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 고양이 홈즈의 사랑의 도피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한성례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높은 곳에서는 덜덜, 피나 시체를 보면 기절, 여자에겐 벌벌, 방향감각 제로의 어리바리 형사 가타야마와 사람보다 더 똑똑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홍차를 좋아하는 우아한 암컷 고양이 탐정 홈즈 콤비의 다섯번째 시리즈인 삼색 고양이 홈즈의 사랑의 도피편은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이다.
책을 펼치고 목차를 보니 프롤로그가 5개나 된다. 무슨 프롤로그가 이렇게 많아. 이래서는 프롤로그의 의미가 없잖아! 라고 항의하고 싶은 마음은 …… 전혀 없다. 이 또한 작가 아카가와 지로의 유머 감각이 담뿍 담겨있는 부분이니까 말이다. 프롤로그 부분은 일단 이 책의 핵심이 되는 사건의 내용을 담고 있다. 12년전 사랑의 도피를 결심한 가타오카 요시타로와 야마나미 하루미와 현재 그들을 찾는 사람들, 가타오카 요시타로의 동생 가타오카 슈지로의 등장, 그리고 가타오카 코자부로, 야마나미 겐조의 죽음의 미스터리 등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조상대대로 철천지 원수지간으로 지낸 가타오카家와 야마나미家의 장남과 장녀가 사랑의 도피를 한다. 서로의 집안에서 허락받지 못한 그들은 추적자들을 피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12년 후인 현재에는 가타오카家의 코자부로와 야마나미家의 겐조가 서로를 죽인채 발견되었다. 하지만 지문이 없다? 그렇다면 제 3의 인물이 범인이란 말일까? 이 두사람의 죽음으로 두 집안은 자신의 집안을 이을 요시타로와 하루미를 찾아 나서게 된다. 과연 그들은 살아있기나 한 것일까?

딱 잘라 이야기하자면, 그들은 살아 있었다. 그러나 각자 결혼해서 다른 사람과 살고 있었다. 가타오카 요시타로는 레이코란 아내와 마사코란 딸을 두었고, 하루미는 미우라 마코토와 결혼해서 아들 마사야를 두고 있다. 12년전의 사랑의 도피는 어쩌고?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모든 것이 사람의 생각대로 되는 법은 아니지 않은가. 어?거나 나름대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니 뭐 그걸로 다행일지도.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낙이 온 다음 또다시 불행이 찾아온다. 요시타로의 아내 레이코가 가스 중독으로 죽다 살아 나고, 하루미의 남편 미우라 마코토는 누군가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게다가 가타오카 요시타로의 동생 슈지로 역시 심장마비로 죽은 채 발견된다. 거기에다 이제는 미우라 하루미마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는데... 과연 이 사건들에 공통점은 존재하는 것일까.

일단 결말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굉장히 씁쓸했다. 범인에게 인간성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욕망과 욕심이 사람의 목숨보다 더 앞서는 것일까, 인간의 악의는 도대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 사람'은 왜 자기가 중간에 껴들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든 건지... 게다가 진짜 로미오와 줄리엣이 따로 있었다니! 이거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게다가 이시즈는... 어휴. 난 정말 이런 근육 바보가 정말 싫다. 가타오카 요시타로와 야마나미 하루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가타야마 남매를 의심하다니. 가타오카 + 야마나미 = 가타야마의 공식이란 것은 이시즈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그런 답이 아닐까?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이시즈를 보니 하루미와 가타야마가 나누는 대화에 백 번 공감한다. '정신착란'이라든지, '가타야마는 이시즈를 쏘아 죽여 버리고 싶어졌다.' (103p)는 말은 꼭 내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았달까.(笑) 게다가 그놈의 식탐, 어쩔 수 없겠니!!! 근데도 하루미는 이시즈가 그다지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루미도 남자 취향이 참 독특하달까.

이렇다 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중 홈즈가 제일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홈즈는 이번에도 상당히 많은 활약을 한다. 공포관(시리즈 6권)에서 미약한 활동을 보상하려는 듯 상당히 많은 단서를 제공하며, 수사에 많은 도움을 준다. 게다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아기의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가타야마의 부탁(?) 때문이었지만, 두번째는 스스로 몸을 날려 목숨을 걸고 아기의 목숨을 구하기 때문이다. 자궁 수술로 인해 아기를 가질 수 없는 홈즈의 모성 본능인 것일까. 괜시리 짠한 마음이 들었다.

어쨌거나 홈즈가 없으면 사건의 단서조차 잡을 수 없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으니...
홈즈의 문제(?)라면 자신이 의욕이 생길 때나 협조해 주지 그렇지 않을 때는 방관하는 것이랄까. 물론 그것은 보통 사람들이 헛다리 짚고 있다거나, 삽질할 때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笑) 이렇다 보니 가타야마의 상관 구리하라가 "너는 어찌 됐든 상관없는데, 고양이는 반드시 와야 해." (138p) 라고 하는 말에도 백 번 공감이다. 가타야마 입장에서는 속이 부글부글 끓겠지만 어쩔 수 없지. 홈즈가 더 유능한 걸. 또한 이번에도 가타야마의 여난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슈지로의 애인이 가타야마를 덮치려하는데, 거참 가타야마도 참 이상한 여자만 걸린단 말야. 불쌍하게스리. (이럴 때만 불쌍하다)
 
참! 이번에는 다른 지방의 경찰도 등장하는데 그 사람에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처음 나왔을 때는 엄청 재수없고 구리구리한 캐릭터인데, 그 사람의 끈기와 이상한(?) 발상으로 범인을 검거했으니 말이다.

어리바리 형사와 똑똑한 고양이 홈즈의 대활약. 다음편인 삼색 고양이 홈즈의 기사도는 독일의 고성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다른 홈즈의 활약, 기대하겠어! (사람은... 별로 기대 안한다) (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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