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서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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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코의 오빠 히로시가 어느날 갑자기 급우 두 명을 칼로 찌르고 사라진다. 그후 오빠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유리코는 오빠의 방에 있던 아쥬라는 책을 통해 오빠가 "영웅"에 홀렸고, 영웅의 파옥을 도울 최후의 그릇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유리코는 아쥬와 함께 오빠가 영웅의 서를 찾아낸 곳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오래된 이야기인 현자의 도움을 받아 유리코는 이름없는 땅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인을 받은 자(올 캐스터)가 되어 그곳에서 추방당한 무명승 소라와 함께 오빠를 되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오빠의 행적을 좇아 오빠가 다니던 학교 도서실에 왔을 때 유리코는 영웅의 이면인 황의를 입은 왕이 보낸 사역마와 마주치게 된다. 위험에 빠진 유리코. 그때 재의 남자라는 늑대가 나타난다.

유리코는 재의 남자와 함께 오빠를 그렇게 만든 <엘름의 서>가 존재했던 나라 헤이틀랜드로 향한다. 헤이틀랜드는 오랜 기간 동안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아왔으며, 또한 내란 또한 오랜동안 끊이지 않은 척박한 나라였다. 오빠가 영향을 받은 책은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마법서인 <엘름의 서>였다. 그곳에서 올 캐스터로서의 능력을 조금씩 익혀가며 오빠의 행적을 추적하던 유리코 일행은 영웅이 서서히 부활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그것'과 추방당한 무명승 소라의 정체, 그리고 이번에 파옥에 성공한 영웅의 정체가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1권은 현실과 판타지가 반반 정도였다면 2권은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판타지이다. 그렇다보니 마법, 마도서 같은 판타지 성향이 강한 것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유리코가 마법을 익혀 올 캐스터로서 임무를 조금씩 해나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분명한 한계는 있다.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도 많고,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쳐 판단을 잘 내리지도 못하기도 한다. 또한 잘생긴 의사 선생님에게 반해 자신의 임무를 잊는 일도 있다. 또한 두려움에 주저하기도 하고 움츠러들기도 한다. 이는 아이의 한계이자, 인간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말을 안들을 때가 있기도 했는데, 같이 다니는 늑대 디미트리를 보면서 참았달까. (笑)

작은 나라 헤이틀랜드의 역사와 비극적인 사건들. 그리고 그 곳에서 한떄는 영웅으로 추앙받다가 패주가 되어 버린 슬픈 왕의 이야기가 2권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핵심이 된다. 하지만 엉뚱한 설정이 좀 많았달까. 특히 카타르할 수도원의 지하에 갇혀 있는 '그것'의 정체를 알았을 때는 경악을 금치못했다. 헉! 소리가 나왔다고 할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것이 '그것'이 결국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일을 만들었으니,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또한 한때 영웅이었다가 패주가 되어 슬픈 종말을 맞이한 젊은 왕이 부활하고자 했던 의지도 이해가 된다. 자신이 사랑한 나라가 그렇게 피폐해져가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었을 테니까. 소라의 정체는 중반부부터 어느 정도 짐작이 되었는데, 그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운명이란 때론 너무나도 잔혹한 것이기 때문에...

유리코의 임무는 유리코가 알던 것과 다른 것이었다. 이번 영웅의 파옥과 최후의 그릇의 역할이 여느때와 달랐기 때문이다. 유리코는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어른들이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았을까. 가여운 유리코. 하지만 이 또한 정해진 운명이니 거스를 수가 없다. (이는 이 이야기를 만든 작가의 책임이다. 笑)

우리는 때로 이야기의 힘이란 말을 한다. 아무런 형체도 갖지 못한 이야기(책이 되면 활자화되긴 하지만)가 사람들의 마음을 휘젓고 때로는 나쁜 행동을 하게도 만든다. 여기에서의 히로키 역시 영웅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용납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이는 히로키가 겪은 일을 놓고 생각한다 해도 잘못된 행동임에는 분명하다. 이렇듯 이야기란 것은 고유의 힘을 갖는다. 오래된 이야기일수록 더 큰 힘을 가지기도 하고, 때로는 소멸하기도 한 후 또다른 이야기로 태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야기란 것이 영웅과 황의를 입은 왕이라는 두가지 측면을 모두 가진다고 봐도 되는 것이 아닐까. 이야기의 긍정적인 힘과 부정적인 힘, 그것이 바로 영웅과 황의를 입은 왕이 아닐까. 우리 인간들은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 이야기들은 시간을 지나면서 첨가되거나 삭제되기도 하고 변형되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들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야기 자체는 죄악이 아니다. 그릇된 것도 아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결국 영웅의 서도 또하나의 이야기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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