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축안경 : 카츠야×미도우 편 - 러쉬노벨 로맨스 286
타마미 지음, 미사사기 후리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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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난 귀축안경 게임에 푹 빠져 거의 일주일을 매달려 31개의 엔딩을 모두 봤었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루트는 역시 미도우가 등장하는 루트로, 노말 카츠야와 귀축 카츠야 루트를 모두 좋아했다. 이 소설은 귀축 카츠야 X 미도우 루트 중에서 베스트 엔드 루트를 소설화한 것이다. 물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엔딩이란 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처음 이 게임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일본인 친구들과 채팅을 하면서 계속 귀축안경 게임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공통의 화제에 동참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원래의 목적을 잊은 나는 채팅은 뒷전으로 하고 계속 이 게임에 매달려 있었다. 의외로 하나의 엔딩을 보는 데에 끈기와 근성이 필요했었던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지. 인터넷에서는 공략본이 돌아다니긴 했지만, 난 그런 것 필요 없어, 라고 고집을 피우며 묵묵하게 게임에 임했다. 그 결과 몇 개의 엔딩이 계속 같은 것으로 나온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남들은 베스트 엔딩을 보기 쉽다고 했는데, 난 의외로 배드 엔딩이 더 잘 나왔다. 내가 음험한 캐릭터라서 그런가? 하여간 수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난 베스트 엔딩을 보게 되었고, 조그맣게 환성을 지르기도 했다. 그후로는 어떻게 되었냐구? 귀축안경 R의 엔딩을 모조리 보는 것을 완수하고 게임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게임을 하면서 거의 폐인처럼 살았던 게 그 이유였다. 그리고 체력적으로도 너무나 소모가 심했다고나 할까.

그렇게 1년 반의 시간이 지나 난 이 게임을 소설로 만나게 되었다. 물론 작년 여름에 게임을 다 끝내고 난 후 노말 카츠야와 미도우 편의 소설을 만나긴 했지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건 역시 귀축 카츠야였으니 반가울 수 밖에.

'이것은 단순한 안경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당신에게 있어 행운의 아이템같은 것이죠. 이것을 몸에 지닌 순간부터 당신의 인생은 크게 바뀌게 될 것입니다. 이것으로 당신은 자신의 본래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8p)

사에키 카츠야는 작은 회사에 다니는 소심한 샐러리맨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밤, 수수께끼의 남자를 만난다. 그가 건넨 건 안경 하나.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그 안경을 착용한 후 사에키 카츠야는 유능한 이미지의 샐러리맨이 된다. 미도우 타카노리는 사에키 카츠야의 거래처에서 일하는 유능한 엘리트 부장이다. 처음부터 그의 유능함과 오만함에 반발심을 가진 카츠야는 미도우를 서서히 압박해 가며 자신의 손아귀속으로 그를 몰아 넣는다. 프라이드 높은 미도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저항을 한다. 그게 오히려 카츠야에게 있어서 더욱 더 그를 궁지로 몰아넣고 싶은 감정을 부추겼을 것은 뻔하다.하지만  유능한 엘리트 사원이었던 미도우는 서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이제 당신은 내 품으로 추락하는 수 밖에 없어. 돌아갈 장도소, 도와줄 사람도 없는 처지로 오로지 내게 매달리는 수 밖에 없게 될 거야…." (126p)  

귀축 카츠야가 미도우를 상대로 벌이는 일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정말이지 미도우의 목숨만 붙여 놓은 상태로 그를 희롱한달까. 결국 감금하고 학대하는 것까지 나오게 되니 더는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결국 미도우는 이 일로 직장을 잃고 삶의 의지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유능하면서도 도도한 미도우 타카노리의 모습은 더이상 찾을 수가 없어지게 되자, 카츠야는 결국 큰 결심을 하게 된다.

"결코 당신을 이런 식으로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닌데…. 난 단지 당신이… 갖고 싶었던 것 뿐이야…. (…) 미도우 타카노리…. 난… 당신의 마음이 갖고 싶었어. … 좀 더 빨리,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어야 하는데." (136~137p)

비뚤어진 애정이 빚어낸 비극이라고 할까. 하지만 이렇게 끝나버리면 베스트 엔딩이 아니다. 따라서 이 뒤에 또다른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건 비밀, 책으로 확인하시길) 하여간에 귀축 카츠야가 처음으로 자신의 진심을 고백하는 이 장면을 난 정말 좋아했다. 책으로는 볼 수 없지만, 카츠야의 품안에서 텅빈 눈을 하고 있던 미도우의 눈빛이 변하는 절묘한 순간. 캬~~ 지금 생각해도 명장면이다. 비록 미도우의 모습은 엉망이었긴 해도 말이다.

소설은 게임과는 달리 미도우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물론 두어 부분에서 카츠야의 시점이 드러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미도우의 시점이다. 카츠야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게임을 생각하다가 미도우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소설을 읽으니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 미도우의 감정 변화를 더 잘 알 수 있어서 이쪽도 꽤 만족스러웠달까. 하지만 역시 아쉬운 건 중간중간 생략된 내용이 꽤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카츠야와 미도우의 이야기가 극단적인 것으로만 흘러가는 것이 좀 아쉬운 부분이랄까. 소설에서 추가된 것은 엔딩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요건 게임에는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인데, 왠지 게임에서 생략된 부분을 약간 변형해서 만든 이야기같단 말이지. 미도우가 카츠야의 상사인 카타기리와 통화할 때.. 뭐 그런거. 그래도 이제 와서 다시 게임을 해 볼 엄두도 못내는 나에게 있어 이 책은 가뭄에 단 비같은 존재가 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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