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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의 상자 3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시미즈 아키 그림 / 삼양출판사(만화)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차 세계 대전이후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상황의 일본. 그곳에서 의문의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상자속 토막 살인 시체, 유즈키 카나코의 살인 미수 사건 및 유괴 미수, 그리고 유즈키 카나코 유괴 사건, 아메미야의 실종, 스자키 살인 사건, 그리고 온바코 님의 등장.
고서점 교코쿠도의 추젠지 아키히코, 작가 세키구치 타츠미, 탐정 에노키즈, 형사 키바, 기자 토리구치가 각각 조사한 사건의 진상들이 직소 퍼즐 조각처럼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 들어 간다.
망량의 상자 3권은 심비(深秘)의 온바코님의 정체와 토막 살인 사건의 범인, 그리고 유즈키 카나코의 살인 미수 사건에 대한 진상이 밝혀진다. 사람들의 불행을 상자에 담아 봉인한다는 온바코님, 그리고 그것을 실현에 옮기고 있는 테라다 효에. 과연 테라다 효에는 어디에서 착안해 온바코님을 만들어 내고 축문을 읊는 것인지, 그 배후가 드러나게 되는데, 그 배후에는....
서로가 자신의 내세라 믿던 유즈키 카나코와 쿠스모토 요리코. 쿠스모토 요리코 앞에서 벌어진 유즈키 카나코 살인 미수 사건의 범인은? 과연 쿠스모토 요리코가 증언한대로 검은 색 옷을 입고 장갑을 낀 사람이 범인인 것일까. 아니면... 이 사건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우리말로 하면 '마가 끼었다'라는 것이다. 자신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지만 뭐에 씌인 듯이 갑작스런 일을 벌이는 것, 그것을 토리이마(혹은 토리이모노)라고 한다. 이것을 재앙을 부르는 귀신의 일종으로 형상화한 것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유즈키 카나코를 떠민 범인은 밝혀지지만, 그 와중에 쿠스모토 요리코가 사라지게 된다. 쿠스모토 요리코의 어머니 역시 온바코님을 믿는 신자였고, 토막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 역시 온바코님을 믿는 신자들의 딸이었다. 그렇다면 모든 토막 살인 사건은 온바코님과 관련된 것일까? 그렇다면 쿠스모토 요리코 역시 온바코님과 관련한 사건의 희생자가 될 것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그 배후에 있는 것일까?
워낙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다가, 사건들이 각각 일어난듯 보여서 집중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꽤나 힘들다. 소설만큼 복잡하지는 않지만 - 만화란 장르의 특성상 장광설은 많이 줄어들었다 - 여전히 복잡하다. 또한 교코쿠도의 설명은 들어도 들어도 여전히 복잡하기만 하다. 게다가 이번 사건에는 다른 귀신도 아니고 망량이란 것이 등장한다. 다른 요괴나 귀신에 비해 복잡하기 그지없는 망량이란 존재. 과연 교코쿠도는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3권까지는 교코쿠도는 안락의자탐정처럼 고서점 교코쿠도 안에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아직 그가 나설 때가 되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발품을 팔아 뛰어다니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게다가 교코쿠도의 과거사도 밝혀지는데... 지금의 교코쿠도와는 완전히 다른 교코쿠도의 모습을 보는 것도 꽤나 큰 즐거움이었달까. 서서히 막바지를 향해 가는 망량의 상자, 다음권에서의 교코쿠도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