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이스터 1
아츠시 나카야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 표지를 봤을 때, 어이쿠, 깜짝이야, 이거 뭡니까? 라고 말하고 싶었기도 하지만, 반대로 호기심이 생겨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트라우마이스터란 제목과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의 등장이라... 근데 자세히 보면 무섭다기 보다는 어딘가 유머스럽다. 일단은 책 뒷표지의 내용 소개를 읽으면서 대충 감을 잡긴 했지만, 역시 수박은 반을 쪼개봐야 잘 익었는지 안익었는지를 안다고, 책도 펴 봐야 아는 것. 묘한 호기심과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쳤다. 

책을 펼치고 본문으로 들어간 순간... 또다시 이거 뭡니까, 라는 말이.
설마 메카닉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라제폰에 나오는 그 로봇과 비슷한 얼굴이 등장했으니까. 그러나 메카닉물은 아니고, 판타지라고 하는 게 맞을 듯 싶다.

책의 주인공은 17세의 평범하게 잘 나가는 히카 소우마. 일명 피카소라 불리는 소년이다. 피카소는 귀여운 얼굴에 인기가 많을 것 같은 타입이지만 '도깨비'를 무서워한다는 트라우마때문에 늘 여자애들에게 차이는 신세. 오늘도 어김없이 첫데이트에서 실연당한 피카소는 전철을 타고 가다 한 새끈한 누님을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스쟈타. 피카소가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를 하면서, 향을 피우더니 무시무시한 괴물을 불러낸다. 그 괴물은 바로, 피카소가 두려워하는 '도깨비' 트라우마의 사념체였다. 그 사념체와 결투를 하여 이기면 그 사념체를 자신의 종 (다른 말로 '아트맨'이라고 한다)으로 삼을 수 있다고 하지만, 피카소에게 있어 그 도깨비는 두려움의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그 사념체와 싸워 이기지 못한다면 정신이 먹히게 되고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는데...  

자신의 트라우마를 두려워하는 건 하나도 이상한게 아니야. 누구나 무서운 것이 한두 가지는 있는 법이거든. 그러니까 네가 저 귀신을 두려워하는 건 잘못되지 않았어. 틀린 건 아니야... 하지만… 딱 하나 착각하는 게 있어… 트라우마는 도망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기 위해 있는 거야. 극복하기 위한 힘이 바로 용기야. (45p)

사실 누구에게나 트라우마란 것이 존재한다. 보통 트라우마란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란 것을 의미하지만 이 만화에서는 조금 작은 의미로 봐야 할 듯. 피카소의 트라우마는 술래잡기에서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면 자신의 트라우마에 먹히기 때문에 트라우마는 극복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스쟈타의 말은 무척이나 공감이 간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수십배나 되는 덩치의 괴물이 공격해 온다면 누구나 뒷걸음질칠 수 밖에... 게다가 용기의 검이라고 꺼낸 것이 겨우... **이라니. 피카소에겐 심각한 장면이지만 솔직히 난 이 장면에서 푸하하하핫하고 웃어버렸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믿을 수 없는 때가 있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용기를 믿을 수 없는 인간에게 승리는 오지 않는 법이야. (65p)

어쨌거나 스쟈타의 말에 용기백배한 피카소는 - 사실 트라우마에 먹히기 싫어 용기를 냈다고 봄 - 결국 사념체를 제압하는 데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 사념체는 아트맨으로 '게르니카'란 이름을 가지게 된다. 이게 참 재미있다. 히카 소우마란 이름으로 피카소란 별명을 만들고, 피카소의 트라우마를 '게르니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그저 갖다 붙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설명은 구찮아서 관둠)

이후 아트맨으로 게르니카를 사역하게 된 피카소와 역시 또하나의 아트맨인 스쟈타는 아트맨으로 세계정복을 꾀하는 찬드라 컴퍼니와 맞서게 되는데...
책 후반부를 보면 찬드라 컴퍼니에서 온 자객과 그의 아트맨이 등장한다. 소 뒷발로 쥐잡는 격으로 일단 첫 상대는 가뿐하게 물리치는 피카소와 게르니카. 그후 다른 트라우마이스터를 찾아다니는 찬드라 컴퍼니의 자객과 세명의 트라우마이스터 등장. 2권은 그들의 활약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질 듯.

소년만화인지라 처음엔 좀 내 취향이 아니지 않나 싶기도 했지만, 그런 편견을 접고 본다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만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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