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걷는 개, 페이스 - 믿음으로 이룬 기적의 감동 실화
주드 스트링펠로우 지음, 이원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꽤 오래전에 방송에서 흰멍이라는 하얀색 강아지 사연을 본 적이 있다. 태어났을 때부터 앞 다리 두개가 없는 채로 태어나 버려진 흰멍이는 좋은 가족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만, 턱과 앞가슴으로 몸을 지탱하고 몸을 끌고 다니고 있었다. 나중엔 의족을 만들기도 했지만, 불편해 해서 자주는 못쓴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개의 이야기로는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한쪽 앞뒤 다리를 사고로 잃은 그레이 하운드가 있었다. 사람으로 따지면 한쪽 팔다리 밖에 없는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녀석은 전혀 균형을 잃지 않고 건강한 개처럼 뛰어다녔다. 그외에도 뒷다리 하나를 잃은 치타의 이야기라든지 하는 이야기는 종종 볼 수 있었고 그 녀석들은 모두 다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행에는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미국의 페이스의 이야기도 이미 티비 방송을 통해 알고 있었다. 내가 페이스를 보면서 놀라웠던 것은 페이스 역시 두 앞다리가 없는 기형이었지만 두발로 직립보행을 한다는 것이었다. 개는 원래대로라면 신체구조상 직립보행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페이스는 두 발로 일어나 자유자재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정말 기적이로구나, 하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 버림받은 페이스는 저자의 아들 루벤이 데리고 온 강아지였다. 온몸은 상처투성이에 어미에게 젖도 제대로 얻어 먹지 못해 짖을 기운조차 없었지만, 페이스는 삶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그런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던 주드의 가족은 2시간마다 일어나 페이스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정성을 기울여 페이스는 그후 건강하게 자라났다. 하지만 페이스의 문제는 양쪽 앞다리가 모두 없는 상태라 전혀 걸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세 개의 다리를 가졌더라면 걸을 수 있었을 텐데, 하다 못해 한쪽뿐이라도 앞뒤 다리가 하나씩만 있어도 걸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봐도 이미 그렇게 태어난 이상 페이스에게 다른 선택은 없었다.

페이스 역시 처음에는 앞가슴과 턱을 이용해 기어다녔다. 하지만 저자인 주드의 가족이 페이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걷게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고 그후 페이스를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정성이 통했던 걸까. 페이스는 두 다리로 일어서고, 걷게 되고, 결국 뛰어다니게 되었다. 그건 어쩌면 기적이란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가족들의 사랑과 믿음, 그리고 헌신이 만들어낸 기적.

"그래, 맞아, 페이스! 너는 내가 만나본 그 어떤 개만큼이나 정상적이야!"  (58p)

가족들이 페이스를 장애견으로 보고 과잉보호만을 했다면 이런 기적은 없었으리라. 비록 몸은 불편했지만 정상적인 개들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살아가도록 만든 것은 믿음이었다. 페이스의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페이스는 그후 유명해졌고, 병원에서의 봉사활동 등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특히 자살 충동을 느끼던 한 여성과 양다리를 절단해야 할 처지에 놓인 한 남성이 페이스를 보고 희망을 가지고 삶에 대한 감사를 느끼게 된 사연이 기억에 남는다.

가끔 동물을 보면 인간보다 낫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이라면 이런 처지의 자신을 비관하고, 절망하고, 좌절하고 움츠러들지 않았을까.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동물이기에 자신의 생김새가 어떻든 신경쓰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페이스가 삶에 대한 집착, 희망,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반려인 가족들이 아무리 뭔 짓을 해도 페이스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싱글맘으로서 세아이를 키우는 주드. 그녀의 삶 역시 평탄치만은 않았다. 아이의 양육권 문제때문에 한참을 힘들었고, 개를 키우지 못하게 하는 집주인과 마찰도 있었다. 하지만 페이스를 보면서 많은 힘을 얻었다고 한다. 단지 페이스가 그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드의 삶에 기적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아쉬웠던 부분은 페이스의 이야기 중 방송 출연과 관련된 부분의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페이스의 삶의 일부이겠지만, 내 느낌으로는 사람 이야기가 더 많지 않았나 싶었다. 페이스의 성장 과정에 페이지를 좀 더 많이 할애했더라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저자가 본업이 작가가 아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야기 구성이 좀 산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두가지가 좀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페이스를 책으로 만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30~1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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