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천재가 된 홍 대리 - 6개월 만에 영어천재가 된 홍 대리의 특급비밀 천재가 된 홍대리
박정원 지음 / 다산라이프 / 2009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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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때 알파벳 공부를 시작하여, 간단한 인사말 정도를 배우고 중학교에 입학했다. 요즘은 뭐, 태아일 때부터 조기교육을 한다지만, 내가 중학교에 갈 당시는 80년대 후반, 조기교육이란 말조차 없었으니 웃지 마시라. 하여간 그렇게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에서는 교양 영어를 배우고, 그후에 방통대 영문과에 편입해서 또 영어 공부를 하고, 그와 더불어 국가에서 학비를 지원해주는 관광통역 영어반에 들어가 또 6개월을 영어 공부에 매달리고, 그후엔 원어민 강사와 함께하는 영어 회화 강의를 듣고, 토익과 텝스 강의도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징하게 영어공부를 해왔다. 그래서 지금은 아동용 영어 원서(로알드 달이 쓴 책 정도)는 읽을 정도는 되지만, 회화는 거의 못한다. 읽기는 되는데, 말하기와 쓰기는 안된달까. 뭐, 이런 고민은 나말고도 나와같은 과정을 겪어온 사람들이라면 비슷하게 하는 고민일 것이다.

그래서 누가 영어로 내 소개를 해보라고 하면...
Hello, everyone! My name is ***. Please call me, **. I'm ** years old. My job is~~.  My hobby is reading. My favorite writer is **.

 뭐, 대충 이렇게 하면 더이상 할 말도 없다. 도대체 영어를 몇 년이나 했는데!!! 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난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이런 사람, 나만 있는 건 아니지? 

게다가, 더 속상한 것은 외국인이 천천히 이야기해주면 대충 뜻은 알아 듣는다는 것. 그러나 대답을 못한다. 아하하하.. (씁쓸) 참 낭패로다. 이런 적이 몇 번이나 있다. 내 친구의 남자 친구가 캐나다 사람이었는데, 이름은 랍이었다. (로버트의 애칭) 랍은 한국어도 잘 하는구만, 꼭 영어로 뭘 물어 봤다. 어느 날 내게 음료수 뭐 마실래, 라고 묻길래, 난 당당하게 Coke, please. 라고 대답했다. 근데, 코크는 코카콜라를 말하고, 펩시는 펩시라고 한단다. 쩝. 우린 콜라라고 하면 다 알아듣는데. 그후 내가 근무했던 직장은 분당에 있어서 외국인이 어찌나 많았는지. 영어로 물어보는 사람, 참 많았다. 거기서 근무하려면 영어가 필수였을지도.   

그리고 또 하나의 쓰라린 기억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방통대 다닐때 수업시간에 있던 일이 하나 떠오른다. 방통대는 한학기에 3일동안 선생님과 진짜 수업을 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 선생님이 원어민 강사였다. 수업할 부분을 한사람당 한문장씩 읽도록 하는데, 하필이면 내가 읽을 부분이 감탄사였다. Oh, boy~~라고 하는. 거참, 걸려도 이런 게 꼭 걸린단 말이지. 어쨌거나 감정을 넣어 읽었는데, 잘한다면서 또 해보란 거다. 정말 Oh, boy~~~ 랄까. 이런 맙소사, 이런 덴장덴장... 뭐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웃으면서 Oh, boy~~를 몇 번이나 말했다는...

이렇듯 난 오랫동안 영어를 공부했고, 외국인이 천천히 말해주면 어느 정도 이해는 하고, 영어 원서도 쉬운 책이면 읽을 정도는 되지만, 도통 말로 표현이 안된다. 사실 영어 울렁증도 있는 편이고, 외국인 울렁증도 있고, 수줍음도 탄다. 게다가 우리말과 전혀 다른 어순이라니. 제일 골치 아픈 게 이게 아닐까 싶다. 빅 팻 캣 시리즈를 쓴 무코야마 아츠코는 영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쉬운 언어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딜 봐서!! 라고 고래고래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다.

영어문법책이며 회화책이며 등등등 해서 이제껏 본 교재만 해도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한트럭 분량은 될거다. 게다가 영어 공부에 쏟은 시간을 합치면... 상상도 안되게 많을 것이다. 근데도 왜 난 영어가 안되는가. 이제 서른 중반, 포기해야할까? 그러나 포기하기가 싫다. 원래 어학쪽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영어와 일어는 잘 하고 싶은 마음인데, 영어는 도대체가 안되니...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인터넷 서점 사이틀를 뒤지다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너무 진부한 표현인가?) 처음 이 책을 받아들고서 페이지를 휘리릭 넘겨보는데 이거 뭐 한글만 잔뜩이고 영어는 별로 없다. 너, 영어책 맞아? 라는 의문을 가지고 차근차근 읽어 봤다. 오호라, 이거 재미있는데? 소설 형식의 영어 학습책이라니 처음 보는 형식이기도 하고, 일단은 영어가 많이 안나와서 좀 다행스럽기도 했달까. 외국 바이어와 프레젠테이션도 해야 되고, 외국 바이어와 미팅도 해야하는 홍대리가 6개월, 1,000 시간을 투자하여 영어를 마스터하는 과정은 놀랍기도 하고, 이거 정말 될까, 싶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학습법이랄까. 사실 책을 쓴 저자가 체대출신인데다 단 2년만에 영어를 마스터하고 영어강사의 길로 들어섰다는데 정말 놀랐다. 어휴, 도대체 얼마나 독종이길래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달까.


박코치가 홍대리에게 내 준 1,000 시간 프로그램이 바로 위의 그림이다. 총 10파트로 나뉘어져 차례차례 공부를 해나가는데, 좀 이상한 느낌이 든다. 문법도 없고, 단어 숙어 공부도 없고... 이렇게 하면 정말 될까 싶은 생각이 든다. 주요 골자는 반복학습이다. 또한 귀가 뚫려야 입도 뚫린다가 기본이다. 우리는 일단 눈으로 공부하는데, 귀를 먼저 뚫는다, 라. 하긴 일본어 강사로 유명한 후지이 아사리 선생님도 귀로 듣는 공부를 강력추천하시니 어쩌면 이게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연설문을 듣는 것은 - 나도 방통대 다닐때 연설문 공부를 했다. 그때 공부한 연설문이 바로 마틴 루터킹 목사의 연설문이었다. I have a dream으로 시작하는 - 생각외로 쉽지 않다. 발음에도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빠르기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또한 성우들의 정확한 발음과 달리 일반인들은 우물우물하는 발음이 많이 더 알아듣기 어렵달까. 근데 희한한 것은 아는만큼 들린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단어는 확실히 들린다. 그것에 포인트가 있달까. 스크립터를 보고 완전히 외워버리면 연설문의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건 당연한지도. 하지만 우리말로 된 연설문도 외우기 힘든데, 영어 연설문이면... 진짜 어려울 것이란 건 삼척 동자도 다 알 것이다.

그러하기에 반복과 꾸준함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체계적인 프로그램없이 하는 반복과 꾸준함은 영어란 것을 결국 기피하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박코치의 프로그램은 단계적으로 반복하여 꾸준하게 공부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난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전단계를 모두 완수할 수는 없을 듯한 생각이 들어 아쉬운 점이 많다. 예전에는 외국인이 많은 동네에 살았지만, 지금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으니까. 내가 일본어를 공부하면서도 막막했던 부분이 대화를 할 여건이 안된다고 해야 할까. 말은 해야 느는데 말이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일단 최선을 다 해보자. 연설문 듣기와 팝송 듣기, 영화 보기, 시트콤과 미드 보기는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니까. 가끔 미드를 보면서 내가 알아 듣는 말이 나오면 기뻐서 펄쩍 뛰고 싶었는데, 왠지 프로그램을 보니 그때 생각이 나기도 한다. 그래, 공부는 재미있어야 해. 물론 한단계 한단계 극복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다는 것은 수십년의 세월동안 뼈저리게 느낀 거지만 일단 재미있게 공부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되니까.


나처럼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겐 약간의 단점이 있는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영어 트레이닝의 수순이나 프로그램은 무척 좋다고 생각한다. 듣기로 시작해 쓰고 말하기로 끝낸다는 것. 일단 들려야 말을 하든 뭘하든 할테니까. 이 책의 완전한 리뷰를 쓰려면 아마도 최소 6개월은 지나야할 것이다. 6개월을 해봐야 나도 홍대리처럼 영어 천재가 될지, 수재가 될지가 판가름날테니까. 사실 내가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것처럼 의욕으로 충만한 것은 아니지만,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든다.  

홍대리, 6개월 후에 다시 만나자구~~~~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39p,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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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1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지방살면 힘든 부분이 있네요.
하지만 그건보다 저 프로그램대로 하려면 진짜 마음 먹고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스즈야 2010-12-18 21: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지방 사는 것 보다 더 문제는... 이 프로그램을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ㅎㅎ

2022-08-02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