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개
미치오 슈스케 지음, 황미숙 옮김 / 해문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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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의 작품 중 일명 십이지 시리즈라 불리는 작품 중의 하나인『솔로몬의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인 개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의 작품 중『외눈박이 원숭이』와 『용의 손은 물들고』역시 십이지에 속하는 동물을 제목에 사용하고 있는 작품이다.

책을 받고 책 뒷표지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 혹시 이 소설이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줄까 싶어서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알래스카 말라뮤트나 시베리안 허스키, 도사 믹스견등 대형견에 속하는 개가 일으킨 인사 사고가 있었고, 외국에서도 엄마의 부주의로 인해 아이가 개에게 물려 숨진 사고가 있었던 만큼 나처럼 개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미리부터 걱정이 된 것이었다. 다 읽고 나서는 걱정을 좀 덜긴 했지만...

아키우치, 쿄야, 히로코, 치카는 같은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이다. 그러나 어느 여름날 일어난 사고는 그들의 운명을 바꿔 놓고야 만다. 그들의 다니는 대학의 조교수인 시이자키의 아들 요스케가 그들의 눈앞에서 교통사고로 죽어 버린 것이다. 그 당시 요스케는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오비를 데리고 있었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오비가 갑자기 차도로 뛰어 들면서 요스케가 그 힘에 이끌려 차도로 끌려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후 오비는 사라져 버렸고, 요스케의 죽음은 의문으로 남았다. 몇 달 후, 이들 네명은 한 카페에 모여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아키우치는 이들 중에 요스케를 죽음으로 몰고간 범인이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소설의 구성은 카페에 모인 네 명이 그날 있었던 일과 그들이 함께 보낸 시간들에 대해 회상을 하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날 횡단보도 앞에 멈춰서서 꼼짝도 않던 오비는 왜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게 된 것일까. 그 당시에는 몰랐던, 아니 그냥 스쳐지나버렸던 일들을 새롭게 떠올리며 사건의 진상을 조금씩 밝혀간다. 그렇다 보니, 소설의 내용은 새로운 수수께끼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요스케 사망사건의 핵심은 오비가 왜 그런 폭주를 했는가에 있다. 개들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폭주를 하지 않는다. 틀림없이 원인이 되는 무엇인가가 있었음이 분명하지만, 그것을 파악하지 않는 이상 사건의 수수께끼는 풀리지가 않는다. 마미야 교수는 커밍 시그널, 우편배달원과 부(負)의 강화, 공격 신호 등 개의 습성과 관련한 이야기를 아키우치에게 들려주면서 오비의 행동을 추측해보려 한다. 바로 여기에 모든 수수께끼가 있는 것이다.

또한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답게 약간은 오컬트적인 요소도 들어간다. 물론 다른 작품에 비해 그 경향은 좀 덜하지만... 하지만 내가 일본인이 아닌 이상 절대 깨달을 수 없는 것이 분명 있었다. '그 단어'가 그렇게도 읽힐 줄 내가 어떻게 알겠나. 영어식으로만 생각했지, 일본어 발음으로는 생각도 못해봤는데, 거기서 뒷통수를 한 대 맞았다고 할까. 그렇게 되니 오비의 행동에 대한 수수께끼외의 수수께끼가 죄다 풀렸다. 왜 그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 그들이 만났는지, 카페의 주인은 누구였는지.. 등등등 (더이상 하면 강력 스포일러가 되므로 여기서 이만)

당시 오비의 행동은 정당한 것이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지만. 요스케의 사고 이후 사라진 오비가 발견된 곳은 요스케가 실려간 병원 잔디밭이었다. 구급차를 뒤쫓아 갔던 오비, 그러나 병원에 들어간 요스케는 두 번 다시 걸어서 나오지 못했다. 개는 죽음이란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소중한 사람의 부재란 것에 대해서는 인지한다. 그러하기에 요스케를 그토록 기다렸던 것이다. 또한 비를 그렇게 무서워함에도 불구하고 빗속을 달렸던 오비의 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고 아프다.

반려동물의 돌발행동으로 인한 어린아이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솔직히 말해 참 우울한 소재의 미스터리이다. 난 솔직히 말해서 어린아이가 죽는 책은 정말 싫다. 아무리 허구라해도 너무나도 가엽기 때문이다. 물론 비명횡사한 사람들이 모두 안타까운 건 사실이지만, 그 대상이 아이인 경우 더 그렇게 느껴진다. 게다가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이자, 가장 충성스러운 존재인 개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고 했을 때는 마음이 더 무거워지게 마련이다. 사람들의 경우, 그런 사고가 나면 이유불문 무조건 반려동물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처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서의 오비는 너무나도 충실한 개였기 때문에 그런 사고를 일으켜버린 것이기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마미야 교수나 아키우치는 융통성있게 사고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작품 속에는 트랩이 곳곳에 존재한다. 일종의 서술 트릭이기도 하고, 복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가 워낙에 잘 숨겨 둬서 나중이 되어서야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것이 직소 퍼즐 조각처럼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면 전체가 보이게 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분명 있다. 이는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에서 보이는 공통적이 경향인데 뒷심이 좀 약하다는 것이다. 크게 일을 벌여 놓고 순식간에 정리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것이 좀 보이는데다가, 일본인처럼 생각하지 않는 이상 절대 맞출 수 없는 트릭이 있어 그런 부분에서 좀 신경질이 났달까. 또한 번역의 문제인지, 문장이나 스토리 흐름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띈 것도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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