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 뉴 루비코믹스 543
히다카 쇼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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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그후의 패턴은 엇비슷해진다. 물론 개인차야 있겠지만 대부분은 상대에 푹 빠져 바보가 되어 버린다. 또한 상대가 자신만의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기고, 상대의 사랑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히다카 쇼코의 두번째 단행본인 시그널은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때때로 유치해지고 바보같아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표제작인 시그널은 바의 오너와 샐러리맨의 사랑을, 짧은 단편은 데뷔작에도 실렸던 고교생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평범한 샐러리맨 무라카미는 회사 선배 타마치가 소개해 준 바의 오너 아시하라와 한달에 한번 특별한 날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신호는 바로 특별 주문 칵테일. 그 칵테일을 주문하는 날은 아시히라와 함께 밤을 보낸다는 뜻이다. 무라카미는 아시히라에 푹 빠져있는 상태. 그렇다보니 아시하라가 자신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쿨하고 거침없는 아시히라를 보면서 상대적으로 불안감을 더 많이 느끼고 있다. 손에 닿을듯 하면서도 닿지 않는 사람에 대한 애틋함이랄까.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정도를 넘어 아시하라를 구속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라카미는 솔직히 말해서 좀 찌질해질 수도 있는 캐릭터다. 마음을 주고 있으면서도 솔직해지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타입이랄까. 그러면서도 아시하라 곁에 다가 오는 사람에게는 늘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다. 자신의 선배 타마치, 그리고 아시하라의 친구인 사사키와 아시하라의 관계를 의심하는 무라카미의 생각이 영 틀리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접근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할까. 의심하고 다그치기 보다는 천천히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말이지. 하지만 아시하라 쪽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자신이 바쁘면 설명도 안해주고, 처음엔 무라카미를 속이기도 했으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늘 오해와 이해가 반복된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도 않으면서 상대방이 나에게 솔직해지길 원하는 것은 원치않는 오해를 부를 뿐이다. 그리고 사랑은 믿음이란 감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가 없다. 물론 믿어서 사랑하는게 아니라 사랑하니까 믿는 것이란 뜻이긴 하지만.

어찌보면 둘 다 사랑에 있어서는 참 바보같고, 유치하다고나 할까.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서로에게 다가간 두 사람이니 말이다. 그래서 둘 다 바보지만, 둘 다 사랑스러웠달까. (물론, 현실이 이렇다면 난 뒷통수를 갈겨줄테다!)

단편은 데뷔작 수록작품인 감정사인에 등장한 마키비와 시노부 커플이야기. 서로 라이벌 의식을 느끼면서도 서로에게 끌리는 두 소년은 역시나 귀여웠달까.  

사랑 이야기는 구성이나 스토리가 서로 엇비슷하면서도 작가에 따라 그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특히 히다카 쇼코는 등장 인물의 심리 묘사가 참 섬세해서 좋다. 물론 작화도 예쁘지만. 히다카 쇼코의 작품은 어쩌다 보니 신작을 읽고 예전 작품을 읽고 하는 패턴의 반복이지만, 예전 작품을 읽어도 예전 작품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 점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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