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양이들 봄나무 문학선
어슐러 K. 르귄 지음, S.D. 쉰들러 그림, 김정아 옮김 / 봄나무 / 2009년 4월
구판절판


표지에 보이는 네마리의 날개 달린 고양이들. 나뭇가지에 앉아 여유로운 표정으로 나을 바라본다. 이들의 황금색 눈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오히려 내가 이들에게 관찰당하는 느낌이랄까. 조금은 호기심 어린 표정의 고양이도 있고, 빙그레 미소 짓는 고양이도 있고, 약간은 경계하듯 쳐다 보는 고양이도 있다.

그건 뒷표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날개 없는 고양이는 물을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고, 한 고양이는 물고기를 잡으려는듯 앞발을 내밀고 있다. 하나는 야옹거리면서 위에 있는 고양이에 말을 거는 듯 하고, 두 녀석은 경계하듯 이쪽을 쳐다 보고 있다. 왠지 이 그림만으로도 이 고양이들의 각각의 성격이 다 나타나는 것 같달까.

얘들아,괜찮아. 난 그저 너희들의 모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 뿐이니까!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진 고양이들의 첫번째 모험

어미 고양이 제인에게는 네마리의 귀여운 아들딸 고양이가 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이 고양이 가족은 날이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 주변환경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 가고 있었다. 아기 고양이들은 엄마의 젖을 배불리 먹어 통통했다. 엄마에게 고양이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던 고양이들에게 드디어 때가 왔다. 이 네마리의 아기 고양이들은 도시를 떠나 독립을 해야한다. 도시는 고양이들에게 살기 힘든 곳이다. 그러니 날개 달린 고양이는 오죽할까.

셀마, 로저, 제임스, 해리엇은 엄마품을 떠나 하늘로 날아 올라간다. 아직은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른채 그들은 열심히 열심히 날아간다.

그렇게 며칠을 날아 이들은 드디어 나무가 보이는 숲에 도착했다. 힘겨운 날개짓에 지쳐 잠들었지만, 교대로 깨어나 망을 보고 서로를 보호했다. 날개를 접고 편안히 잠든 고양이들 뒤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고양이의 눈이 모험에 대한 흥분과 미묘한 두려움으로 가득해 보인다. 얘들아 힘내렴. 너희에게 꼭 맞는 장소가 있을 거야.

처음 숲에 도착했을 때는 주변에 사는 동물들이 이 고양이 사남매를 환영한 것은 아니다. 새도 아닌데 날아다닌다면서 겁을 먹고 두려워했다. 그러던중 제임스가 올빼미에게 잡혀 날개를 다치는 일도 발생한다. 하지만, 이들에겐 사랑을 나눠줄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행크와 수잔 남매는 날고양이들을 보고 두려워하지도 재미있다고 잡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맛있는 음식과 따스한 마음을 전해주었을 뿐.

세상에는 고양이를 괴롭히는 나쁜 손도 있지만, 고양이를 사랑해주는 좋은 손도 있다. 일반 고양이건 날고양이건 상관하지 않는... 그 손안에서 눈을 감고 골골거리는 제임스의 표정이 너무나도 편안해 보인다.

숲속 생활과 행크와 수잔 남매에게 어느 정도 익숙해진 어느 날, 고양이 사남매는 도시로 돌아가 엄마를 만나고 싶어졌다. 사남매중 그 역할을 맡은 것은 제임스와 해리엇이었다. 제임스는 날개가 다친 후라 여전히 불편하지만, 해리엇은 제일 막내지만 열심히 열심히 날아 자신들이 태어난 도시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들이 살던 곳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엄마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도시를 날아다니던 제임스와 해리엇은 길을 잃어버린듯한 아기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럴수가. 그 아기 고양이 역시 날개가 있었던 것이다.

작디작은 아기 고양이는 철거 예정 건물에 숨어있었다. 아기 고양이의 엄마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기 고양이를 달래고 먹이를 먹이고, 어느새 성장한 제임스와 해리엇은 작은 생명에게 자신들의 온기를 나누어주었다. 그러나, 그들이 있던 건물이 철거에 들어가게 되고, 이들은 그곳에서 나와 피신한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그들은 기적적으로 엄마와 재회하게 되고, 이 아기 고양이가 자신들의 동생이란 걸 알게 된다. 이 아기 고양이도 이제 독립할 때. 제임스와 해리엇은 아기 고양이를 등에 태우고 다시 숲으로 날아가게 된다.

아기 고양이를 본 행크와 수잔 남매는 아기 고양이에게 우유를 대접한다. 우유를 입가장자리털에 가득 묻히고 야옹~~하고 우는 아기 고양이. 그 행복한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러나 이 아기 고양이 제인은 혼자 있을 때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꼬맹이 제인, 도대체 혼자 있을 때 넌 무슨 일을 겪은 거야?

고양이 오남매의 즐거운 숲속 생활이 이어지던 어느 날, 숲바깥 도로 건너편에 사는 털뭉치씨의 아들 알렉산더가 모험을 떠났다가 숲에서 길을 잃는다. 개들에게 쫓겨 나무위로 올라갔지만 내려올 방법을 모르는 알렉산더 앞에 나타난 건 제인이었다. 제인의 도움으로 나무에서 내려와 날고양이들과 만나게 된 알렉산더. 행크와 수잔 역시 알렉산더를 반갑게 맞이한다.

알렉산더에겐 날개가 없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그런 것에 상관하지 않고 제인과 그 남매들과 친구가 된다. 알렉산더는 제인이 말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하며 제인이 말을 되찾을 방법을 생각해낸다. 제인에 대한 따스한 마음과 믿음, 그리고 제인의 상처를 치유해주려는 노력의 결실이었을까. 드디어 제인은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알렉산더, 넌 정말 멋진 고양이야!


언니오빠들, 그리고 알렉산더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제인. 드디어 제인에게도 때가 도래했다. 드디어 제인도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제인은 이제 아주 잘 날았고, 말도 잘했다. 떠날 때가 되면 누구나 떠나야 하는 법. 먼저 온 사남매는 이곳에 정착했지만, 제인은 더 큰 세상이 보고 싶었다.

도시로 날아가 어느 집으로 들어가게 된 제인. 그곳에 있는 아저씨는 제인을 무척 좋아했다. 예쁜 리본도 달아주고, 맛있는 음식도 주고, 외출할 때는 유모차에 태우고. 하지만 제인은 그곳이 너무도 답답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절대로 창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창문을 열면 제인이 날아가버릴 것을 안다는 듯이.

아저씨와 살면서 몸은 편했지만, 제인은 답답했다. 푸른 하늘을 날고 싶었다. 공기를 가르며 날고 싶었다. 하지만 매일 찾아 오는 사람들 앞에서 재주나 부리고 사진이 찍히는 게 점점 싫어졌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자신때문에 다른 날고양이도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고. 제인은 결국 그곳을 탈출했다.


제인의 엄마는 한 할머니에게 구조되어 함께 살고 있었다. 할머니는 제인을 아주 부드럽게 대했고, 창문을 닫지도 않았다. 게다가 제인의 목에 묶여진 리본도 풀어주었다. 그모습 그대로가 제일 예쁘다면서. 그후 제인은 도시와 숲을 왔다갔다하며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만약 할머니가 제인이 도시로 나와 처음 만났던 아저씨처럼 제인을 가둬두려고 했다면, 구경거리로 만들었다면 제인은 더이상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고, 자신의 형제들 역시 안전하게 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들 인간은 자신과 다른 모습을 가진 존재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차별하는 경향이 있다. 말로는 괜찮다, 이상하지 않다고 하면서 속마음은 다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예전에는 서커스단에서 그런 사람들을 구경거리로 전시하기도 했다. 같은 사람에게도 그런데 동물에겐 오죽할까.

겉모습이 다른 것이 차별의 이유가 될까? 동물들은 겉모습을 가지고 차별하지 않는다. 배척하지도 않는다. 생존의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 더이상 신경쓰지도 않는다. 날고양이들이 만났던 숲속 동물들 역시 날고양이가 자신들에게 해를 입힐까봐 무서워하고 두려워했을 뿐, 그들을 차별한 것은 아니었다. 오직 인간만이 그랬다고 할까. 하지만 인간이라고 모두 같은 것은 아니었다. 제인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돈을 벌려는 아저씨같은 사람도 있었지만, 제인의 생김새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다거나 흥미로운 것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 그리고 제인의 자유를 구속하지 않은 할머니같은 사람도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들은 오랜 기간을 통해 점점 진화해간다. 언젠가는 정말 이런 날개 달린 고양이들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들이 네 발로 살아가기엔 이 세상이 너무 위험하니까. 그때가 되면 고양이들에게 날개가 달린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어 이 고양이들이 더이상 외톨이로 지내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겠다.




사진 출처 : 책 표지, 9p, 10p, 20~21p, 48~49p, 51p, 103p, 105p, 133p, 153p, 156p, 177p, 1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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