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학교 -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5
전성희 지음, 소윤경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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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거짓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아주 줄여야 하거나, 아니면 말다툼같은 싸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거짓말이 필요 없다. 유아기에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조금씩 커가면서 우리는 거짓말이란 것을 배우게 된다. 아무리 어른들이 거짓말은 나쁜 것이다, 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해도 경우에 따라서, 필요에 따라서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법을 배운다. 물론 이 경우에 있어서의 거짓말은 하얀 거짓말, 즉 선의의 거짓말이다. 이 선의의 거짓말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더욱더 많이 하게 된다. 오늘 스타일이 좋은데, 오늘 화장 잘 받았는데 등등등.  

이 책은 거짓말을 전문적으로 가르쳐 사회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메티스 스쿨, 일명 거짓말 학교라 불리는 이 학교는 수재들이 모인 곳이다. 이곳에서는 완벽하게 거짓말을 하는 법을 배워 나중에 국가 기관에서 일할 인재를 양성한다. 국가 기관에서 일할 인재라... 여기에서부터 우리는 이 책이 우리 사회 시스템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일단 화자가 되는 두 인물을 살펴보자. 나영이의 부모는 이혼을 한 상태이고, 부모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을 떠맡으려 하지 않는 것에 대해 큰 상처를 받은 아이이다. 또한 그렇다보니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는 아이이기도 하다. 그런 나영이의 꿈은 스파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추리소설이나 암호같은 것에도 관심이 많다. 두번째 화자인 인애의 집은 무척이나 가난하다. 아버지가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집안이 기울자 인애는 아무도 믿지 않을 결심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보통 또래보다 조숙한 면이 있으며 차갑고 냉정한 면도 있다. 나영이와 인애는 표면적으로는 친구이지만 이 학교는 치열한 경쟁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곳이다보니 서로에게 감추고 있는 부분이 많고, 서로에 대한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좀 다르다. 특히 인애의 나영이를 보는 시각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인애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믿지 않지만, 유일하게 믿는 사람이 하나 있다. 그것은 거짓말 학교의 진실학 선생이다.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아이가 유일하게 믿는 사람이 거짓말 학교의 선생이라니, 아이러니가 따로 없지만 인애는 스스로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특수한 학교에 다닌다는 자부심과 이 학교에 다니면서 얻을 수 있는 혜택 등은 아이들을 더욱더 치열한 경쟁으로 내몬다. 그러던 어느날 도윤이라는 아이가 쓰러지게 되고 밖에서 들어온 의사라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이 학교의 숨겨진 비밀들이 조금씩 드러난다. 그 의사는 도대체 무엇을 조사하러 거짓말 학교가 있는 섬에 온 것일까. 나영, 인애, 준우, 도윤은 자기들 나름대로 조사에 나서지만 아이들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러던 중 진실학 선생님에게 그 일을 들키게 되고, 진실학 선생은 아이들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지만 학교에서 해고당하게 된다. 그리고 교장은 이들 네 명의 아이들에게 밀고자가 있었다면서 밀고자를 찾으라고 하는데...

밀고자. 네 명의 아이들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의심한다. 이 학교에 남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누군지를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헤집는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서로를 경계한다. 이것이 바로 교장이 의도한 바가 아니었을까. 결국 여자아이들은 밖에서 들어온 의사를, 남자 아이들은 진실학 선생님을 밀고자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런 아이들에게 교장은 한가지 제안을 하는데... 과연 이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이들 중 누구도 교장을 의심하는 아이는 없었다. 교장실에는 학교 곳곳을 감시하는 모니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을 거란 믿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리고 밀고자라는 말에 당연히 자기들 중에 밀고자가 있거나, 자신들의 조사 내용을 알고 있는 진실학 선생이나 의사 선생이 밀고자라고 당연하게 여긴 것은 아닐까. 또한 자신은 거짓말을 하면 자랑하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교장의 말을 순진하게 믿은 것이 문제가 아닐까. 아이들은 끝까지 교장을 의심하지 않았다. 결국 모든 것은 교장의 뜻대로 굴러가는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은 똑똑하다 여기고 있지만, 결국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선택만이 남겨진 것이다. 

이 책은 곳곳에서 우리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쉰들러가 리스트를 만들어 유태인을 구해낸 선한 거짓말 같은 사례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정치인들이 위기를 모면하는 7단계 전략이라든지,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조작해서 이익을 취하는 제약회사 이사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악한 거짓말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부정을 감추려는 사람들을 비판한다. 또한 개인적인 것으로는 나영이의 아빠가 이모에게 폐차 직전의 차를 제대로 가격을 받고 팔아 문제가 된 것, 인애의 아버지가 지인에게 사기를 당한 이야기 등도 나온다. 이렇듯 우리는 구조적으로 거짓을 양산하고 거짓을 조장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보면 될까. 때로는 진실이 더 거짓말 같고, 거짓이 더 진실같은 현대 사회. 교장의 말처럼 우리는 생존을 위해 거짓말을 하며 생존해온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믿음이 없다면 이 사회 자체가 유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거짓말 학교』는 어린이 책이라고 하기엔 다소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SF적 설정과 추리 소설 기법을 등장시켜 거짓말을 권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 놓고 있다. 또한 극중 인물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삽화도 참 좋았다. 거짓말을 배우는 학교에서 거짓말에 대한 가르침을 받으면서도 진실을 추구하고, 자신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것이 진짜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찾아가는 아이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속이며 살아 가고 있다는 나영이의 말을 보면서, 다른 사람을 속이는 일에는 죄책감을 느끼게 되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일에는 늘 정당한 이유와 구실을 붙이는 우리들이 자신의 삶에서 진정으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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