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민츠
나카무라 아스미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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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란 것은 사람에게 있어 자신을 규정하는 것이며, 상대가 수많은 타인과 나를 구별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이름이란 것이 동시에 존재하기도 한다. 즉 생판 남인 사람인데, 이름이 같은 경우도 수없이 많이 존재하는 것이다. 내 이름도 조금은 흔한 편이라서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을 종종 만나곤 한다. 하지만 아직 현실에서 만나본 적은 없다.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누군가를 티비에서는 본 적은 더러 있다. 그런 경우엔 난 그 사람을 보면서 - 물론 한자는 다르게 쓰겠지만 - 이름의 발음이 같다는 것만으로 묘한 느낌을 받는다.

이치카와 미치오(壱河光夫)와 이치카와 미치오(市川光央)는 똑같은 이름을 가졌다. 물론 한자로는 뜻이 다르기 때문에 완벽하게 같다고는 할 수 없어도, 발음이 같기 때문에 서로를 처음 만났을 때 묘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치카와 미치오(壱河光夫 : 책에서는 밝은색 머리카락)은 고교시절 이치카와 미치오(市川光央 : 검은색 머리)를 만난 후, 인생이 크게 바뀌어 버렸다. 잦은 괴롭힘에 돈을 갈취당하고, 여자친구마저 빼앗겼다. 그리고 성인이 된 후에도 그런 관계는 변치않았다.

어느 날, 미치오(光夫)에게 미치오(光央)가 전화를 걸어 온다. 자신이 여자를 죽였다고 하면서. 미치오(光夫)는 미치오(光央)와 함께 여자를 땅에 묻어서 유기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날 이후, 잔뜩 겁에 질린 미치오(光央)는 자신이 여자를 죽였다고 자수하지만, 여자의 시체는 어디에도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난 처음엔 미치오(光夫)가 이제껏 자신이 당한 일을 미치오(光央)에게 복수하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야기는 전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나오는 고교시절 이야기는 뭔가 묘한 것을 감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치오(光夫)는 미치오(光央)를 절대로 떠날 수 없다. 그건 역으로도 마찬가지이다. 둘은 어떤 질긴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있었다. 여성과 남성, 그리고 또하나의 존재. 그들은 처음부터 하나일 수 밖에 없는 존재였던가. 이제껏 지배자와 피지배자처럼 보이던 이들의 관계는 생각과 다른 것이었다.

난 다시 태어날 거라고 말하며 자신의 몸에 자해를 하는 미치오(光夫)와 미치오(光央)를 보면서 섬뜩하면서도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배를 타고 가면서 미치오(光央)가 미치오(光夫)에게 말한 것, 그리고 그에 대한 미치오(光夫)의 대답에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제껏 일방통행적인 것처럼 보였던 그들의 관계가 마침내 같은 곳을 마주보게 되는 것으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더블 민츠 다음에 실려있는 단편인 온실의 과실은 조금은 독특한 느낌의 단편이었다. 더블 민츠는 음울하고 우울한 기운이 많았다면, 온실의 과실은 따스하면서도 밝았다. 좀 이상한 관계이긴 해도 말이지.

나카무라 아스미코의 작품은 처음에 읽었던 것들은 따스하고 유머러스한 작품이 많았는데, 최근에 번역되어 나오는 것은 음울한 작품들이 많다. J의 모든 것도 그렇고 더블 민츠도 그렇고. 똑같은 작가가 그린 것인데 이렇게 분위기가 다르다니 하는 감탄이 나온다. 하지만 난 역시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 좋다. 다음에는 밝은 느낌의 작품을 만나고 싶은데, 그건 나의 바람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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