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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고도 1
호시노 릴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지금껏 여성향 만화를 주로 그려오던 호시노 릴리가 순정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을때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 반신반의하며『소녀요괴 자쿠로』를 읽기 시작했는데,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을 했다. 메이지 시대라는 배경도 마음에 들었고, 요괴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를 그려내고자 하는 설정도 꽤 마음에 들었다. 그에 비해『꿈꾸는 고도』는 완벽한 판타지물이다. 마법이 존재하는 고에티메아라는 왕국을 배경으로 그리고 있는 만화이기 때문이다. 표지도 그렇고 제목도 꽤나 마음에 들어서 일단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쳤다.
고메티메아 왕국의 제 1왕녀 올가는 마법을 좋아하는 공주님이다. 혼기가 찬 지금 구혼자들중에서 남편을 골라야만 하는 올가는 일부러 어려운 주문을 해서 혼례를 미루고 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건 어릴 때부터 올가를 지켜온 친위대장 지오토이다. 올가의 다섯번째 요구에 구혼자들이 가져온 마법의 보물 중에 있는 서클릿. 그것은 올가를 이국으로 데려가 주었다. 그곳에서 만난 복면의 남자와 그곳의 공주 아베드. 올가와 아베드는 생김새만 다르지 많이 닮아 있다. 억지스런 혼례를 치뤄야하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올가가 가진 마법의 보물과 똑같은 것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도 꼭 닮았다.
내용은 생각보다 마음에 들지 않았달까. 앞이 너무 빤히 보이는 설정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올가와 아베드는 서로 다른 세계에 공존하는 같은 인물, 지오토와 복면 남자 역시 같은 인물이 아닐까 짐작된다. 아베드는 자신의 운명을 거역하지 못했지만, 올가는 자신의 운명을 거역할 것이란 것도 대충 짐작이 된다. 안그럼 이야기가 안되니까. 그리고 올가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해질거다... 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잔혹동화같은 설정이 있긴 해도 결국엔 동화로 끝날 것 같단 소리다. 더군다나 난 올가의 캐릭터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자기중심의 어리광쟁이에 불과하니까. 즉, 스스로의 잔혹함이 어떤지도 모르는 어린아이와 같다. 아이는 천진난만해서 잔혹하다, 뭐 그것과 비슷한데 올가는 천진난만은 아니고 세상물정을 몰라서 잔혹하다고 할까. 하여간 조금은 식상한 분위기로 흘러가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
역시 판타지는 함부로 그릴 게 못되는 건지도. 게다가 이 책이 일본에서는 2008년에 처음 단행본화되었는데, 아직도 2권이 안나왔다. 잡지 연재중인데, 격월로 연재를 하는지... 하여간 처음부터 마음을 휘어잡는 매력이 없는데, 이 작품을 기다릴 사람이 있을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