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 바닷마을 다이어리 1 ㅣ 바닷마을 다이어리 1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요시다 아키미의 바나나 피시를 읽었다. (그래 봤자 아직 2권밖에 못읽었지만) 미국을 무대로 바나나 피시라는 수수께끼의 존재를 뒤쫓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바나나 피시는 뒷세계를 무대로 하는 만큼 거칠고 난폭한 면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런 이야기를 읽은 후에 접한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내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정말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는 것일까, 라는 의문도 함께. 사실 작화야 작가가 활동을 계속하면서 달라지는 경우는 많지만, 이야기 자체가 이렇게 다른 느낌을 주게 만든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재능이라 생각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카마쿠라를 무대로 한 네 자매 이야기이다. 첫째 언니 사치는 간호사로 똑부러지고 반듯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딱딱한 사람처럼 보이기는 해도 속은 다정한 사람이다. 둘째 요시노는 마을 금고에서 근무하고 있다. 시원하고 화통한 성격에 술을 좋아하고, 남자들과 툭하면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지난번에는 호스트에게 잘못 걸려서 된통 당하기도 했다. 셋째인 치카는 스포츠 용품점 직원으로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 사귀는 사람은 스포츠 용품점 사장으로 둘은 커플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다. (일명 뽀글이 커플) 넷째인 스즈는 아버지가 재혼하여 낳은 아이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세자매와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아버지 장례식에서 처음으로 만난 스즈는 중학생답지않게 어른스러운 면이 있는 아이이다.
1권에는 총 세 개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이자 첫번째 에피소드인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은 사치, 요시노, 치카가 재혼한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스즈를 만나는 내용이다. 15년전 어머니와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 둘째인 요시노는 너무 오래전에 자신들을 떠난 아버지의 죽음에 그다지 감흥이 없어 보이고, 셋째 치카는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는 아버지라 아버지의 죽음이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듯 하다. 맏언니 사치는 아무래도 아버지와 보낸 시간이 많은 만큼 자신들을 떠난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한 상태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이들 자매는 자신들이 모르는 아버지의 또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첫째인 사치와 꼭닮은 스즈를 보면서 묘한 느낌을 받는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 대한 용서와 화해, 그리고 스즈와의 만남을 통한 재생의 이야기이다. 스즈와 세자매의 첫만남은 어색했지만, 사치가 유난히 어른스러운 스즈를 다독거리던 순간 터져버린 스즈의 울음을 보면서 나도 괜시리 울컥하고 눈물이 나올뻔 했다. 또한 기차역에서의 사치의 제안과 스즈의 대답, 그리고 기차가 출발해 버리는 바람에 급하게 쓴 메모를 들어 보이는 자매들의 모습에 가슴 속이 따스해져 왔다.
두번째 에피소드인 <사스케의 여우>는 둘째 요시노의 사랑과 이별에 관한 에피소드이다. 외국계 회사에 다닌다고 뻥을 친 요시노와 대학생이라고 거짓말을 한 토모아키. 결국 둘은 쿨하게 이별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쿨하게 이별을 받아들인다고 슬픔이 없는 건 아니다. 가슴 아파하는 요시노를 보면서 꼭 안아주며 다독거려주고 싶었달까. 늘 명랑 쾌활한 요시노의 모습을 보다가 이런 요시노를 보니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세번째 에피소드인 <니카이도의 도깨비>는 스즈와 스즈가 가입한 축구부의 이야기이다. 병으로 수술을 받고 장기 입원을 하게된 축구부 주장과 새로이 축구부 주장을 맡게 된 아이, 그리고 스즈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데, 어린 나이에 큰 병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전 축구부 주장 유야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가슴 아팠다. 그런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 에피소드를 너무 무겁지 않게 따스한 눈길로 묘사하고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1권『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의 세가지 에피소드는 죽음과 상실, 사랑과 이별, 아픔과 절망을 담고 있는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재생과 새로운 출발, 희망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때로는 울컥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감동을 안겨주면서도 때로는 깔깔깔하고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절묘한 스토리 전개는 정말 최고였다. 또한 각각 캐릭터들도 너무 튀거나 정형화된 캐릭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충분히 존재할 만한 그런 캐릭터들로 이루어져 있어 카마쿠라에 가면 이들 자매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따스하고 포근한 카마쿠라 네자매 이야기, 다음 이야기도 무척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