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가 된 고양이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7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살면서 슬픈 일을 많이 겪게 된다. 때로는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슬픈 일도 생기는데, 그중 가장 슬픈 일은 나와 가까운 존재,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는 일이다. 이제는 더이상 나와 같은 하늘아래서 숨쉬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커다란 상실감과 아픔과 슬픔을 동반한다. 하지만, 그 슬픔이 크다고 해서 슬픔에 젖어 있기만 하거나, 슬픈 일을 의도적으로 외면할 수는 없다. 그것은 머릿속에서 지우겠다고 해서 지워지는 것도 아니요, 억지로 외면해 봐야 나중에 똑같은 슬픔을 겪을 때 또다시 억지로 잊으려 했던 일이 떠오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베리티네 집에는 아주아주 늙은 고양이 메이블이 있다. 메이블의 나이는 정확히 모르지만 베리티의 엄마가 결혼하기 전부터 키웠던 녀석이라 베리티가 메이블의 존재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아주 늙은 고양이가 되어 있었다. 메이블은 늙어서 그런지 늘 잠만 잔다. 원래 고양이는 잠을 많이 자는 편이지만, 메이블은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늘 잠에 빠져 있었다.

베리티는 다른 친구들이 키우는 반려동물들을 보면서 부러워했다. 왜냐하면 친구들이 키우는 반려동물은 아직 새끼이거나 젊은 축에 속해 늘 활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베리티는 집으로 들어오다가 메이블이 토한 것을 밟게 된다. 베리티는 순간 화가 나서 메이블을 야단치게 된다. 풀죽은 메이블은 결국 화장실까지도 못가고 실례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그후...
메이블이 사라져 버렸다.

메이블이 없어진 후 베리티는 메이블을 야단친 것이 너무나도 미안해진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 것 뿐인데... 하면서. 온동네를 다 찾아 다니지만 메이블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도대체 메이블은 어디에 가버린 것일까. 혹시 사고라도 당한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베리티는 울음을 터뜨린다.

사실 베리티에게는 엄마가 없다. 베리티의 엄마는 베리티를 낳자 마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리티네 집에서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죽음과 관련된 단어도 금지다. 그런 말을 쓰면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모두가 슬퍼하시기 때문이다. 그런 베리티가 유일하게 엄마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건 메이블이였다. 그렇게 소중한 메이블이었는데....


결국 메이블은 베리티의 방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옷속에 숨어 있어서 보이지 않았던 것 뿐. 베리티는 벌레를 싫어하는 메이블이 땅속에 묻히는 것을 싫어할까 싶어 학교에서 배운대로 메이블을 미라로 만들기로 했다. 온몸을 깨끗이 닦아 주고, 라벤더 소금을 뿌리고 시트로 온몸을 꽁꽁 싼후 천 위에다가 메이블이 좋아하는 것들을 그렸다.

하지만 베리티는 어른들에게 메이블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메이블이 죽었다는 사실을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가 알게 되면 너무나도 슬퍼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베리티가 만든 메이블의 미라는 점점 부패해가고 결국 할머니께 이 사실을 들키고 만다.
처음엔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빠도 모두 놀랐지만, 왜 베리티가 메이블을 미라로 만들 결심을 했는지를 알고 베리티를 위로해주고, 메이블의 관을 함께 만든다. 관속에 있어도 밖을 볼 수 있는 눈도 그리고, 고양이 문도 그려주었다.


베리티네 가족의 문제는 베리티의 엄마의 죽음을 너무 슬퍼한 나머지 그것을 억지로 묻어두려 했다는 것에 있다. '죽는다'라든지 '죽음'이란 단어도, 엄마 이야기도 거의 입밖으로 내지 않았던 가족들. 어린 베리티 입장에서는 죽음이란 슬픈 것이기에 감춰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했던 듯 하다. 그런 분위기다 보니 자신을 낳자마자 돌아가신 엄마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던 베리티였지만, 메이블의 일을 통해 가족들은 그런 것에 대해 무조건 묻어두고 잊으려 하는 것보다는 사랑했던 존재와 함께한 나날을 기억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일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엄마에 대한 기억 노트와 메이블에 대한 기억 노트는 바로 그런 것을 나타낸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이 있는 것이라면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된다. 또한 모두들 자신만의 수명을 타고 나기 때문에 그 명이 언제 다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상실감이 더 커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사랑했던 존재의 죽음에 대해 억지로 잊으려 하는 것은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들의 죽음이 슬프지만, 그들을 추억하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물론 사랑하는 존재가 세상을 떠나면 우선은 자신이 상대에게 잘못한 일만 떠오르고 가슴을 치고 후회하게 되지만 - 베리티가 메이블에게 미안해한 것처럼 - 그때는 이미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그런 것보다는 그 존재와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기억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나 역시 15년 전 바우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을 때, 작년에 가을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을 때 좀더 잘해줄걸, 야단치지 말걸, 하면서 펑펑 울었다. 울면 울수록 더 미안해지기만 하고 더욱 슬퍼졌다. 지금도 바우와 가을이을 떠올리면 이 둘이 더이상 이세상에 없다는 것이 너무도 슬프지만 바우와 가을이가 내게 남겨준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면 미소를 지을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슬픔이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그걸 덮어두고 잊으려고만 하면 절대 그 슬픔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랑하는 존재와의 행복한 추억 - 슬픈 기억이 아니라 -을 가슴 속에 담고 때때로 추억하는 일, 이것이 슬픔을 극복하는 제 1단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베리티라는 어린 소녀를 통해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는 죽음이란 것, 그리고 그 슬픔을 극복해 나가는 법을 너무 무겁지 않게 풀어나가는 이 이야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현명히 슬픔을 극복해 나가는 방법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4p, 58p, 100p, 116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