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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츠키 1
타카야마 시노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아마츠키(雨月), 그 뜻은 '비오는 밤에 뜬 달'. 즉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세계. 어느 날 한 소년이 낯선 세계로 흘러 들어간다. 그곳은 도대체 어디인 것일까.
고등학교 1학년인 리쿠고 토키도키(통칭 토키)는 역사 수업에서 낙제를 받게 된다. 보충 수업을 대신하여 오에도(大江戶) 막부 말 순회전에 간 그는 전시회장을 돌아다니다가 기묘한 존재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의 공격을 받은 순간, 토기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동해 버렸다. 그를 공격한 것은 야행(夜行)과 누에란 이름의 요괴. 왜 이 요괴들은 토키를 공격한 것일까. 결국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한채 토키는 에도 시대에서 살아 가기 시작한다.
처음에 아마츠키를 읽었을 때는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는 투덜거림이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전시회장에 갑자기 요괴가 나타나고 토키가 에도 시대로 흘러든다는 설정은 그나마 이해 가능한 범위였지만, 그후로 요란스럽게 벌어지는 일들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헷갈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번째로 읽으면서 조금씩 가닥을 잡기 시작했다. 일단 1권은 도입부가 되기 때문에 이 만화의 중심이 되는 이런저런 설정을 늘어놓을 수 밖에 없었단 느낌이었다.
토키가 흘러든 에도 시대는 에도 시대이지만, 현실의 에도 시대와는 다른 에도 시대. (뭔가 말장난같지만 내 느낌을 함축한 표현이다) 에도 시대말의 혼란스러운 상황때문에 기가 흐려져서일까. 그곳에는 요괴와 사람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곳에 갑자기 나타난 토키의 존재는 이형의 존재처럼 여겨진다. 그도 그럴 것이 상투도 없이 노란색으로 물든 머리, 그리고 교복을 입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키는 의외로 그 시대에 잘 적응해 나간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만난 치쿠하 -이누가미가 붙은 자, 즉 요괴의 혈통- 라는 소녀와 토키보다 먼저 그 세계로 흘러든 시노노메 콘과도 금세 잘 지낸다. 하지만 기묘한 것은 토키와 콘이 헤어진 것은 어제인데 이 세계에서는 벌써 2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 시간의 흐름조차 다른 곳일까. 아직은 수많은 의문만을 남긴다.
게다가, 중간에 잠시 등장하는 센사이 코포레이션의 센사이 미도리의 실종, 요괴의 길을 통해 건너간 곳에서 만난 본텐이라는 존재와 죽어 있는 무녀 공주님의 존재는 궁금증을 더한다. 아직은 무엇도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이 궁금증만 증폭시키고 있단 느낌이랄까. 특히 본텐은 지금 토키가 있는 곳을 아마츠키라고 하고, 공주는 토키가 있던 곳을 저 너머의 나라 '피안'이라 부른 다는 것은 묘한 느낌을 준다. 그도 그럴 것이 피안은 이승을 뜻하는 사바세계의 반댓말인 저승을 뜻하기 때문이다. 토키는 본텐과 공주 중 한 사람을 선택해아 한다고 하는데...
현대에서 에도 시대 말로 흘러 들어간 두 소년. 그리고 선택받은 자인 토키. 아직은 '이 세계'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은 토키이지만 제법 잘 적응해나간다. 그건 어쩌면 토키 속에 감춰진 또 하나의 토키의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토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