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권윤덕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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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호오, 고양이가 사람을 따라한다고? 보통 고양이라면 그렇지 않을텐데, 이 고양이는 특별한 고양이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소녀와 고양이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가 볼까?

어느 날 소녀를 찾아온 고양이는 아주 예쁜 삼색 고양이였어. 학교에 다녀오면 늘 혼자 있어야만 했던 소녀는 무척이나 기뻤지. 소녀는 고양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하지만 이 고양이는 안아주려 하면 도망을 가버리고, 불러도 오지 않는 녀석이었어. 하지만 소녀가 모른척하고 있으면 슬그머니 다가 오기도 하고, 소녀의 행동을 따라 하기도 하는 이른바 청개구리파 고양이라고나 할까.


소녀가 신문지 밑에 숨으면 덩달아 고양이도 신문지 밑에 숨고, 소녀가 문 뒤에 숨으면 고양이도 문뒤에 숨었어.


소녀가 책상 뒤에 숨어 손을 살짝 내밀면, 고양이도 책상뒤에 숨어서 앞발을 살짝 내밀고, 소녀가 옷장 속에 숨으면 고양이도 옷장 속에 숨었어.


소녀가 빨래를 널 때면 빨래를 물고 가고, 파리를 잡으려고 하면 똑같이 파리를 잡겠다고 나섰지.


꽃향기를 맡을 때도 소녀를 따라하고, 벌레가 지나가는 걸 보고 있을 때도 소녀와 함께 벌레를 빤히 쳐다 봤어.


사실 소녀에게는 친구가 없어. 유일한 친구는 이 삼색 고양이. 다른 친구들이 밖에서 놀고 있는 걸 똑같이 물끄러미 바라 보고 있는 삼색 고양이뿐. 물론 집에만 있는 삼색 고양이도 소녀만이 유일한 친구였지.

어느 날 소녀는 고양이를 따라 하기로 했지. 그래, 이젠 고양이가 되어 보는 거야!


예전에는 무서워서 깜깜한 밖은 내다보지도 못했는데, 이젠 고양이를 따라 밖을 내다보니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


늘 키높이로만 세상을 바라 보다가 고양이처럼 높은 곳에 올라가니 세상이 달라 보였지.


고양이가 털을 세우며 몸을 부풀리는 것처럼 소녀는 마음을 크게크게 부풀렸지. 어떤 것도 무섭지 않도록 말이야. 그렇게 소녀는 밖으로 나갈 수 있었지.


그리고나서 어떻게 되었냐구? 소녀는 고양이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

표지를 보면서도 상당히 기대했지만 그림이 정말 아름다운 동화책이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중국에서 공필화와 산수화를 배웠고, 다음에는 불화를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었구나 하고 납득이 간다. 소녀와 고양이의 모습을 보면 옛그림속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느낌이지만 배경을 자세히 보면 현대란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작가는 두 가지 사이의 위화감이 전혀 없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모든 것을 표현해 놓았다. 그림만 한참 들여다 보고 있어도 전혀 질리지 않는달까.

책 내용은 소녀와 고양이 이야기이다. 소녀가 하는 행동을 모두 따라하는 고양이. 사실 고양이의 행동 방식을 잘 생각해 보면 소녀를 따라한다, 라고만은 이야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고양이는 신문지 밑이나 책상 밑같이 구석진 곳, 옷장 속처럼 어둡고 자신을 잘 감출 수 있는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빨래가 펄럭거리면 본능적으로 잡으려고 하고, 파리가 날아가거나 벌레가 기어가면 사냥 본능으로 잡으려하거나 자세히 관찰하기도 한다. 어쩌면 고양이가 없을 때 소녀가 혼자 집에서 그렇게 놀았던 것이 우연히 고양이의 행동과 잘 맞아 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서로에게 유일한 친구인 소녀와 고양이. 소녀는 학교에서 돌아온 후부터 부모님이 돌아오시기 전까지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노는 것이 버릇이 되었고, 그런 것이 고양이의 놀이 방식과 비슷해졌는지도 모른다. 아이가 집에서 놀때는 놀이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다음부터이다. 만날 자신을 따라하는 고양이를 보고 있다가 소녀는 자신이 고양이를 따라해 보기로 한 것이다. 고양이는 밤눈이 밝기 때문에 밤에도 바깥을 잘 내다 본다. 소녀에게는 어둠이 무섭기만 했지만, 이젠 고양이가 곁에 있으니 두렵지 않다. 또한 늘 자기 키높이에서만 사물을 바라보다가 고양이처럼 높은 곳에 올라가 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도 보이고, 보아 왔던 것들도 새삼 달라 보임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소녀는 두려움도 떨치고 시야도 넓어지고 마음도 넓어진다. 고양이 친구 덕분에 마음이 쑥쑥 성장했달까. 그렇게 소녀는 보이지 않는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간다. 예전에는 창문을 통해서 봤던 것들이 이젠 바로 눈 앞에 펼쳐졌다. 예전에는 또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부러워만 했지만, 이젠 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줄도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삼색 고양이를 행운의 고양이라 부른다. 우리가 흔히 복고양이라 불리는 마네키네코도 삼색고양이이다. 원래는 수컷 삼색 고양이를 행운의 고양이라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암컷인지 수컷인지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녀의 세상을 집안에서 좀더 넓은 바깥 세상으로 넓혀준 것만으로도 행운의 삼색 고양이라 부를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본문에는 페이지 표기가 따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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