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파 2 - 신장판
아시나노 히토시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아주 멀 수도 있고 아주 가까울 수도 있는 미래. 그때는 이미 환경 변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라지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살아간다. 훗날 '저녁뜸의 시대'라 불릴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 그곳 서쪽 언덕에는 카페 알파란 곳이 있고, 카페 알파에는 알파형 로봇 알파가 언제가는 돌아올 오너를 기다리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알파는 오늘도 오너가 보낸 카메라를 들고 소중한 기억을 남기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닌다. 하지만 찍은 사진은 고작 한 장뿐. 그러나 그 풍경과 시간을 사진속에 담는 것보다 마음속에 남겨온 것이 알파는 오히려 더 행복하다. 알파는 로봇이지만 어찌 보면 인간보더 더 인간다운 로봇이다. 인간의 순수한 원형이랄까. 그런 알파를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로봇이기에 인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살아가야 하는 알파에게 있어 별다른 일도 없는 일상이 지겹게 느껴질만도 하지만, 알파는 모든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2권의 내용은 알파의 이야기로는 마지막 대왕 불꽃놀이 구경, 코코네의 방문, 아야세와의 만남 등이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무언가가 마지막이란 소리를 들어야만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닫는 존재란 걸. 평소엔 신경도 쓰지 않고 흘려 보냈던 것들이 더이상 볼 수 없는 것이 되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야 안타까워 한다. 매일매일의 똑같은 일상을 지겨워 하지만, 결국 시간을 돌이켜 봤을 때, 그때가 정말 좋았단 걸 뒤늦게야 깨닫고 후회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주유소 영감님과 선생님의 추억이다. 두 사람만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 그러나 그것은 절대로 돌아올 수 없는 시간. 하지만 선생님의 말처럼 우리는 그 속편을 언젠가 볼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 언젠가 그날을 떠올리게 되면서 말이다. 오늘은 내일이 되면 어제가 된다. 그렇게 시간은 자꾸만 뒤로 뒤로 흘러간다. 앞만 보고 사는 요즘 시대, 우리는 과연 미래에 보게 될 것이 속편이란 걸 깨달을 수 있을까?

또 다른 이야기로는 1권에 등장했던 미사고의 이야기와 이번에 처음 등장하는 물의 신 이야기가 있다. 인간의 문명앞에 무너져내려 더이상 볼 수 없었던 어떤 것들이 문명의 붕괴 과정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자연은 인간의 문명앞에 파괴되지만, 인간의 문명이 붕괴됨으로서 자연은 재생된다는 의미랄까.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이 책이 무겁거나 딱딱하다는 생각은 금물. 카페 알파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뿐이니까. 카페 알파는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해 반추하게 만든다. 알파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언젠가 추억이 될 '지금'을 소중히 여기라고 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언젠가의 속편이 될 것이고, 그 속편은 또다른 속편을 만들 기억이 될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