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Quinta Camera 라.퀸타.카메라
오노 나츠메 지음, 심정명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오노 나츠메의 데뷔작인 라 퀸타 카메라.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하숙집 사람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즘 그림보다는 뭐랄까, 더 단순하지만 오노 나츠메의 그림의 특징을 알아 보기엔 손색없다. 만화란 장르가 작화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때로는 스토리가 작화를 앞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오노 나츠메의 만화가 바로 그런 것이랄까.

덴마크인 유학생 샤를로트는 이탈리아에 어학 연수를 오게 된다. 하지만 학교에서 하숙집 배정에 문제가 생겨 샤를로트는 중년 남성 4명이 있는 마시모의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중년 남자 네명이란 소리에 조금 쫄기도 하지만 막상 그들을 만나 보고 마음이 푸근해지는 샤를로트.

집주인인 마시모는 카페를 경영하고 있고, 안나 마리아라는 여성과 교제중이다. 좀 별난 사람인 체레는 만화가로 일단은 민폐형 남자지만,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루카는 거리의 악사, 그리고 알은 이혼한 남자로 지금은 트럭 운전을 하고 있다.

왠지 중년 남자 넷이 모여 살면 퀴퀴하고 음침할 것 같지만 오노 나츠메가 그리는 중년은 다른 느낌이랄까. 물론 그다지 중년처럼 보이지 않는 동안(?) 외모의 소유자들이긴 하지만, 그들의 삶 자체가 즐겁고 유쾌해서 또다시 난 오노 나츠메가 그리는 중년 캐릭터의 매력에 푸~~우우욱 빠지고야 말았다.

이 작품은 학교측의 실수로 하숙집에 들어온 샤를로트의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의외로 등장 인물이 꽤 많다. 샤를로트 다음으로 들어온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알레산드로와 그의 여자 친구이야기는 루카가 중심으로 나온다. 길거리 악사인 루카의 사진을 찍던 그녀가 바로 알레산드로의 여자친구였단 것! 비록 고백도 못해본 짝사랑으로 끝나 루카의 작은 어깨가 더욱 쳐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마시모의 위로에 나도 따스한 위로를 받았달까. 그녀와의 기억은 곱디 고운 추억으로 간직하는 거야, 루카. 힘내!

그후에 들어온 하숙생은 일본인 아키오의 이야기. 아키오의 이야기는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인 나탈레와 체레의 생일편 이야기가 함께 들어 있다. 나탈레 기간에는 모두 본가로 돌아가는 사람들이라 나탈레 파티를 일주일 당겨서 하는 사람들. 이번엔 체레의 생일 파티도 겸했다. 체레의 선물을 고르는 모습이라든지, 밀라노에서 발이 묶인 체레를 직접 데리러 가는 알의 모습, 그리고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체레를 축하해주기 위해 계속 기다리는 사람들. 역시 체레는 민폐 캐릭터지만 사랑받고 있구나~~

다음 하숙생으로는 에릭이 등장한다. 에릭편에서는 알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나오는데, 헤어진 부인의 이야기와 그런 알을 좋아하는 샤를로트의 이야기가 함께 나온다. 가슴아픈 알의 사연과 과감하게 "알의 아이를 낳겠어!"라고 선언하는 샤를로트. 역시 용기있는 자가 사랑을 얻는구나!

그 다음 하숙생은 미국인 마이크로 매일매일 감자 튀김을 튀겨대는 남자. 푸하하핫. 역시 미국식 음식에서는 감자 튀김이 빠질수가 없구나. 마이크의 이야기와 더불어 마시모와 안나의 결혼 소식까지! 자신들의 결혼으로 모든 하숙생들이 나가야 할 처지가 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는 안나와 모두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에 우울해지는 마시모.

하지만 마지막 하숙생인 브룩 할머니덕분에 이들은 이런 시간을 잘 극복해간다. 특히 할머니가 시나리오 작가란 말에, 그들의 이야기가 시나리오로 만들어진다는 말에 행복해 하는 네명의 남자.

정말로 시나리오가 만들어지면, 여기서의 우리들 생활이 다른 형태로 계속된다는 거네. 단 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왠지 즐거워져! 분명 좋은 이야기가 될 거야. (151~152p) 

그래. 이제 더이상 한집에서 살수는 없지만 그들의 인연이 끝난 건 아니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년의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번외편으로는 알이 마시모의 집으로 들어오게 된 계기와 아키오의 나탈레와 설날 편이 들어가 있다. 알의 사연은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오히려 그게 전화위복이 된 사건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고, 아키오의 이야기에서는 유학생으로 타국에서 생활하는 아키오을 위한 모두의 배려가 돋보였달까.

원래 이탈리아란 나라를 그다지 동경한다거나 하는 나는 아니었지만, 오노 나츠메가 그리는 이탈리아 이야기를 보면 나도 그곳을 동경하게 된달까. 게다가 중년에 꽂히기까지!!!!

마시모, 혹시 빈 방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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