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블루보리 왕자 문지아이들 110
오채 지음, 오승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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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블루보리 왕자.
블루보리?? 도대체 뭔 뜻이지?
표지를 보니 싱긋 웃고 있는 시베리안 허스키가 보인다. 블루보리 왕자란 저 녀석 이름인가?
그래도 그렇지 이름이 참으로 길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한솔이는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이다. 생일날 귀여운 강아지를 선물받고 싶었지만, 엄마에게 받은 선물은 로봇 강아지였다. 자신이 무슨 애도 아니고, 겨우 이런 걸 받고 싶었냐고 엄마에게 따지자, 엄마는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할 때라면서 한솔이의 의견을 묵살한다. 사실 한솔이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빠는 지방에서 엄마는 간호사로 일을 하다 보니 집에 돌아오면 반겨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텅빈 집에 들어가는 건 싫다. 강아지가 있다면 자신을 반갑게 맞아 줄텐데, 그리고 외로울때 친구가 되어줄텐데,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한솔이가 과일 가게 앞을 지나다가 멋진 개 한마리가 묶여 있는 것을 본다. 시베리안 허스키, 발음하기도 힘든 종류의 이름을 가진 그 개에게 한솔이는 첫눈에 반한다. 한솔이는 그 개에게 왕자란 이름을 붙여주고 친해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늘 방해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한솔이의 단짝 민규의 쌍둥이인 민지가 바로 그 인물. 민지는 힘도 세고, 남자 아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한솔이에겐 늘 버거운 상태다.

사실 한솔이는 어릴 때 다리를 다쳐서 다리가 좀 불펀하다. 그래서 더 씩씩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민지에겐 번번히 당하기만 했던지라, 요번엔 시베리안 허스키를 사이에 두고 작은 결투(?)를 벌인다. 자전거 타기로 승부를 봐서 진 사람이 개를 포기하는 것. 하지만 어릴 때 사고도 있고, 몸이 약간 불편하기 때문에 이 승부는 사실 한솔이에게 불리한 것이었지만 한솔이는 열심히 노력을 기울인다. 결과는 참패! 하지만 한솔이는 이 결과에 승복하지 못했고, 왕자에 대한 마음은 더욱 애틋해져만 간다.

그러던 와중에 한솔이와 왕자가 소매치기를 잡는 일도 생기고, 시베리안 허스키 동호회 모임에도 나가게 되는 등 한솔이에겐 즐거운 일만 생길 듯 하지만, 동호회에서 왕자가 너무 빨리 달려 한솔이를 다치게 하고 만다. 얼마간 입원을 했다 돌아오니 그새 왕자는 민지와 너무너무 친해져버렸다. 배신감에 화가 난 한솔이는 왕자에 대해 복수를 하기로 결심하는데...

이 책은 몸은 약간 불편하지만 늘 씩씩하게 행동하려는 한솔이란 아이와 친구 민규의 우정, 그리고 서로 으르렁대는 초등학교 남녀 아이 사이의 문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동물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아이의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초등학교때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대개 원수지간이다. 남자 아이들은 여자아이들을 놀리거나 장난을 치는 재미로 살기에 늘 대립할 수 밖에 없다. 학교 생활도 그러할진대, 이번에는 개를 사이에 두고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기까지 한다. 아이때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누구는 날 더 좋아해처럼 왕자(혹은 블루베리)는 날 더 좋아해, 라고 우기고 싶어진다. 그렇다 보니 왕자가 누구를 더 잘 따르냐에 따라 한솔이나 민지는 서로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달까. 그렇다고 해서 한솔이가 왕자에게 복수를 하는 모습이 용서가 되지는 않는다. 나중에 죄책감을 느끼고 용서를 구하지만 잘못은 잘못이니까. 다행한 것은 왕자가 무사했던 것과 한솔이가 그것을 통해서 조금은 성장했다는 것이랄까.

사실 한솔이보다 더 가슴 아픈 사연은 과일가게 부부의 사연이었다. 고등학생이 되면 개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던 아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사고로 죽어버렸던 것. 아저씨는 왕자를 보면서 아들 생각을 하며 위안을 얻었지만, 아줌마는 후회때문에 왕자만 보면 아들에게 미안해져 왕자를 보기 불편해 했다. 게다가 큰 마트때문에 장사도 잘 안되니 더욱 힘들 수 밖에.

결국 왕자를 다른 곳에 보내기로 한 아줌마. 그리고 그것을 안 한솔이는 왕자를 탈출시키기로 마음먹는다. 자신의 자랑인 메달을 걸어 주고 좋은 곳에 살라며 왕자를 떠나 보내는 한솔이. 한솔이는 이곳만 벗어나면 왕자가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겠지만, 이 역시 아이다운 생각이다. 바깥 세상은 왕자와 같은 개들에게 엄청 위험한 세상이니까. 결국 몇 달 후 왕자는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 장면이 무척 감동적이고 마음이 따스해졌으나, 갑자기 웃음이 터져버렸다. 왕자의 정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왕자가, 왕자가.... 그거였어???

자신의 몸이 조금 불편한 건 신경쓰지 않지만, 자신을 다치게 했던 것을 극복하게 되는 한솔이. 한솔이 역시 왕자를 만나 동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또한 늘 견원지간으로 지내던 민지와의 사이도 점점 서로를 이해해가면서 좋아지게 된다. 그건 어쩌면 왕자 덕분인지도 모른다. 한솔이와 민지, 그리고 블루보리 왕자, 앞으로도 멋진 우정을 나누는 친구로 남길 바랄게.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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