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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가 2
이선영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옛날 옛적 그 어딘가에 신목으로 받들어지던 천년된 매화나무가 있었더라. 그 매화나무는 자신의 한쪽 가지를 잘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아름다운 인형을 만들었더라. 그리도 귀히 여긴 인형이었으나, 어느 날 그쪽 세상으로 넘어온 인간의 손을 잡고 매화나무에게서 도망을 하였더라. 그후 매화나무 귀신은 인형에 대한 배신감과 자신의 인형을 빼앗아간 인간에 대한 분노로 잘린 가지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그후로는 눈처럼 하얀 꽃을 피우던 나무가 피처럼 붉은 꽃을 피웠다고 하더라.
인형歌 2권은 1권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면서 또다른 수수께끼를 제시한다. 즉, 우희가 왜 매화나무 귀신에게서 도망을 갔는지, 그리고 누구와 함께 도망을 갔는지를 밝힌다. 자신의 몸을 잘라 만든 인형, 우희, 그 인형을 사랑하게 된 매화나무 귀신은 자신의 인형을 탐내는 요괴들을 죽이면서 살아 왔다. 늘 매화나무 귀신의 피에 물든 모습만을 봐왔던 인형은 그를 두려워헀던 것이었다. 단지 지키고자 함이었는데, 그게 사랑하는 상대에게 고통을 준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우희가 만나 함께 도망을 간 남자는 하신우. 양반의 아들로 총명함이 남달랐으나, 서자인 형의 계략때문에 상처를 받고 집을 떠나 십년째 우희를 찾아 방황중이었으니, 또다시 우연히 우희와 재회하게 된다. 그들의 첫만남도 우연이었고, 그들의 재회도 우연이었으니 이 또한 연이 깊은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사랑이란 것이 늘 좋은 것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었으니, 우희와 신우의 사랑은 매화나무 귀신에게 큰 아픔과 상처, 배신감을 남겨 놓았고, 매화나무 귀신을 사랑하는 미호 또한 그의 등만을 바라봐야 하니 둘만 좋다고 다른 사람도 좋은 게 아닌게 사랑이더라.
2권에서는 월화관 여인의 진짜 정체가 드러난다. 천하절색의 미모를 가졌으나 위험한 향기를 품은 여인. 그리고 뒤돌아 봐주지 않는 사랑에 가슴 시린 여인. 이 여인이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 생각했으나 역시나 그렇구나. 또한 재미있는 것은 피어싱을 한 남자(이름을 잘 모르겠다)의 정체였다. 사실 이 남자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푸핫, 하고 웃어버렸다. 이 남자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싶었으나 그런 비밀이 있었다니...
게다가 그의 배다른 형과 퇴마사 나리의 관계도 어느 정도 밝혀지고 - 이 배다른 형은 다음권에서 더많이 등장할 것이니 기대중이다 - 우희도 조금씩 기억을 되찾아가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에게 허락되지 않은 사랑을 하고 있는 이들의 운명은 슬프도록 아프게 엮여 있으니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아 심히 염려된다.
팔야월까지 읽으면서 느낀 것은 매화나무 귀신 기현과 우희의 아버지가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팔을 잘라 만든 인형을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으려 하는 기현과 사라졌다가 돌아온 자신의 딸을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고 자신의 품안에만 가두려 하는 우희의 아버지. 우희는 무의식중에 기현과 자신의 아버지를 같은 자리에 놓고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누군가의 소유인 인형이란 것이 싫어 기현을 떠났으나, 또다시 누군가의 인형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희. 이제 우희는 자아와 정체성을 찾아가지만 그것은 또다른 비극을 부를 인형의 노래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