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꾸러기 고양이와 풍선 장수 할머니 동화는 내 친구 2
필리파 피어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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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면 할머니와 고양이가 등장한다. 할머니와 고양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독거노인과 반려동물. 두번째로 드는 생각은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할머니와 털실을 가지고 장난치는 고양이.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할머니와 고양이는 좀 다른 듯하다. 풍선 장수 할머니와 말썽꾸러기 고양이니까. 그렇다면 여기에 할머니와 고양이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풍선을 팔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카클 할머니는 런던의 제일 높은 집에 산다. 계단이 여든여덟개나 되는 높은 곳이지만 카클 할머니는 그곳에서 사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피터라는 까만 고양이가 있고, 피터가 그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피터를 제일 사랑하는 할머니는 피터가 좋아하면 뭐든 OK. 고양이 피터는 할머니의 자식이자 친구와 같은 존재이다. 일가 친척도 없고, 할아버지 마저 돌아가셨기 때문에 카클 할머니에겐 피터가 유일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터의 애정순위는 할머니와 다른 모양이다. 왜냐하면 피터는 세상에서 생선을 제일 좋아했기 때문이다.

카클 할머니는 매일매일 거리로 나가 풍선을 팔았다. 유일한 돈벌이 수단이 바로 풍선 장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런던에 궂은 날이 계속되면서 풍선도 잘 팔리지 않고, 어부들이 바다로 나가는 것도 힘들어져서 물고기 값도 많이 올랐다. 피터에게 싱싱한 생선을 먹이고 싶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그것이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결국, 피터는 탈출을 감행! 뒤도 안돌아 보고 집을 나가 버렸다. 카클 할머니는 피터를 쫓아 갔지만 피터의 모습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일을 끝내고 돌아 오면 있겠지, 하는 마음이었지만 피터는 그날 밤에도 그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피터가 집을 나간 후 런던에서 가장 뚱뚱했던 풍선 장수 할머니는 가장 빼빼 마른 할머니가 되었다. 피터 걱정에 잠도 잘 못자고, 밥도 잘 못먹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피터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하지만 할머니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오늘도 풍선을 팔러 나섰다.

오늘따라 가져온 풍선이 유난히 많아 풍선을 다 불고 한손에 쥐는 순간, 할머니의 몸은 바람에 밀려 풍선과 함께 두둥실 떠올랐다. 땅이 점점 멀어지고, 건물들을 지나 할머니의 몸은 금세 비구름이 있는 곳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비구름을 지나 더 위로 올라가니 푸르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 눈부신 태양이 보였다. 과연 카클 할머니는 풍선을 타고 어디까지 날아가게 될까. 카클 할머니는 그토록 보고 싶어하는 피터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사랑하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카클 할머니. 솔직히 처음엔 피터가 조금 미워졌다. 반려동물을 잃어 버린 사람들의 슬픔이 얼마나 큰지 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터의 가출 사건은 카클 할머니에게 있어 또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풍선을 타고 두둥실 떠올라 하늘을 날아다니고, 일하느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바다까지 구경하게 되니까. 그리고 바다위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고, 피터까지 만나게 되니까.

만약 카클 할머니가 어둡고 우울한 사람이었다면 이런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었을까. 풍선을 잡고 두둥실 떠올랐을 때 공포에 질려 비명만 질렀다면 오히려 카클 할머니는 크게 다치게 될 수도 있었다. 먹구름을 지나 새파란 하늘을 마주하는 것처럼, 카클 할머니도 힘겨운 삶을 살아왔지만 긍정적인 마음과 명랑한 성격으로 또다른 행복한 삶을 얻게 되었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어렵고 앞으로의 일이 두려울지라도 열심히 살다 보면 행복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행복은 아주 살금살금 몰래몰래 찾아온다. 그러하기에 우리가 마음의 문을 꽉 닫고 있다면 왔던 행복도 들어갈 곳을 찾지 못해 다시 떠나갈지도 모른다. 카클 할머니처럼 힘겨운 시간을 거쳐간다 해도 늘 유쾌하고 명랑하게 산다면 행복도 절로 찾아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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