよ?(진짜?) 등등등. 아, 그래도 난 1인칭 대명사를 私(わたし나 わたくし)라고 쓰지 俺, 僕란 표현은 안쓴다. 가끔 중년남자 말투를 쓸 때도 있긴 하다. 예를 들어, 分からない를 分からん이라고 쓰는 경우. 줄임말을 쓰는 이유는 단지 채팅할 때 편하니까, 라고 변명을 해두고 싶다. 직접 대화할 때는 남자말이나 줄임말을 잘 쓰지 않는다. (믿어주시려나?) (笑)
마지막으로, 킷캣 사진? (笑) 우리가 킷캣이라 부르는 이 초코과자는 일본에서 킷캇이라 부른다. 킷캇은 수험생에게 부적처럼 주기도 하는 과자이다. 그 이유는 킷캇의 발음이 きっと勝つ(キットカッ, 반드시 승리하다)의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 나도 일본어 경어와의 싸움에서 이기겠다? - 킷캣을 준비했다, 랄까? (笑)
나의 결심 : きっと勝ってやる!!!
앗, 경어책이니까, 一所懸命に頑張ります! (푸하하~~) (공부는 재미있게, 즐겁게!)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1p, 26~27p, 44~45p, 47p, 48~49p, 66~67p, 82~83p, 88~89p, 93p, 94~95p, 102+104p, 120p, 12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