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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택시 ㅣ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13
난부 가즈야 지음, 사토 아야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고양이 택시?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서는 난 고양이 버스를 떠올렸다.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나온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고양이 버스.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다리가 열 두개 달린 고양이 버스. 하지만 이 책은 그것과는 좀 달라보였다. 일단 책 표지를 보면 고양이 자체가 택시가 아니고, 고양이 전용의 택시를 몰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고양이 택시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길고양이 톰은 자신을 돌봐줄 사람을 찾아 다녔다. 왜냐하면 추운 겨울 따스한 잠자리도 몸을 녹여줄 따스한 우유도 먹어 본 적이 없었기에.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자신을 돌봐줄 사람을 찾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만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랜스 할아버지. 랜스 할아버지 역시 처음에는 톰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지만, 어깨가 축 쳐저서 돌아서는 톰을 보고 마음이 바뀌어 톰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톰은 랜스 할아버지와의 생활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따스한 벽난로 앞에서 잘 수 있었고, 소파위에 올라갈 수도 있었고, 맛있는 우유도 먹을 수 있었다. 톰은 할아버지에 대한 감사로 쥐를 잡아 할아버지께 가져다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날 할아버지가 계단에서 미끄러지면서 크게 다치는 바람에 택시 운전을 두 달 동안 쉬게 되었다. 어떻게든 할아버지를 돕고 싶은 톰은 자신도 택시 운전을 하겠다고 나선다.
랜스 할아버지는 반신반의하며 택시를 만들어 줬지만, 곧 톰의 택시는 고양이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운임은 코르크 마개나 죽은 쥐, 혹은 청어같은 고양이들의 놀잇감이나 먹이였고, 그건 할아버지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톰은 자신에게는 필요 없지만 랜스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돈을 받는 것으로 운임을 대신한다. 고양이 택시의 가격은 1파운드.
톰은 고양이들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기도 할 뿐 아니라, 다친 아기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려다주기도 하고, 할머니가 손녀에게 보내는 케이크 배달을 하기도 한다. 또한 결혼식에 늦은 신랑을 위해 결혼식장까지 달리기도 하고, 길잃은 할머니 고양이의 집을 찾아 주기도 하는 등 택시 기사로서 다양한 일을 해오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톰은 은행앞에서 은행을 턴 은행강도를 보고 은행강도들을 추격하기로 한다. 등대에 다다른 톰은 그곳에서 밧줄에 묶인 등대 할아버지를 보고 구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고양이의 힘으로는 무리. 하지만 다행이 강도 중에 조금 좋은 사람이 있어 우유를 얻어 먹기도 한다. 저녁이 되어 등대 불빛이 켜졌을 때, 그곳에서 잠을 자던 톰은 놀라서 펄떡펄떡 뛰기 시작했고, 등대 불빛에 고양이 형상이 떠올랐다. 경찰들과 마을사람들은 은행강도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으로 출동한다! 톰은 은행 강도까지 잡게 되었다.
떠돌이 길고양이였던 톰이 집고양이가 되고, 택시 기사가 되어 행복을 전달하는 이 이야기는 전업 작가가 아닌 고양이 전문 수의사에 의해 씌어진 작품이다. 고양이를 많이 관찰해왔던 만큼 고양이들의 습성을 잘 묘사하고 있다. 게다가 삽화 역시 유머러스한 부분이 많아 등댓불에 비친 고양이 톰의 그림을 보고는 푸하하핫 하고 웃어버렸다. 사실 톰은 많이 놀랐겠지만, 난 배트맨의 불빛까지 상상했기에 더 재미있었달까. 톰은 캣맨???
고양이 택시는 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마을의 이야기가 따스하게 펼쳐진다. 처음엔 고양이들만 사는 고양이 마을의 고양이 택시인줄 알았지만, 사람과 고양이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마을이야기란 것을 알고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정말 어딘가에 이런 마을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도 고양이도 행복한 마을.
"사람들이 네 주위를 둘러싸고 싱글벙글 웃고 있을 때는 사람도 고양이도 모두 행복한 때란다." (107p)
톰의 고양이 택시 이야기를 읽다 보면 행복이란 저 멀리 있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톰, 앞으로도 안전운전 부탁해!!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4p, 33p, 9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