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 가시연꽃 대한민국 구석구석 사진 동화집 3
신응섭 글.사진 / 여우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책 표지를 보면 우포늪 가시연꽃이란 제목이 크게 적혀 있다. 그 위를 보면 대한민국 구석구석 포토 동화집이라는 말이 있다. 포토 에세이가 아니고 동화? 으음, 포토 동화란 도대체 어떤 것이지, 라는 궁금증이 생겨난다. 이 책은 경남 창녕에 있는 국내 최대 내륙 습지 우포늪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약 1억 4천만년 전에 생성되었다고 추정되는 우포늪은 현재 람사르 협약에 따른 보존 습지로 지정되어 있고 멸종되었던 따오기 복원사업도 진행중이다. 멸종보호 식물인 가시연꽃을 비롯해 수많은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우포늪,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가시연꽃 이야기 - 포토 동화


우포늪에는 수많은 식물들이 살고 있다. 그중에 가시연꽃은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났다고 생각한다. 잎이 워낙 많이 크게 자라기 때문에 자라풀이나 생이가래 같은 식물에게 너희들때문에 자리가 비좁다며 화를 내기도 한다. 거기에 덧붙여 사람들은 자신을 보러 우포늪에 오기 때문에 너희같은 잡초는 쓸모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모두들 이젠 가시연꽃과 친구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편하다고 좋아했는데, 서로 잘 어울리는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가시연꽃은 슬며시 외로워진다. 예전에는 예쁜 꽃을 피우면 모두들 가시연꽃을 칭찬해 줬는데, 이젠 아무도 가시연꽃이 예쁘다고 칭찬해주지도 않았다.

"우리가 친구들에게 너무 심했나봐."
제일 먼저 꽃을 피운 가시 연꽃이 말했습니다.
"그래, 친구들과 같이 장난도 치고 싶은데 ……. 즐겁고 힘들 때 서로 힘이 되었다는 걸 왜 진작 몰랐을까?"
(48p)

하지만 가시연꽃은 좀처럼 친구들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 순간을 잡지 못하고 속으로만 고민하고 있다.

<가시연꽃은 멸종보호식물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종이다. 봄이 되면 가시연꽃잎은 하나둘씩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고 그후 7~8월에 자줏빛 꽃을 피운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우포늪에는 축하할 일이 생겼다. 쇠물닭이 낳은 알이 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씩 알을 깨고 나오는 작은 쇠물닭 아기들.


하지만, 그때 쇠물닭 둥지로 침입자가 다가왔다. 그건 바로 외래종인 뉴트리아. 남아메리카가 원산으로 설치류에 속하는 동물이다. 우포늪에 있는 수생 식물의 줄기와 잎을 갉아 먹고, 빠른 번식으로 우포늪의 생태계를 교란하는 동물이다.

이런 뉴트리아가 다가오자 쇠물닭 부부는 새끼들이 무사하길 바라며 그 자리를 피할 수 밖에 없었다. 몸집이 훨씬 큰 뉴트리아에게 맞서기엔 쇠물닭 부부의 몸집은 너무나도 작았기 때문이다. 이때, 가시연꽃이 용기를 내어 뉴트리아를 자신의 가시로 공격한다.

휴우, 다행히 뉴트리아는 가시에 찔려 놀라 도망을 가고 쇠물닭 가족은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모두 가시연꽃의 덕분이다. 우포늪의 다른 친구들은 가시연꽃의 용기를 칭찬한다. 평소같으면 잘난 척 했을 가시연꽃은 별 것 아니라면서 겸손해한다. 가시연꽃은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우포늪은 자신만이 살아 가는 곳이 아니라 모두 함께 살아가는 곳이고, 그래야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포토 동화라는 말은 이렇게 해서 나왔구나. 사진작가 신응섭씨가 수많은 사진을 찍고 그중에서 사진을 골라 이야기로 만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었을까. 동물이나 식물은 작가가 원하는대로 포즈를 취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많은 사진을 찍어 그중에서 고를 수 밖에 없다. 또한 찍은 사진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일테지만, 이렇게 근사한 동화가 탄생했다는 것은 우포늪에 대해 잘 알고 우포늪의 동식물에 대해 2년이라는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관찰을 했는가를 방증한다.

생태계의 보고, 우포늪 - 사진 이야기


이 책은 가시연꽃과 그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이야기를 동화로 만들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우포늪의 풍경을 찍은 사진을 보면 해가 뜨기 전부터 시작해서 해가 뜨고 질 때의 다른 풍경을 멋지게 담아내고 있다. 푸르스름한 새벽빛, 물안개, 해가 뜨고 안개가 걷히면서 드러나는 우포늪 곳곳의 모습들은 이게 같은 곳에서 찍은 사진인가 싶을 정도로 신비롭다.


또한 동화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수생 식물, 곤충이나 동물에 관한 것들도 이렇게 따로 올려 두었다. 호랑거미며, 줄점팔랑나비, 부전나비, 메뚜기, 풀무치, 네발나비, 꼬리명주나비들의 사진은 생생해서 마치 곤충도감을 보는 듯 하다. 특히 내가 메뚜기라 착각하던 것이 풀무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냥 나비로 알던 부전나비나 네발나비의 정확한 명칭을 알 수 있어 좋았다. 나도 가끔 나비 사진을 찍곤 하는데, 늘 이름을 몰라 나비들이란 제목을 붙여 사진을 정리하곤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와 있는 건 노랑어리 연꽃, 자라풀, 마름, 왕부들. 부들말고는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식물이었다. 가시연꽃이 잘난 척을 했던 것도 우리들이 가시연꽃밖에 보지 않았고, 가시연꽃 이름밖에 몰라서 그랬던가 아닌가 싶어 괜시리 부끄러워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동식물들을 그냥 지나치다니!


우포늪은 여름에는 수면 위에 수생식물들로 가득 덮히지만 겨울이 되면 수생식물들의 대부분은 자취를 감춘다. 하지만 쓸쓸하지 않다. 왜냐하면 온갖 철새들이 날아오는 곳이 우포늪이기 때문이다. 책의 설명에 따르면 160여종의 철새가 겨울을 이곳에서 난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까 싶다.

우포늪은 이렇게 계절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인간이 살기도 전부터 존재해 왔고, 지금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동식물의 집이 되어 주는 우포늪. 한때는 이런 습지가 쓸모 없는 것이라 해서 메꿔져 없어진 내륙 습지도 많다. 다행히 우포늪은 람사르 협약으로 보호 습지가 되었지만 지금은 뉴트리아라는 외래종이 들어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뉴트리아는 식용으로 수입되었다. 하지만 설치류라는 것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기를 거부했고, 그렇게 해서 방사되거나 우리를 탈출한 뉴트리아는 엄청난 번식속도로 우포늪을 점령했다. 뉴트리아가 먹는 것은 수생식물의 줄기와 잎. 먹는 양이 엄청나 우포늪의 식물에 둥지를 틀고 살거나 우포늪의 식물위를 걸어 다니며 사냥을 하는 새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이건 모두 우리 인간의 잘못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우포늪 가시연꽃은 사진으로 만들어진 동화를 통해 공존의 의미와 자연 보호에 대해 이야기한다. 딱딱한 어투로 우리는 우포늪을 보호해야 합니다, 라는 것보다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더 마음에 와닿는다. 습지는 생태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이다. 인간은 너무나도 많은 자연을 파괴해왔지만, 반대로 보호하고 보존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우포늪은 멋진 풍경을 가진 습지 혹은 철새 도래지로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동식물을 품어주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우포늪에 사는 동식물은 이미 공존의 의미를 알고 있다. 우리들도 자연을 단순히 이용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공존하는 것이며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48p, 62p, 73p, 16~17p, 36~37p, 42~43p, 86~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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