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이 석이 초승달문고 23
오시은 지음, 박정섭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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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어른이 되면 더 재미있는 놀이를 많이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른이 되어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더 여유로워졌는데도 지금은 뭘해도 그렇게 재미있지가 않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조금씩 재미가 없어졌다고나 할까. 어린 시절엔 그저 주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늘 재미있게 놀 수 있었는데... 가령 할머니댁에 갔을 때는 - 당시엔 케이블 티비도 인터넷도 없었다 - 산으로 들로 쏘다니며 노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런 것은 비단 나만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어린 시절 뭘 하고 놀았는지는 지금 확실하게는 떠오르지 않지만, 어린 시절엔 뭘 해도 재미있었다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훈이 석이도 마찬가지이다. 동네 개구쟁이로 유명한 두 아이는 주변의 모든 것이 놀이터요, 놀잇감이 된다. 훈이네 엄마가 배달하는 요구르트 차량은 전쟁중 보급품을 실어나르는 차가 되고, 동네 개울에서는 물고기를 잡을 수도 있다. 이런 놀이는 날씨 좋을 떄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오면 종이배를 물에 띄우고 놀기도 한다. 아마도 겨울엔 눈싸움이며 눈사람 만드는 일에 열중할 거다.


무더운 여름날 훈이와 석이는 밖에서 놀다가 더워서 석이 엄마가 운영하는 미용실에 찾아가지만 혼만 나고 쫓겨난다. 둘은 뭐 재미있는 게 없을까 하며 찾아다니다가 동네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기로 한다. 석이는 해오라기 다리가 되어 물고기를 몰고, 훈이는 해오라기의 부리가 되어 물고기를 낚을 계획을 세우지만, 꼬마 두 녀석이 벌이는 일이다 보니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결국 둘은 말다툼을 하다 서로에게 물을 퍼붓기 시작하고 결국 그렇게 헤어지게 된다.


여름의 개천물에 푹 젖어 비린내가 나는 옷때문에 엄마에게 혼이 나게 생긴 훈이와 석이는 서로 상대방의 잘못이라며 서로의 탓을 한다. 게다가 석이와 훈이는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마귀할멈, 삼겹살 귀신을 운운하며 혼나는 것을 피하려 거짓말까지 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두 엄마마저 사이가 안좋아진다. 그 결과 훈이와 석이가 얻은 것은 심심한 시간뿐이었다. 그러기도 할테지. 만날 둘이서 놀다가 혼자 놀려고 하면 얼마나 심심하겠어.


엄마에게 혼이 나는 건 두렵지만 심심한 건 더 못참겠어서 훈이와 석이는 서로를 찾아 다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서로 엇갈리기만 한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나랑 놀기 싫은 거야? 잔뜩 풀이 죽어 들어온 훈이와 석이에게 아기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둘은 동시에 집밖으로 뛰어 나간다.

싸우고 만나는 것이 쑥스럽긴 해도 금세 다시 아기 고양이 돌보기에 나선 두 아이. 둘은 엄마에게 비밀로 하기로 하고 아기 고양이를 돌본다. 하지만 그날밤 아기 고양이를 몰래 보러 나간 두 아이때문에 엄마들은 아이가 없어졌다고 깜짝 놀라게 되고, 잠옷 바람으로 뛰어나갔다가 서로 마주치게 된다. 마귀할멈, 삼겹살 귀신 사건으로 서로 데면데면하게 지냈던 이웃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화해하게 된다.

이 책은 장난꾸러기 두 아이이의 이야기와 그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두 엄마 모두 싱글맘으로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편부모 가정의 아이답지 않게 밝고 명랑하지만 장난끼가 너무 많아 때로는 어른들에게 혼이 나기도 하는 훈이와 석이는 거꾸리와 장다리나 뚱뚱보와 홀쭉이 친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외모만 차이날 뿐 속알맹이는 똑같다. 그래서 두 녀석 모두 참 귀엽다.

훈이와 석이는 아이이다 보니 싸워도 금세 화해하고 싶어 하고, 또 금세 화해한다. 하지만 훈이와 석이의 거짓말때문에 어색해진 훈이 엄마와 석이 엄마는 아이들이 없어진 사건이 아니었다면 화해하는 데에 시간이 좀 더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게 아이와 어른의 차이랄까. 그런 걸 봐도 참 재미있다.

또한 『훈이 석이』의 문장 속에는 훈이와 석이, 훈이 엄마와 석이 엄마의 말이라든가, 행동을 나타내는 문장에서 댓구표현이 무척이나 많다. 그게 또하나의 읽는 재미를 준다. 또한 아이들의 상상에서 바로 튀어나온듯한 그림도 무척이나 멋지다. 특히 내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그림은 세번째 그림인 서로를 찾아다니는 훈이와 석이를 표현한 그림이다. 두 아이를 고양이로 표현해 놓은 것이 참 재미있달까.

우리 주변에 꼭 있는 장난꾸러기들인 훈이, 석이의 즐거운 여름 이야기. 기분 좋게, 와하하하 하고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26~27p, 40~41p, 48~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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