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일의 첫사랑 1 - 오노데라리츠의 경우,B애+코믹스 029
나카무라 슌기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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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일의 첫사랑 만화 시리즈가 드디어 발간되었구나. 노벨도 있는 걸로 아는데, 이번엔 가볍게 만화를 보기로 했다. 나카무라 슌기쿠는 하이브리드 차일드나 달이 어둠속에 숨듯이, 그리고 순정 로맨티카 시리즈까지. 개인적으로는 꽤 좋아하는 작가인데, 번역서 출간이 느려서 안타까움을 느끼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것도 2008년에 나온 작품인데 이제서야 만나게 되니, 그럼 말 다했지.

책 제목을 보면 첫사랑이란 말이 나온다. 첫사랑이라. 첫사랑이란 말은 언제나 사람을 두근거리게 하는 어떤 것이 있다. 사랑이란 것도 제대로 모를 나이에 시작했다가 - 때로는 사랑인줄도 모르고 있다 나중에 불현듯 깨닫기도 하지만 - 대체로 좋은 기억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게 첫사랑이다. 때로는 어른이 되어 첫사랑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난 그 반대다. 왜냐구? 실망할지도 모르니까. 아이의 눈과 어른의 눈의 차이랄까. 물론 멋지게 나타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첫사랑은 기억 속에서 온갖 각색을 거친 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지기 때문에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다. 

각설하고!
이 작품의 주인공 오노데라 리츠는 중고교시절 4년동안 짝사랑한 사람이 있었다. (물론 첫사랑) 리츠는 사가 선배를 좋아했고, 사가 선배도 리츠의 마음을 받아들여준듯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금의 리츠에게 그는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 탓인지 이젠 누구를 만나도 연애가 제대로 되지도 않을 뿐더러 사랑이란 것에 넌더리를 내고 있달까. (10년의 세월동안 원망하다니, 리츠도 한성깔하는군)  

리츠는 원래 자신의 부친이 경영하는 출판사에 근무했으나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아, 마루카와 서점으로 직장을 옮긴다. 문예부서를 원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순정만화부(소녀부)로 발령이 난 리츠는 확 그만 둘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편집자가 유능하다는 말에 일단 남아 보기로 한다. 근데 타카노 마사무네란 편집장, 보통내기가 아니다. 일에는 유능하지만 오만하고 까칠하달까. 리츠는 속으로는 이를 북북 갈면서도 그의 유능한 일처리에는 감탄을 한다. 하지만 역시 순정만화, 그중에서도 연애만화라니. 제대로된 연애도 못해 본데다가, 앞으로 다시는 사랑 따윈 하지 않겠다고 하는 리츠에게 있어 순정 만화의 사랑 이야기는 도무지 구미에 맞지 않는다.

현실만큼 잔혹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건 내가 그동안 제대로 된 연애를 못 해서인가? 나도 한때는 '노력은 언젠가 보상받는다.' , '마음은 반드시 통한다.' 는 말을 믿었던 적이 있었다. 그게 거짓이란 걸 깨달은 건 행복일까, 불행일까. 그게 '어른이 되는 것'이라면 불행할 것까진 없더라도 참 따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41p)

순정만화 편집부에서 일을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리츠. 타카노는 리츠에게 예전에 어디서 만난적 없냐면서 몇 번인가 묻는다. 하지만 리츠의 기억속에 타카노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타카노가 사가였다는 것을 알게 된 리츠는 완전 패닉 상태에 빠져든다. 그렇다면 둘은 그때 왜 헤어진 것일까. 그리고 서로에게 왜 안좋은 기억을 남긴 것일까. 타카노는 그때의 일을 리츠에게 짤막하게 설명하지만, 10년이나 지난 지금 리츠가 그것을 바로 받아들일 수는 없단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설사 쑥스러워서 그랬다 쳐도 상대가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한 사람이 잘못이라고!! 그런 일에 일일이 흔들리는 나 자신이 진짜 짜증난다. (72p)

아직도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서일까. 리츠는 마사무네의 도발에 발끈하고 마는데.. 그러면서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할 수 없다. 사랑은 이럴 때 보면 참 치사한 면이 있달까. 이렇게 꼬인 인연에 리츠는 힘들어 죽겠는데, 잡지편집일은 만만치도 않고, 장차 리츠의 라이벌이 될 듯한 요코자와도 만만치 않은 포스를 내뿜고 있다. 아마도 요코자와는 타나카를 좋아하는 듯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리츠를 견제할리도 없거니와 새벽 두시에 술마시자고 찾아올 일도 없을테니. (딱 보면 척이다, 아주) (笑) 

20일을 주기로 꽃미남 군단에서 시체군단이 되는 순정만화 편집부의 이야기는 처절하면서 웃겼다. 또한 만화가 책으로 엮어지기 까지의 과정같은 것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세계 제일의 첫사랑 ~ 오노데라 리츠의 경우~는 아픈 첫사랑, 첫사랑과의 재회라는 다소 식상한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나카무라 슌기쿠 특유의 유머감각과 더불어 심리 묘사도 좋고, 인물의 표정을 잘 보여주는 눈빛의 묘사도 참 좋아서 그런 식상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4권까지 나왔던데, 번역서도 얼른얼른 나오면 좋겠다.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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