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 6 - 태극편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어둠이 완벽한 어둠으로 존재하던 헤이안 시대. 음험하면서도 낭만적인 어둠 속을 바람 따라 흐르는 구름처럼 표표히 살아 가는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와 피리의 명수이자, 아베노 세이메이의 술친구인 미나모토노 히로마사 콤비의 여섯번째 이야기. 

이제 번역서 읽는 것도 거의 끝단계에 이르렀구나. 음양사 별전인 나미나리 아씨를 제외하면 이제 남은 책도 없다. 원서로는 꾸준히 나오는 듯하지만 번역서는 더이상 나오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래도 어쩌랴. 그저 그렇게 받아들일 수 밖에. 

음양사 6권인 태극편에는 총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태극권의 특징은 다른 단행본에 비해 잔인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무섭다기 보다는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작품들이 다수랄까. 첫버째 단편인 <이백예순두 마리의 풍뎅이>에는 5권에 등장한 다치바나노 사네유키의 딸 쓰유코가 다시 나온다. 벌레를 좋아하는 이 아가씨는 그 시대 여인상과는 좀 다른 인물이라 무척 흥미로웠다.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정도로 여겨지던 헤이안 시대였으나, 쓰유코는 그런 것에 속박되지 않은 인물이었달까.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상이다.) 쓰유코가 세이메이를 찾아온 것은 기이한 일을 의뢰하기 위함이었다. 그것은 히로사와의 편조사란 절에 나타나는 황금색 벌레에 관한 일. 스님이 독경을 하면 나타나고, 아침이 되면 사라지는 이백예순두 마리의 풍뎅이. 그것의 정체는? 이 작품은 무섭다기 보다는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작품이었다.

<망치 귀신>은 백귀야행과 마주친 남자가 귀신에게 부려지는 이야기이다. 원규의 병이라는 원인 모를 질병을 앓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앓는 원규의 병의 정체는 무엇일까. 특히 재미있는 것은 후지와라노 중장이 이 병을 앓게 된 원인이었다. 어쩌면 소심한 복수극이었으려나.

<대추승려>의 이야기는 우리말 속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가 떠올랐던 작품이다. 수행을 하는 승려도 역시 사람이었나 보다. (笑) 하지만 마지막에 그 승려의 입에서 과실 냄새가 났던 이유가 나오자 갑자기 섬뜩해졌달까. 역시 상상은 심하게 하면 안된다.

<동쪽에서 온 사람, 귀신을 만나다>는 귀신의 집 이야기이다. 낯선 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알려주면 안된다는 이야기랄까. 이름이란 것은 고유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상징하는 것이다. 때때로 아베노 세이메이가 이형의 존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 것도 그런 의미이다. 이름 역시 주이기 때문이다. 

<사토루> 는 당나라 요괴의 이름이다. 일본에 웬 당나라 요괴,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요괴란 것은 원래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는 존재이니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쓰지 말자. 사토루는 마음을 먹는 요괴이다.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먼저 말하면서 사람의 생각을 먹는데, 생각을 먹힌 사람은 사람이란 주만 남을 뿐, 나머지는 갓태어난 아이와 같은 상태가 된다고 한다. 세이메이는 사토루를 어떻게 퇴치했을까? 역발상의 퇴마랄까. 
 
마지막 작품인 <하리마 동자>는 쇼쿠 성인과 관련한 일화이다. 쇼쿠 성인에게 찾아온 젠니시 동자와 그가 훔쳐낸 물건이 벌이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태극편에서도 아시야 도만이 등장한다. 역시 지저분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며 돈 될만한 일을 찾아다니지만, 그래도 그 나름의 멋이 있달까. 아시야 도만 역시 세상이 자신을 보는 눈에는 무심하다는 면에서 아베노 세이메이와 많이 닮아 있다. 늘 라이벌 관계로 그려지는 두 사람이지만, 음양사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듯 하다. 때로 서로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는 모습이 낯설지만 이상하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태극편에서는 세이메이의 활동이 좀 부진한 듯도 하다. 그다지 어려운 의뢰도 까다로운 의뢰도 없었으니. 하지만 그만큼 히로마사와 세이메이가 나누는 이야기가 더 많았으니 그걸로 족한가.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가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같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우정이란 것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특히 첫번째 단편에서 두 사람이 스노코 위에 앉아 하루종일 가을 정원을 바라보는 장면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아무말 없이 반각 가까이 지나도 서로 불편해 하지 않는 것. 침묵도 편한 상대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것도 앞으로 단 한 권. 설레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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