もものかんづめ (文庫)
사쿠라 모모코 / 集英社 / 200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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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일본인들의 감정에 대해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감정을 극도로 절제하거나, 아니면 극도로 오버한다는 편견을.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본인들에 관한 책을 읽어 보거나 드라나마나 영화를 통해 만난 그들에게서 받았던 느낌은 늘 그랬다. 그래서 책 뒷표지에 있는「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었다니!」라는 문장을 보고 좀 오버스러운 에세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읽어 보니 억지로 웃기는 부분은 하나도 없었달까. 꽤나 유쾌하게 즐겁게 읽혔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이 책은 총 17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을 들라면 '웃긴다'는 것이다. 제일 첫이야기는 저자가 무좀에 걸렸던 때의 이야기로, 결국엔 언니에게까지 무좀을 옮기고 말았고, 어머니께 '저주받은 무좀 자매'란 말까지 들었다는 에피소드이다. 이렇듯 첫 에피소드부터 웃음이 빵빵 터진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건강랜드에서 마사지 받은 일과 침술원에서 부항을 뜬 이야기이고, 세번째 에피소드는 건강식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의 이야기인데, 시식마 3人이 등장하면서 역시나 웃음이 터져버렸다. 시식마 세사람은 오전, 정오, 오후 시간으로 나눠서 등장한다나? 하지만 저자가 일하던 매장에는 눈길도 안주더라는... 과연 그 매장은 정말 쓸모없는 매장이었다는 이야기. 

네번째는 우리도 흔히 하는 실수인 쓸데 없는 것에 비용을 지출하는 것에 대한 에피소드이다. 17살때의 에피소드로는 한밤중 식칼을 물고 거울을 보면 미래의 배우자가 보인다는 속설을 믿었던 이야기가 있는데, 이거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유행했는데, 하면서 크게 웃었다. 또한 아주 비싼 수면 학습 베개와 관련한 에피소드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그게 정말이라면 전부 수재가 되게??

다섯번째 메르헨 노인은 저자의 할아버지의 죽음과 장례와 관련된 에피소드이고, 여섯번째 에피소드는 공포와 관련된 에피소드였다. 학창시절엔 자살희망자가 함께 죽자고 하지를 않나, 태국에 갔을 때는 광란의 질주로 혼이 쏙 빠졌고, 미국 뉴욕에서는 택시기사가 할렘가에 들리고 코카인을 복용하는등 엄청나게 쫄았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씌어 있다. 근데 이렇게 묵직하고 어두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찌나 웃기던지. (미안합니다, 작가님!)

일곱번째 에피소드는 복통으로 정밀검사를 받던 날의 이야기로 항문에 호스같은 걸 연결해서 꼭 꼬리 달린 원숭이가 된 느낌이었다고. 웃긴건 검사복의 엉덩이에 호스를 연결하기 위한 구멍이 있다는 것. 그림까지 상세하게 그려져 더많이 웃었던 에피소드였다. 여덟번째는 고 1때의 무의미한 합숙 훈련에 대한 에피소드였교, 아홉번째는 꿈꾸는 소녀시절의 로망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도 한때는 꿈꾸는 소녀 시절이 있었기에 완전 대공감! (하면서도 미친듯이 웃었다. 나도 똑같어요, 작가님!)

그외에도 단 두달만에 끝난 직장 생활 이야기, 방울벌레 사육 이야기, 대중 목욕탕 순례다니던 이야기, 부자 친구들의 집 방문기와 그 가족들 이야기 등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딸려나온다. 그중 재미있었던 것은 열한번째 에피소드인 믿거나 말거나 에피소드가 있다. 50cm의 변을 보았다는 친구 이야기, 군고구마 주스 이야기등 정말 믿거나 말거나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도대체 작가와 작가 주변 인물들은 정밀 연구대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별난 사람들이 많다고나 할까. 

다른 흥미로운 것으로는 잡지 가십 기사와 관련한 저자의 생각이었다. 일부 발췌를 해서 옮겨 봤는데, 이런 부분도 은근히 웃기면서 꼬집고 있달까.
 
あやふや根拠からムリヤリ創られる記事は、オナラに似ている。実体が無いのに臭いのだ。
屁をした方はスッキリするかもしれないが、尻を向けられた方はどれほど迷惑を被ることか、一度じぶんの尻の穴と鼻の穴にホースを直結させたガスを一気に吸い込んで頂きたい。(205~206p)

애매모호한 근거로부터 억지로 만들어낸 기사는 방귀와 닮았다. 실체가 없는데 냄새는 난다.
뀐 쪽은 개운할지 몰라도, 엉덩이가 향한 곳에 있는 쪽에 얼마나 폐를 끼치게 되는 것인지, 한 번은 자신의 항문과 콧구멍을 호스로 바로 연결시켜 가스를 한 번에 들이마시도록 하고 싶다.  

이부분을 읽으면서 저자 역시 작가로 활동하지만 가십 기사를 쓰는 난장판 잡지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웃기는 듯 하지만 그 속에 뼈가 있달까. 사실 이런 가십 기사를 싣는 잡지를 보면 대부분 그 기사의 출처가 애매모호하다. 사진 역시 알아 볼 수 없이 흐릿한 것 뿐이고. 저자 역시 이런 잡지의 피해자임을 감안해 보면 이런 발언은 당연히 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내가 제일 크게 푸하하핫 하고 웃었던 에피소드는 열여섯번째 에피소드인 결혼 관련 에피소드이다. 양가에 인사 드리기, 결혼식과 피로연등에 관한 것들이었는데, 특히 신랑집에 인사 가서 계속 구르고 넘어진 저자를 생각하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안쓰럽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재일 웃겼던 건 저자의 아버지가 등장할 때다.

ついに我が父の番がきた。母も姉もこわばった表情で父を見上げている。父は直立したまま「私が新婦のさくらひろしです」とキッパリ言ってしまった。(216p)

드디어 우리 아버지의 순서가 돌아왔다. 엄마도 언니도 경직된 표정으로 아버지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똑바로 선채로「저는 신부 사쿠라 히로시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신부의 아버지 사쿠라 히로시라고 해야하는데 신부 사쿠라 히로시... 푸하하하핫... 새벽에 읽다가 배를 잡고 웃었다. 얼마나 긴장을 했으면 저럴까 싶기도 하지만, 원래 저자의 아버지는 좀 독특한 분이긴 하다는 걸 감안하면 일부러 그랬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 게다가 그후 친척 소개할 때 친척들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곤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딸의 결혼식에 참가한 아버지라서일까. 엄마도 울지 않는데, 아버지가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목격하는 저자. 아, 역시 아버지란 딸을 시집보낼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하시던데, 그렇구나 싶었다. (물론 찰나의 일이라 이 모습은 저자만이 봤지만... )

이렇듯 일상에서 겪은 일을 마치 만담식으로 풀어내는 저자의 글솜씨와 재치에 읽는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거 완전 일상이 코미디 아니야, 라는 느낌이었달까. 과장해서 억지로 웃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인만큼 진솔하면서도 유쾌한 느낌이 가득이었다. 비록 내가 이 책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그런 상태에서도 이렇게 웃음이 곳곳에서 터졌다면 그 재미는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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