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o Natsume Tesoro 테조로 - 오노 나츠메 초기 단편집 1998 - 2008
오노 나츠메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그 작가의 초기 작품이 궁금해지게 마련이다. 처음 읽었던 오노 나츠메의 작품이 가진 따스함과 유머러스함에 푹 빠진 나는 그녀의 작품을 하나씩 찾아서 읽게 되었다. 처음엔 사실 뭘 먼저 읽어야할지 모른채 그냥 무작정 읽었다고 해야 할까.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작가인지 어떤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노 나츠메 초기 단편집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작정하고 읽은 책이다. 몇 권의 단행본을 읽으면서 점점 좋아하게 되었고, 초기 작품은 어땠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나오는 만화의 작화를 봐도 섬세하다거나 아름답다고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말할 수 없지만, 단순한 그림 속에는 따스함과 정겨움이 가득하다. 물론 그림만 그런게 아니다. 스토리도 무척이나 따스해서 때로는 달콤하고 따스한 핫초코를 마시는 기분이 든달까. 

<뒤집어 입기>는 유학중인 딸을 만나러간 부인이 집을 비운 사이 쓸쓸해하는 남편의 모습을 담고 있다. 남자들은 아내가 집에 있으면 잔소리한다고 싫어하다가도 막상 집을 비운다고 하면 정색을 하고 반대한다. 어쩔수 없이 아내가 집을 비우면 그 빈자리를 역력하게 실감한달까. 우리말에도 사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그만큼 평소에는 늘 익숙해서 소중한줄 모르던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이 없어지면 그제서야 그 사람의 소중함을 안다는 소리일거다. 아내가 여행을 떠났다고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지만, 혼자 쓸쓸해 하며 집에 있는 아키씨의 모습과 아내가 일찍 돌아온다는 전화에 슬며시 미소를 짓는 모습은 우리 아버지랑 꼭 닮았다. 그래서 나도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을지도...

<콩나물 부부>는 한 노부부의 이야기이다. 부부는 살면서 점점 닮는다고 했던가. 삐쩍마른 몸매가 꼭 닮았다. 사람들이 자신들을 보고 금실이 안좋다고 오해를 하자 남편이 마음을 먹고 사람들 앞에 나선다. 그 추운날, 파르페를 실외에서 먹는 부부의 모습. 그림 엽서에 적힌 것처럼 날씨는 쌀쌀했을지언정, 마음만은 훈훈하지 않았을까. 이 부부의 이야기는 도시락과 관련한 단편에도 또 나온다. 아내의 외출에 마음이 불편한지 묵묵히 일하던 남편이 아내가 준비해놓은 도시락을 보고, 마당에 나와 도시락을 먹는데, 그 모습에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어쩌면 이 분은 아내의 도시락을 자랑하고 싶었던건지도 모르겠다. 고마운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이렇게 행동했다고 할까나?

도시락 단편중에 유난히 마음을 찡하게 만든 단편이 하나 있다. 아내의 죽음으로 아들과 둘이서만 사는 싱글대디의 이야기였는데, 아들이 엄마 얼굴을 꼭 닮은 도시락을 먹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려면 내 배에 대고 이야기를 하면 된다는 말에 가슴이 짠해지면서도 따스한 기운이 퍼져나갔달까. 어린아이는 어른들이 세상을 보는 시각과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것이 가장 잘 살려진 작품이 바로 이 작품.

<이바의 기억>도 무척이나 마음에 든 작품 중 하나이다. 어릴때 시설로 들어온 이바는 기억을 조작하며 산다. 그녀의 부모는 모두 사망했지만, 이바는 누군가를 보면 꼭 자신의 엄마, 아버지라고 이야기한다. 과거에 묶여 사는 그녀를 해방시켜준 말은... 단 한마디였다.

그외에도 오랜기간동안 할아버지와 만나지 않은 부자가 나누는 이야기, 감옥에서 나갔을때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 아들의 죽음을 앞두고 슬퍼하는 아버지의 이야기 등 수록된 모든 단편들은 각각의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때로는 가슴 아프게 스며들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따스함을 가지고 있달까. 또한 초기의 동인지 활동 시절의 만화나 잡지 수록 만화등을 보면 그동안의 그림 변천사가 눈에 들어온다. 초기작들은 선이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라면 뒤로 갈 수록 선이 정돈되고 깔끔해지는 느낌이랄까. 그림에 있어서는 약간의 변화가 눈에 띄긴하지만, 그래도 변치않는 것은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따스함이란 것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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