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취향
이새인 지음 / 청어람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취향만큼 한 개인을 잘 드러내 보이는 것이 있을까. 그만큼 취향이란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다른 사람은 고개를 휘휘 저어도 난 이게 좋아라고 하는 고집같은 것. 내게 있어 취향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는 바로 그러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기호란 것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취향과 이상은 엇비슷하게 쓰이기도 하지만, 이상이 약간의 비현실적인 어떤 것의 의미를 내포한다면, 취향이란 아주 현실적인 어떤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저 사람 내 이상형이야, 라는 말은 늘 마음에 품고 왔던 생각과 똑같은 모습을 지닌 어떤 것이란 뜻이고, 저 사람 내 취향이야 라는 것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속사정도 알만큼 알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즉, 저 사람은 내 취향이란 말은 그에 대해 어느 정도 겪어본 상태에서 좋아하게 되었다라는 말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그렇다면 게이 남자 친구는 내 취향일까, 아닐까. 난 여기에 대한 대답은 할 수 없다. 내겐 게이 남자 친구가 없을 뿐더러 게이인 남자를 만나본 적도 없고, 게이 남자 친구를 동경하는 입장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동성이 아닌 이성 친구이지만, 그야 말로 친구인 누군가가 더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겪어 보지도 않고, 무슨 소리를!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이는 여기에 나오는 우민처럼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그런 친구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우민이란 캐릭터.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아주 싫어하는 캐릭터이다. 그리고 시시껄렁한 로맨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아주 전형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추레한 옷을 입고 커다란 뿔테 안경을 끼고 있지만, 옷차림 하나만으로 공주가 되는 그런 외모라... 솔직히 웃긴다. 어떤 것을 근거로 이런 외모를 창조했지? 게다가 성격도 그다지 좋은 성격은 아니다. 남자 보는 눈은 한심할 정도로 없고, 입도 가볍다. 또한 나쁜 남자를 겪어 봤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그런 꼬임에 넘어가는 걸 보면 바보 중의 상바보다. 특히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있었던 일을 되돌아 보건대, 우민은 동창생 남자가 편하다고 해서 둘이서 술을 마셔도 안되었고, 덧붙어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셔도 안되는 것이었다.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우민이 그런 꼴을 겪은 것은 자업자득인 것이다. 그런 이유로 게이 남자 친구를 원하다니, 나는 도대체 납득이 안된다. 

처음에는 오해로 시작했지만, 나중엔 술술 잘 풀리는 로맨스에 관한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이 소설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또다시 우민의 이야기로 돌아가는데, 갈비집에서 진호가 게이라고 떠들어대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사실 진호가 게이이든 아니든 간에 상관없이 함부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커밍 아웃과 아웃팅에는 땅과 하늘만큼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커밍 아웃은 본인 스스로가 게이라고 밝히는 것이지만, 아웃팅은 제삼자에 의해, 자의가 아닌 고의로 밝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민이 게이 친구를 가지고 싶다고 말할 자격이나 있는 것일까?   

또한 혜미와 진호 사이를 의심해서 찢어죽이고 싶다느니 어쩌니 하는 것을 보면서도 웃겼다. 진호를 사랑한다며? 그렇다면 그자리에서 진호가 그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봐야지. 그리고 만약 그 자리를 뛰쳐나왔다 해도 일단 덮어놓고 어쩌기 보다는 불러서 이야기를 하는 게 맞지 않나? 서른이 다 되어도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해서 그렇기 때문이란 건 이유가 안된다. 식상한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믿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믿는다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사랑이란 감정을 증오로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등장하는 우미의 친구 인희 역시 꼬일대로 꼬인 캐릭터라고 할까. 남자 하나를 놓고 친구를 속이고 거짓말을 하고. 그럴 가치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한다는 것이지? 만약 그 남자가 가지고 싶다면 정정당당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친구에게 사기를 쳐서 그 남자를 갖게 된다고 해도, 그다음에 남는 건 뭐지? 남자 하나를 놓고 세 여자가 웅성대는 꼴이라니... 차라리 여자 하나에 남자 셋이 좋았을 거다, 난. 뭐, 그래도 우민에 비해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라 할 수는 있겠다.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면 독자가 여성 캐릭터에 동감하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로맨스의 미덕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 책은 그런 미덕이 전혀 없다. 그저 허황된 로망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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