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차 그리고 여행 - 어느 날 문득 떠난 무난한 청춘들의 사소한 일본 여행기
심청보 지음, 김준영 사진 / TERRA(테라출판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첨에는 책 제목만 보고서는 기차에 관한 이야기가 많을 줄 알았다. 일본은 기차 노선도 많고 종류도 다양한데다, 특히 에키벤이란 것이 유명하기 때문에 주로 그런 이야기가 나올줄 알았더니, 여기에서의 기차란 단순히 운송수단에 그친 것이란 걸 알았다. 그렇다고 내가 마구마구 실망했냐구? 아니, 물론 기차에 관한 내용이나 에키벤에 관한 내용이 극히 적었지만 그래도 기차 노선을 따라 여행을 다닌 여정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뭔가, 벌써 결론을!?) (笑)

이들의 여정은 후쿠오카(큐슈)에서 출발해서 홋카이도까지 갔다가 다시 후쿠오카까지다. 좀 재미있는 것은 도쿄에 가장 나중에 들렀다는 것. 뭐,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도쿄가 맨 마지막이란 것도 좋을 듯 하다. 도쿄는 너무나도 복잡하니까.

어쨌거나!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인상적이었던 도시에 관한 내용을 조금 언급해볼까 한다.


마츠야마시의 도련님 시계탑. 도련님은 나쓰메 소세키의 1906년작 소설로 나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기도 하다. 오래된 노면 전철하며, 온천.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도련님에 등장하는 등장 인물로 꾸며진 시계탑이다. 일본에서 나온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정각에 땡땡땡하고 종을 울리며 인형이 등장하는 시계탑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이렇게 국민적 사랑을 받은 작가의 작품을 소재로 만든 시계탑이라니 정말 환상적이다.


돗토리현의 사카이미나토. 오른쪽 위에 있는 캐릭터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박에 눈치챌 것이다. 바로바로바로 게게게의 키타로의 키타로. 나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캐릭터중의 하나인데, 사실 난 키타로의 아버지인 눈깔 영감을 더 좋아한다. 푸힛..

요괴를 소재로한 도시라.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한 일일까. 요괴가 많기로 소문난 일본이지만 이렇듯 요괴를 소재로 관광사업을 꾸린다는 것은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정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요괴를 소재로 한 도시가 있다면 동화를 소재로 한 도시도 있다. 그곳은 바로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소재로 만들어진 곳, 하나마키로 책 후반부에 따로 소개가 되어 있다.


짜잔~~
다음은 우리에게 우주소년 아톰과 사파이어 왕자, 밀림의 왕자 레오로 잘 알려진 다카라즈카의 데츠카 오사무 기념관이다. 데츠카 오사무는 일본에서 만화의 신이라 불린 인물로 그의 만화는 그 수만 해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세 편의 만화는 어린 시절 나를 티비 앞에 붙들어 매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

나에겐 아톰에 관한 특별한 추억이 하나있다. 그건 바로 대학 시절의 내 별명이 아톰이었다는 것. 대학 입학 당시 앞머리에 살짝 펌을 했던지라 머리카락이 살짝 휘날렸는데, 그걸 보고 동기들이 아톰이란 별명을 지어줬다. 지금도 난 대학친구들에게 선배들에게 후배들에게 여전히 아톰이다. 하지만 이젠 제발 엉덩이로 총을 쏴보란 말은 하지 않았으면!!!!! (부탁!)


일본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닌자의 존재이다. 저자가 방문했을 때는 비록 닌자 축제기간도 아니요 비까지 와서 있는 닌자도 퇴근했다지만, 닌자의 정신은 살아 있었다. 이들을 자세히 보면 여성이란 것쯤은 금세 눈치챌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여자 닌자는 쿠노이치라고 한다) 샌들에 컨버스화에 나이키 운동화. 푸흡...... 좀 웃기긴 하다. 그래도 폼만큼은 닌자답다. 재미있는 것은 이 닌자들의 정체. 바로 갸루들이었단 것. 갸루는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설명은 사족이라 생각하고 생략!


내가 정말 가고 싶은 곳 중의 하나인 가와구치코의 고양이 미술관 코노하나. 건물을 보면 정말 동화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보인다. 고양이 미술관에서 만날 고양이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우리를 반겨줄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해바라기. 그 해바라기가 무려 10만송이가 피어있다는 호쿠토. 이곳은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10만송이의 해바라기가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 어떤 말이 나올까. 아마도 내 생각에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리고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아름다운 풍경앞에서 무슨 말이 필요있으리요.

이외에도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촬영장소로 유명한 아지초에 관한 이야기도 책 전반부에 실려 있으니 참고하시길..  


비틀즈의 노래에, 존 레논의 노래에 가슴 떨리지 않았던 청춘이 있을까. 나 역시 고교시절 비틀즈의 음악을 존 레논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다. 가루이자와는 존 레논이 자신의 부인 오노 요코와 아이들과 함께 휴앙지로 찾았던 곳이다. 존 레논이 빵을 샀던 빵집이며, 차를 마셨던 찻집. 존 레논을 그리워하는 이라면 그의 발자취를 더듬어 이곳 가루이자와에 들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 부분을 보면서는 문득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팝 스타 존의 휴가>란 책이 떠올랐다. 제목에서의 존은 존 레논을 뜻한다. 존 레논을 좋아하지만 가루이자와까지 바로 가기 힘든 사람은 이 책으로 마음을 달래도 좋을 듯.


일본 하면 역시 마츠리. 마츠리 없는 일본은 상상할 수도 없다. 도쿄의 간다 마츠리, 쿄토의 기온 마츠리, 오사카의 텐진 마츠리가 일본의 3대 마츠리라고 하지만 그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서 볼 것이 없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위의 아오모리의 네부타 마츠리는 전에 TV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이 등롱이 얼마나 거대한지 입을 떡 벌리고 본적이 있다. 정말 일본에 가게 되면 마츠리 스케줄은 꼭 확인하고 가리라.


아아... 여긴 내가 진짜 가고 싶은 곳의 하나인데 딱 두페이지만 할애되었다. 이곳은 아오모리에 있는 나라 요시토모의 미술관, 정확히 말하면 아오모리 현립 미술관이다.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 250여점이 전시되어 있는 곳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만큼 그의 작품을 직접 눈으로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특히 이 아오모리켄의 모델이기도 한 흰 개는 소녀와 더불어 그의 작품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캐릭터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도시와 수많은 풍경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교토의 '철학의 길'이 나올 때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들이 떠올랐고, 도쿄 근교의 쇼난 해변이 나올 때는 만화 <슬램덩크>가 떠올랐다. 또한 에노시마가 나왔을 때는 <에노시마 와이키키 식당>의 '고양이 오드리'가 떠올랐다. 수많은 소설, 드라마, 영화, 만화 등의 배경이 된 도시들. 왠지 그곳에 가면 그 속에 등장했던 수많은 인물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JR 패스로 33일동안 기차로 일본을 여행한다, 라는 것은 어쩌면 힘든 길을 일부러 가는 것일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기차보다는 비행기가 자동차가 편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기차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나 기차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은 편리함이 대신할 수 없으리라. 나야 이제껏 해본 기차 여행이라곤 학창시절의 수학여행이나 소풍 정도 뿐이지만 진짜 날 한 번 잡고 우리나라 기차여행이라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지금은 비록 일본에 갈 처지도 못되는지라, 이 책으로 아쉬움을 달래야겠지만 이 책을 통해 마음만은 즐거워졌으니 그 또한 또다른 의미의 사치가 아닐까.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52p, 66p, 102p, 141p, 188p, 199p, 220~221p, 222p, 2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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