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배트 1
우라사와 나오키 글.그림, 나가사키 다카시 스토리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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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21세기 소년이나 플루토로 잘 알려진 작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신작이다. 사실 난 이제껏 그의 작품은 몬스터 외엔 읽어 본 적이 없기에 - 다른 책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다 - 두근거림을 안고 책을 펼쳤다.
책을 펼치니... 으응??? 컬러 일러스트로 그려진 만화가 등장한다. 빌리 배트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화인데..... 뭐지, 이거? 라고 생각하면서 주욱 읽어 나가니 아하,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케빈 야마가타가 그려내는 작품이 바로 빌리 배트 시리즈란다. (깜짝 놀랐네)

케빈 야마시타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미국의 거대 만화 출판회사인 마블 코믹스에 빌리 배트라는 작품을 연재하는 인기 만화가이다. 그러나 어느 날 자신이 그리는 빌리 배트 캐릭터를 이전에 일본에서 보았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접하게 되고, 케빈은 그 진위를 가리기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때는 쇼와 24년(1949년).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 미군정의 통치를 받고 있던 시기였다. 케빈은 자신의 친구 찰리 이시즈카를 만나고, 자신이 그리는 박쥐와 똑같이 생긴 고문서를 발견하게 된다. 오랜 옛날부터 있었던 일본의 비밀결사를 뜻하는 박쥐 그림. 그러나 그는 이것을 전에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디에서 이 박쥐 그림을 처음 보게 된 것일까. 

케빈은 찰리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찰리로부터 저작권등에 대한 협박을 받게 된다. 그후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케빈이 발견한 것은 찰리의 시체. 케빈은 욱하는 마음에 찰리를 죽여버린 것일까? 케빈은 자수를 결심하지만, 동아시아 흥산의 쿠루스라는 사람의 만류로 찰리의 사체를 사고로 위장하여 처리하기로 한다. 

그후 우연히 뒷골목의 기둥에서 자신이 그린 박쥐와 똑같이 생긴 박쥐를 찾아내고, 그 박쥐를 그린 사람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추적한 것은 만화가 카라마 조후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케빈에게 "자네의 박쥐는 검은 놈인가, 흰 놈인가?" (136p)라는 묘한 질문을 던진다. 케빈이 잠시 잠든 사이 만화가는 사라지고 케빈에게 남긴 만화만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카라마가 그린 만화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현실에서도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빌리 배트가 흥미로운 것은 역사와 허구를 적당히 조합해서 만들어낸 만화란 것이다. 일단 케빈이 마블 코믹스에서 펴낸 만화 빌리 배트에 등장하는 악당은 모조리 소련 스파이. 이는 당시의 동서냉전시대의 현실을 드러내주는 대목이며, 일본에서 미군정의 통치라든가 일본 공산당 조직등에 대한 이야기는 당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실존 인물을 등장시켜 더욱더 흥미를 유발하는데, 맥아더 장군이라든지, 의문의 열차사고로 죽은 시모야마 사다노리 국철 총재,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실무를 맡아 일본에 유리한 협상을 끌어냈던 시라스 지로등도 등장한다. 하지만 일본 근현대사에 대해 별다른 지식은 없어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주인공 케빈과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부분 허구이고, 실존 인물이나 실제 있었던 사건은 이 만화의 개연성을 더해주는 양념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것은 마지막 부분이었다. 인간이 달에 처음으로 간 것은 1969년. 만화의 배경이 되는 1949년과 20여년의 차이가 있는데, 갑자기 타임리프?? (뭐, 달표면에 박쥐가 그려져 있다는 것은 허구니까 별 상관없지만) 이거 뭐지????? 우움..... 하여간 마지막에 괴상한 의문을 남겨주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흥미로웠다. 다만 좀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어떻게 재조명하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다. 일단은 1권은 만족스럽게 봤지만, 더 두고 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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