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
권지형.김보경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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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부터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난 우리나라는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가정도 많이 늘어났지만, 반대로 키우던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가구도 많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개같은 경우 집 마당에 묶어 놓고 키웠다거나, 고양이의 경우 방목하는 형태로 많이 키웠지만, 도시 인구가 늘어나면서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늘다 보니 요즘은 집안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아졌다.

이렇게 집에서 키우던 반려동물들이 유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어릴때는 작다고 귀여워 하다가 크면서 귀엽지 않다고 버리는 경우, 데리고 올 때는 겉모습만 보고 데리고 와서 나중에 감당이 안된다고 버리는 경우, 늙어서 뒷치닥꺼리를 하기 싫다거나 죽는 모습을 보기 싫다고 버리는 경우, 그리고 반려동물이 병이 들었을 때 구입한 금액보다 병원비가 더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버리는 경우, 마당 딸린 집에서 살다가 혹은 재개발로 살던 집이 철거되면서 아파트나 다른 집으로 이사하면서 버리고 가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경우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임신으로 반려동물을 버리는 경우이다. 

그렇다면 임신하면 왜 반려동물을 버리는 것일까. 아니, 임신이 아니라 이미 결혼할 때부터 키우던 반려동물을 정리하라고 주변에서 간섭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럼 그 이유는? 사실 그 이유란 건 황당하기 짝이 없다. 동물을 키우면 임신이 안된다거나, 동물은 균이 많고 더럽기 때문에 임부에게나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댄다. 더럽다, 라... 그건 집밖에서 관리도 안하고 키우는 경우에는 그럴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집안보다는 외부에 균이 더 많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집에서 키우는 경우의 반려동물은 정기적인 접종과 구충, 미용 등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집밖으로 나다니는 사람보다 더 깨끗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짐승'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꼬리표를 붙여 집밖으로 퇴출시킨다. 

이런 근거없는 편견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알러지의 원인도 반려동물, 아토피도 반려동물 때문에 생긴다고 하고, 반려동물에게 피부병이 옮는다느니, 기생충이 옮는다느니 하면서 요란을 떤다. 알러지나 아토피의 경우 원인이 아직 불명확한데도 불구하고,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동물부터 치우라고 한다. 제대로 아는 의사라면 그런 말은 절대 못한다. 원인이 불명확하니까 욕을 먹기 싫어서 동물 핑계를 대는 것 뿐이다.

또한 몇 년 전에 개회충이 어쩌네 저쩌네 하면서 방송에서 엄청 떠들어 댔는데, 그것도 선정적인 방송에 불과했다. 집에서 키우는 동물에게 주기적인 구충을 해주고, 사람들도 봄가을로 구충제를 복용하면 기생충에 감염될 우려가 없다. 아니, 그전에 동물과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기생충이나 피부병이 거의 없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 요란한 방송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반려동물들이 버려졌다. 제대로 된 조사도 없고, 전문가의 이야기도 듣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떠들어대는 방송. 그 방송 이후 정정 보도가 나갔지만 이미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한 이상 정정보도의 효과는 미미했다. 이런 게 우리 현실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결혼이나 임신과 더불어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사례는 사람들의 근거없는 소문, 원인불명의 모든 것을 반려동물 탓으로 떠넘기는 의사들, 그리고 사기방송을 하는 방송국때문에 줄어들지 않는다. 이 책은 이러한 사례들에 대해 조근조근 반박하는 형식으로 씌어져 있다. 물론 임신과 육아에 관한 것도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은 반려동물과 임신과 출산의 관계에 있어서의 부당한 편견과 근거 없는 소문을 일축하고, 반려동물이 임신과 육아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애완동물과 반려동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책임감이다. 동물을 사람이 사랑을 주는 객체가 아닌 생명이라는 존재 자체로 인정하면 거기에는 생명에 대한 책임이 따라온다. 그래서 '사랑하여 가까이 두고 다루거나 보며 즐기는 것'이라는 뜻의 '애완(愛玩)'이라는 단어를 멀리해야 한다. 생명은 사랑하다고 즐기다가 버릴 수 있는 '장난감(玩)'이 아니기 때문이다. (196p)

나 역시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보다 동물이 소중하다는 등의 말은 하지 못한다. 동물과 사람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생명에는 경중이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내가 동물병원에서 근무할 때 13살 된 반려견을 안락사시켜달라고 하는 사람이 왔었다. 아내의 임신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개를 맡긴 후 돈을 지불하고 그냥 가버렸다. 그 개는 몇 시간후 처분되었다. (사실 여기서 안락사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늙었지만 건강한 개를 처분하러 온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키우던 생명을 내다버리는 것. 과연 그들은 태어날 새 생명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차라리 그럴 거면, 처음부터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았어야 한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고, 반려동물 용품 매출이 급등한다고 해서 반려동물 문화가 잘 정착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겉보기에 불과하다. 일단 반려동물을 맞아들이고 싶다면, 그 동물이 수명을 다 할 때까지 돌보는 책임감이 먼저이다. 그렇지 않고 그후 어떤 일에든 흔들리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 사람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유기된 동물들은 병이나 로드킬, 혹은 유기견구조센터에서 처분당하는 끔찍한 일로 삶을 마감하게 된다. 내가 버린 동물이 다른 곳에 가서 예쁨받고 살 거란 생각은 일단 하지 않는게 좋다. 물론 운이 아주 좋은 경우에는 재입양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동물의 수가 더 많다. 이 책을 통해 근거 없는 미신이나 주변의 압력과 간섭, 잘못된 보도나 의사들의 잘못된 진단으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것이 점차 줄어들어 완전히 사라지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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