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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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글들에는 기록할 거리를 만드는 나, 기록하는 존재로서의 나, 기록의 저장매체인 내가 들어 있다. (작가의 말 中)

이 책을 읽으려면 이 문장은 꼭 기억하고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안그러면 첫번째 이야기부터 이거 뭡니까, 소리가 나오면서 분개하게 될테니까. 또한 책 제목인 농담하는 카메라와 포복절도할 농담이란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지 말 것도 권장한다. 이 책은 카메라나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고, 포복절도할 농담도 거의 없으니까. 사실 포복절도할 농담이 아니라 오래된 농담쯤으로 여기는 게 정신적으로 좋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억지로 웃어 보려 해도 웃을 건덕지가 없었달까. 1990년대 중반에 유행했던 썰렁한 농담을 생각하면 딱 맞다. (얼음나라의 얼음공주가 썰매를 타고~~)

처음부터 무시무시하게 깔아 뭉개는 나의 말에 공감을 하든 욕을 하든 그건 제군들 마음이지만, 난 확실히 이 책에 대해 별 감흥이 없었다.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제목도 그렇고, 사람을 농락하는 포복절도할 농담이란 문장에도 오히려 화가 났으면 화가 났지 딱히 좋은 감정은 없었다.

책은 총 3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진다. 제 1부는 나는 카메라다, 제 2부는 길 위의 문장, 제 3부는 마음의 비경이라고 하는데, 제 1부를 묶어 설명하는 문장에 눈길이 딱 멈춘다. 나는 카메라다, 라. 즉 농담하는 카메라는 농담하는 작가 자신을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군.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 나온 이야기부터 그다지 재미도 없고, 이런 이야기를 왜 굳이 하는지 그 의미가 뭔지를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며, 일단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1부는 작가 자신의 어릴 적 추억과 관련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2부는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 3부는 일상적인 일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다지 재미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끝까지 읽어 나갔던 것은 뭐 하나 터뜨려주지 않겠나, 싶은 그런 기대 심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뭐, 결론은...

그래도 몇 가지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작가의 어머니의 칠순 잔치때의 에피소드를 담은 봄의 교향악, 미국의 시골에서 만난 재미 교포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손을 흔드는 사람들, 황당하게 주문을 받는 호텔 레스토랑이야기를 담은 한 도시의 기풍, 이름도 없고 간판도 없는 시골 자장면집 이야기를 담고 있는 행복 자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장가 오시면서 부르셨다는 '봄의 교향악(원래 제목은 동무 생각)'을 장성한 자식들이 어머니께 불러드리는 이야기는 따스하고 한편으로 감동적이었다.

이렇듯 몇 편의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그저 작가의 수다, 혹은 잡담. 글로 쓴다면 끼적거림 정도로 보였다. 그다지 별난 것도 없는 이야기에, 특별난 것도 없는 소재에, 포복절도는 커녕 썰렁한 농담에 오히려 읽는 사람이 부끄러워졌다. 요즘은 이런 책이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작가와 나의 세대차이에서 나오는 농담의 깊이가 달라서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공감할 수는 없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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